올어바웃 한나라 1회 - 제국의 시작

진달래
2023-03-13 14:59
117

후기를 쓰려니 조금 민망하기도 하다. 올어바웃 한나라를 시작하면서 올해는 어떻게든 춘추전국시대를 넘어가 보겠다고 다짐했었다. 막상 <사기열전> 읽기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춘추전국시대도 제대로 모르면서 한나라로 넘어가긴 뭘 넘어가' 뭐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 다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신청자가 없어도 둘이서라도 할거라고 큰 소리쳤지만 막상 진짜 둘이 세미나를 하게 되어서 좀 걱정이 되긴 한다. 그래도 첫날 요시카와 고지로의 <한무제>로 세미나를 시작했다. 한무제는 한나라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만큼 한나라 역사에서는 중요한 인물이다. 진시황이 중국을 최초로 통일하고 다시 분열된 중국을 재통일 한 것이 한고조라고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통일 제국의 면모를 갖추게 되는 것은 한무제 때라고 할 수 있다.  

요시카와 고지로는 학이당 처음 <공자와 논어>라는 책으로 처음 만났었다. 라디오 강의집이기도 했는데 <논어> 속 시대 배경 등을 소설처럼 재미있게 풀어서 인상에 남았었다. <한무제> 또한 펀안한 글쓰기가 돋보이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무제의 드라마틱한 삶의 시작은 그의 고모인 관도의 장공주가 그녀의 딸과 결혼 시키는 것으로 시작된다. 

 

"만일 아교를 아내로 얻는다면 당연히 황금으로 된 집을 지어 거기에 살게 하겠어요(若得阿嬌作婦 當作金屋貯之也)"

 

교는 장공주의 딸로 무제의 첫번째 황후인 진황후를 말한다. 진황후에게는 자식이 없었고, 질투심도 많았다고 하고 자존심도 엄청 셌다고 한다. 뭐, 여하튼 무제의 할머니 두태후가 죽고 장공주의 세력이 꺾이고 진황후는 폐위되었고, 무제는 위황후를 두 번째 황후로 들이게 된다.  그녀가 바로 무녀 출신으로 황후의 자리에까지 오른 위자부이다. 위자부를 소개한 이는 무제의 누나인 평양공주인데 이렇게 읽다보니 한나라에서 여자들의 세력이 만만치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한나라 시대의 황녀는 대체로 상당한 권력을 쥐고 있었다. 황녀의 그러한 권력은 오히려 남자인 황자들을 능가했다. 왜냐하면 황자들은 모두 지방 제후인 왕으로 봉해져 도읍인 장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으므로 중앙 정치에 관여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지 중앙 정치에 관여하기 더 어려웠던 탓만도 아니었다. 그들이 역모를 꾀해서는 곤란하다는 이유로 중앙 조정에서 파견된 감독관인 가신이니 사부등의 명의로 주변에서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서 그들을 감시하였다. 가신이나 사부들 중에는 일부러 사건을 날조해서 자신의 공적으로 삼는 이들까지 있었다. 무제의 형제 왕들이 대개 형편없는 바보처럼 기록되었던 것도 바로 그런 맥락에서 생격난 기사의 탓이 없지 않았다.  ...... 그에 비해 황녀들은 대단히 자유스러웠다. 우선 황녀들은 모두 장안에 거주하였다. ... 중국에서는 여성이 황제가 되는 여제의 관습이 없었던 탓에 그들 자신이 제위에 오를 가능성이 없었으므로 그만큼 처지가 자유러웠고, 그런 자유로운 입장을 활용하여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다.  또한 남성이 드나들 수 없는 궁중에까지 자유롭게 출입하면서 막후에서 정치를 움직일 수 있었다. 자연히 벼슬을 하려고 엽관을 일삼는 이들이 그 문전으로 모여들었다."

 

황제가 되지 못하는 처지가 오히려 정치 참여를 자유롭게 한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이렇게 보니 그녀들의 남편들이 대체로 멍청한 인간들이었다는 말이 거꾸로 멍청하지 않으면 불행했을 뭐 그런 생각을 들게 했다. 

 

1장의 '아교와 궁중의 여인들'은 이렇게 한나라 궁중 안의 여인들의 삶을 통해 당시 시대를 조망하고 있다. 두태후, 관도 장공주, 평양공주, 진황후 등등 

한나라 때의 여성에 대한 위상이 이러했다고 하니  <사기>의 '여태후본기'나 '외척열전'이 그냥 있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세미나에서는 두태후가 죽고 본격적으로 정치 일선에 나선 무제의 행보, 특히 흉노와의 싸움, 그리고 파격적이기까지 한 그의 인재 등용 이야기를 돌아본다.  

다음은 <한무제> 3장까지 읽어옵니다.^^

 

 

 

댓글 4
  • 2023-03-13 18:00

    이제 쬐금 읽은 사기에서 한무제를 접했다고 그런지 반갑네요 ㅋㅋ 말씀대로 황제가 되지 못하는 처지가 여성들을 자유롭게 하고 정치참여에도 오히려 적극적일 수 있었다는 부분은 재밌네요 흠흠

    • 2023-03-15 19:23

      앗, 여기서 곰곰샘을 뵈니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 2023-03-23 17:27

    요즘 유튜브로 초한지 보고 있는데 좀더 달려서
    얼렁 한무제에게 까지 가고 싶네요.
    그는 어떤 사람인지..
    ㅋㅋ

    저까지 여기서 만나서 반갑죠? ^^

    • 2023-03-24 14:00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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