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뼘 양생 11회> 갱년기와 인슐린 - 친구 S에게 답한다

둥글레
2021-11-09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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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세 달 전 친구 S가 인슐린 저항성과 혈압에 대해 물어온 적이 있었다. S는 자신이 왜 고혈압인지 그 원인을 알고 싶어 한다. 자신이 비만도 아니고 그렇다고 짜게 먹지도 않는데 왜 고혈압이냐며 약간의 분통을 터트리곤 했다. 사실 고혈압의 경우는 원인이 확실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S의 고혈압도 그러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가 우연히 방문한 한 약국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고혈압의 원인이라며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는 건강식품을 권해서 먹고 있다는 것이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간단히 말해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서 세포 속으로 포도당을 넣어주지 못하게 된 상태를 말한다. 결국 당뇨가 생긴다. S가 당뇨는 아니고 해서 난 알아본다고 하고 잊어버렸다. 

 

  그러다 <일리치약국에 놀러와> 갱년기 편에서 실시한 세미나를 하다 그녀의 질문이 문득 생각났다. 세미나 텍스트였던 크리스티안 노스럽의 『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에는 갱년기의 다양한 심리적, 신체적 증상들 및 대처법 등이 상세하게 설명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세미나에 참여한 여러 여성들의 갱년기에 대한 ‘간증’을 들으면서, 훨씬 입체적으로 갱년기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나를 비롯해 많은 여성들이 갱년기나 폐경으로 몸의 증상들을 퉁쳐버리고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갱년기 세미나를 통해서 내가 주목하게 된 점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에스트로겐 저하뿐만 아니라 프로게스테론의 저하가 가져오는 몸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갱년기에 늘어나는 체지방이 갖는 장단점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점. 세 번째는 인슐린 과다를 가져오는 식생활이 갱년기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이 세 가지 점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

 

  첫 번째 사실에서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점이 있다. 갱년기라고 에스트로겐이 저하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불규칙한 배란으로 프로게스테론이 저하되면 오히려 에스트로겐 우세를 가져온다. 게다가 과도한 체지방은 에스트로겐 우세를 더욱 조장하게 된다. 이때 잉여의 에스트로겐이 유방과 자궁내막 조직의 과다 증식을 초래할 수 있다. 이것의 결과는 유방암이나 월경과다 등이다. 

 

  체지방이 갱년기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사실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 호르몬은 난소 이외 체지방, 피부, 뇌, 부신, 말초신경 등에서도 생성된다. 특히 체지방에서 에스트로겐의 생성은 갱년기를 거쳐 폐경 후의 여성 신체에 중요한 보상 기능을 한다. 따라서 갱년기 이후 여성의 몸은 신진대사율이 낮아져서 그렇기도 하지만 이런 보상을 위해 체지방율을 더 올리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피하지방과는 달리 복부 내장지방의 경우엔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게 하기 위해 인슐린이 혈당을 세포로 전달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결국 넘치는 혈당을 처리하기 위해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고 결과적으로 세포는 인슐린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 이렇게 해서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다. 그러니 갱년기에 체지방율이 올라가는 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내장지방은 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세포에서 영양분(포도당, 지방산, 아미노산)을 이용하거나 저장하는데 지장을 초래해서 여러 문제가 생긴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당뇨병이 발병되지만 심혈관계 질환 및 암 발병, 불임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지방조직에서 지방산이 혈중으로 더 나오게 되고, 인슐린이 혈관을 확장시켜주던 작용이 사라지는 등 고지혈증이나 고혈압이 유발될 수 있다. 이렇게 하여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이 겹치면 대사증후군이 된다.

 

 

 

 

 

  크리스티안 노스럽은 갱년기에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지 않으려면 체지방이 너무 늘지 않도록 또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지 않도록 음식을 잘 조절하고 운동을 적절히 하자고 권유한다. 특히 정제된 탄수화물 음식을 급하게 또 많이 먹으면 과도한 인슐린을 분비되어 인슐린 저항성을 초래한다. 또 과도하게 분비된 인슐린은 저혈당을 유발하여 갑작스런 허기로 또다시 탄수화물 섭취를 부른다. 악순환이다. 

 

  세미나 중 제주에 사시는 분이 <동의보감>에는 에너지의 원천인 정(精)이 곡식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는데 두 책의 내용이 서로 상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조들이 먹던 곡식은 지금처럼 정제된 형태도 아니었을 것이고 밥반찬으로 먹던 채소들이 탄수화물의 소화를 늦췄을 것이다. 그러니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가진 않았을 것이다. 인슐린이 급작스럽게 또 과도하게 분비되지 않게 하는 법은 선조들의 식사법과 비슷하다. 충분한 채소와 함께 현미 등 정제되지 않은 곡물을 먹으면 된다. 더불어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보고이고 단백질이 풍부한 콩을 많이 먹도록 노력하자.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은 청국장, 낫또, 된장, 콩나물 등 발효되거나 변형된 형태로 먹으면 좋다. 

 

 

 

 

 

  S에게 답한다. 인슐린 저항성을 낮춘다는 건강식품까지 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는 항산화제를 먹는 게 더 도움이 된다. 다만 S도 갱년기에 접어들었으니 식생활을 점검하고 운동에 신경을 쓰면 좋겠다. 에스트로겐 저하는 심혈관계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 말이다. 더불어 『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한 친구는 월경과다로 1년 이상 고생했는데 세미나 참가 후 하루 만보 걷기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체중을 조절하는 중이다. 이 친구처럼 S 나름의 양생법을 찾길 바란다.

댓글 5
  • 2021-11-09 12:43

    인슐린 저항성, 건강에 엄청 중요한 부분이라고 하더라고요.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기 위한 식사 tip이 있어요.

    식사 15분 전쯤 샐러드나 야채스프를 드시는 방법이에요.

    양에 대한 부담은 가질 필요 없이 시간이 중요하대요.

    유럽인들이 식사 전에 샐러드를 먹는 것처럼 그렇게 드시면 됩니다~

     

    • 2021-11-09 17:18

      오홋! 좋은 팁이에요~ 이렇게 드시면 탄수화물의 흡수속도를 늦출 수 있네요! ^^

  • 2021-11-11 10:40

    맞아요 폐경전에 월경이 불규칙한것과 더불어 생리혈이 과다했던것 같아요.

    저는 한달 또는 두달 또는 세달 걸러 월경을 하니까 한꺼번에 몰아서 월경이 나온다고 생각했던것 같아요.

    폐경이 한참 지났는데도 몸관리의 알고리즘 처럼 도움이 되네요.감사합니다

  • 2021-11-22 13:45

    오! 잊고있던 질문에 이리 친절히 답해주시다니요. ㅎㅎ 저의 혈압의 가장 큰 원인은 가족력임에도 꾸준히 식습관 개선하고 운동하며 체중 관리에 힘쓰고 있어요. 체지방은 20%미만, 체중은 젊을 때와 큰 차이 없이 유지중이지만 저의 노력과 상관없이 혈압은 낮아지지 않네요. ㅜㅜ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식습관 개선 및 운동뿐이니 평생 해야겠지요.

    • 2021-11-24 17:05

      답변을 읽으셨구만요~~ ^^ 

      그니깐요! 세콰이어는 인슐린저항과는 그닥 상관이 없는 거 같아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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