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주역이야기 7회] 어려움에 빠지면 물처럼 흘러라, 중수감

봄날
2022-07-25 22:06
508

 

고난이 연거푸 닥칠 때

나는 최근 부득이하게 한 사회적협동조합의 이사장을 맡았다. 회사의 형태를 띠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 사기업과는 달리, 그 운영과 사업은 사회적으로, 즉 공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사회의 일원이던 내가 대표를 맡은 것은 이같은 공적인 기능의 유지를 위해 필요했기 때문이고, 나를 이어서 누군가가 또 그 역할을 맡을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맡은 역할을 다 파악하기도 전에 회사재정이 출렁거렸다. 적자로 시작한 회사재정 상황은 나의 임금은 둘째로 치고, 매달 직원들의 월급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웠다. 앵벌이하는 사람처럼 나는 매일같이 입출금장부를 들여다보며 노심초사했다. 한 두달 사이 이제 숨통이 트인다 싶었는데, 이번엔 일 잘하던 직원이 퇴사하겠다고 나섰다. 성격이 싹싹하고 부지런해서 고객응대는 물론이고 연차에 비해 디자인 실력도 뛰어났다. 그 사람을 대신할 새 직원을 뽑는 일은 도대체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어깨가 천근처럼 무거워졌고, 입맛이 똑 떨어졌다.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일에 신경질을 냈고, 모든 일에 심드렁해졌다. 도대체 내게 왜 이런 고난이 찾아오는 걸까. 나는 이런 상황을 넘겨주고 쏙 빠진 전임대표가 원망스러웠다. 전화해서 화풀이라도 해볼까 하는 쪼잔한 생각이 고개를 들고 일어났다.

 

세상을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고난에 고난이 겹쳐 힘겨운 때가 있다. ‘엎친 데 덮친 격’ ‘갈수록 태산’ 같은 말은 이런 경우를 가리킨다. 주역의 중수감(重水坎)괘는 바로 이처럼 감당하기 힘든 고난이 몰려오는 상황을 말하는 괘이다. 감(坎)은 물을 뜻하는데 중수감괘는 물(水)이 중복된다(重)는 뜻을 가진다. 주역에서 물, 즉 감괘는 험함, 고난, 어려움, 빠짐을 뜻한다. 그러므로 중수감괘는 험함이 겹치고 연달아 빠진다는 뜻이니 고난의 강도가 세다. 주역에는 이른바 4대 난괘(難卦)가 있다. 4대 난괘는 택수곤(澤水困), 수뢰둔(水雷屯), 수산건(水山蹇), 그리고 중수감(重水坎)괘이다. 네 개의 괘에는 모두 공통적으로 감괘, 즉 물이 들어있다. 흔히 주역점을 쳐서 이 네 괘 중 하나가 나오면 점을 친 사람은 매우 낙담하고 불안해한다. 감괘가 험함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중수감처럼 위아래 괘가 똑같이 중복되는 괘는 주역에서 모두 8개인데, 이렇게 상하괘가 같은 경우, 그 성질이 강하게 드러난다. 그러니까 물이 험함, 어려움의 상징이라면 특히 중수감괘는 그 어려움의 끝판왕인 셈이다.

 

험한데 형통하고 가상하다니

그런데 중수감괘의 괘사는 의외로 나쁘지 않다. 심지어 형통하고 가상함이 있다고 한다.

“습감은 믿음이 있어 오직 마음이 형통하니, 가면 가상함이 있을 것이다(習坎 有孚 維心亨 行 有尙)”

괘의 의미를 해석하는 단전에서는 “습감은 거듭 험함이다”라고 말한다. 이때 ‘습(習)’은 ‘익히다’의 뜻도 있지만 여기서는 ‘거듭한다’의 뜻으로 해석한다. 물이 거듭한다는 것은 물이 상징하는 성질, 즉 어려움, 고난이 두 배라는 소리다. 괘사의 ‘유부(有孚, 믿음이 있다)’에 대해서 단전은 “물이 흘러가서 고이지 않으며 험함을 행하니 믿음을 잃지 않는다(水流而不盈 行險而不失其信)”고 풀어내고 있다. 이 구절은 정확히 물의 성질에 비유해 사람의 실천을 제안하는 것이다. 물이 한곳에 고이지 않고 흐르는 것을 보고 사람은 험함을 향해 (움직여)나아가고 그 믿음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결국 ‘믿음이 있다’는 것은 자신에게 밀려오는 어려움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이것을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는 것이다. 이때 물은 인간 실천의 본보기가 된다. 구덩이의 얕고 깊음에 상관없이 예외없이 구덩이를 채우면 거침없이 다시 흐르는 물처럼 사람들이 험함(고난) 앞에서 지레 겁먹거나 슬퍼하지 않고 오직 고난을 벗어나는 방향을 향해 조금씩 움직여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이다.

 

오직 마음이 형통하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이 아무에게나 가능한 일은 아니다. 괘사의 뒷부분인 ‘유심형(維心亨)’에 대한 단전의 해석을 보자. “오직 마음이 형통한 것은 굳셈이 가운데 있기 때문”이라고 할 때, 이것은 상하괘가 똑같은 감괘의 가운데 양효를 가리키는 것이다. 중수감괘에서는 이효와 오효가 양효이다. 정이천은 감괘의 양효의 역할에 대해 “굳센 양이 중도(中道)로써 행하면 험난함을 구제하여 형통할 것”이라고 말한다. 중도로서 행하는 주체는 바로 구오이다. 구이도 양효이기는 하지만 시기적으로나 역량으로 봤을 때, 그 굳센 정도가 구오에 미치지 못한다. 구오처럼 굳센 양의 성질과 올바른 도를 펼 수 있는 중정(中正)의 존재 정도가 되어야 이 일을 해낼 수 있다.

 

구오의 효사는 “구오는 (물이)고이지 않고 평지에 이르니 허물이 없다.(九五 坎不盈 祗旣平 无咎)”이다. 감불영(坎不盈)은 물이 구덩이에 차지 않았다는 뜻이고, 지기평(祗旣平)은 이윽고 구덩이를 채우고 넘쳐 흐르는 물이 평지에 이른 모습이다. 서서히 험함의 상황을 벗어나는 역동성이 느껴진다. 구오의 자리에 선 사람이 이 어려움을 벗어나려면 앞에서 말했던 물의 덕성을 따라 험함을 벗어나려는 굳센 의지와 믿음을 가져야 한다.

 

감괘가 험한 것은 이미 주어진 상황이다. 그것을 푸는 실마리는 구오가 쥐고 있고, 구오는 군자에 비유된다. 상전에는 감괘에 임하는 군자의 모습이 등장한다. “물이 연거푸 이르는 것이 거듭 험함이니, 군자가 그것을 보고 덕행을 항상되게 하며 가르치는 일을 익힌다(水洊至, 習坎, 君子以 常德行 習敎事).” 정이천은 물의 성질을 자세히 보라고 말한다. 물은 한 방울로부터 시작해서 계속 모여 한 길이 되고, 결국 강이나 바다에 이른다. 여기서 다루는 물에는 두가지 성질이 있다. 첫째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가는 도중 바위나 나무가 가로막는 일이 있어 그것을 돌아 흐르는 일은 있어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움직인다. 둘째, 물은 모든 구덩이를 채우고 흐른다. 빈틈을 남기고 흐르는 일은 없다. 군자는 예외없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모든 구덩이를 채우고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자신의 실천의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위기에 위기가 이어지는 것은, 습감, 구덩이가 거듭되는 것이다. 이때 한 번의 위기, 하나의 구덩이는 요행으로 피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거듭해서 만나는 구덩이를 운좋게 거듭 피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눈앞의 구덩이를 메우고 평지로 쉽게 흐를 수 있을 때까지 힘(정성)을 다해 헤쳐나가겠다는 마음이 중수감괘 전체를 형통하게 한다.

 

가면 가상함이 있을 것이다

요컨대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따라 나의 위기를 벗어날 수도, 더 깊은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를 비롯한 대개의 사람들은 한번 구덩이에 빠지면, 빠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에도 힘이 든다. 빠지기 싫은데 빠졌으니 낭패감이 들고, 일단 패닉에 빠지면 구덩이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내 앞의 구덩이를 넘겠다는 마음을 먹을 때, 비로소 구덩이 너머를 볼 수 있게 된다.

 

나는 회사에 닥친 거듭된 어려움을 당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 이것이 중수감괘가 말하는 구덩이에 빠진 상태, 험함에 머물고 있는 모습이다. 전임대표에게 화풀이하는 것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그에게 책임을 묻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고난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나를 괴롭게 만드는 것, 더 깊은 구덩이를 파는 것이었다. 하찮은 일에 신경질을 부리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구오인 군자가 실천하는 올바름의 도, 중도(中道)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내가 구오라면 중도의 덕행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구덩이를 벗어나 형통함으로 향하는 일일까.

 

우선 나에게 닥친 고난이 어떤 것인지를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사업체를 꾸려가면서 직원들의 퇴사는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어찌 보면 이것은 적자를 메꾸는 상황에 비교하면, 위기라 할 수도 없었다. 우선 잡코리아나 인쿠르트 같은 구인구직 사이트에 구인등록을 했다. 퇴사하겠다는 직원과 함께 앞으로의 대책을 의논하는 것도 미룰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구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챙겨나가는 사이, 전임대표를 원망하고, 사소한 일에 신경질부리던 내 마음이 사라졌다. 그리고 절대 구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사람은 너무 가까운 곳에서 구해졌다. 지인의 딸이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찾아왔다. 언제 위기가 찾아왔냐 싶게 나는 구덩이를 훌쩍 넘어 거침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나는 이 모든 어려움의 근원이 내 마음에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나와 회사의 모든 사람이 한동안 빠졌던 그 황망함과 괴로움은 우리 것이 아니었을 텐데. 중수감괘 괘사의 마지막 구절, “행유상(行有尙, 가면 가상함이 있을 것이다)”의 의미는 바로 이런 것이다. 시선을 구덩이 너머에 두고 나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위해 한 걸음 내딛는 것이다.

머물지 말고 물처럼 흘러라

지금 당장은 해피앤딩이지만 좌충우돌, 내가 사업체 대표로서 맞이할 고난은 도처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눈앞에 닥친 고난은 지나가게 마련이고 고난을 헤쳐나가는 것은 바로 나의 마음에 있다. 마음의 방향타를 바꾸는 것만으로 실제 고난을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건 아닐 것이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많은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선, 고난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려는 나의 마음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마음을 형통한 방향으로 잡을 때 나를 둘러싼 관계들이 변하기 시작하고 고난의 끝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처럼 위기가 거듭해서 닥칠 때마다 믿음을 잃지 않고 위기 너머를 향해 무언가를 하다 보면, 어느새 고난의 절정을 지나 서서히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비즈니스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사소한 우리 일상에서도 어려움에 빠지는 일이 흔하다. 그럴 때마다 메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넘쳐 흐르는 물처럼, 흐르는 일을 멈추지 말라는 중수감괘를 기꺼이 떠올려야겠다.

댓글 8
  • 2022-07-26 08:28

    하하... 이거 CEO들의 주역으로 널리널리 알려야겠어요^^

    • 2022-08-02 14:15

      고민끝에 달아주신 댓글에 감사드립니다.ㅎㅎ

  • 2022-07-26 14:16

    저는 매일매일 주문을 외우듯 외워야할 듯요.

    • 2022-08-02 14:16

      어려운 일이 늘상 주위에 있는 것 같은?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 2022-07-27 22:53

    넵! 멈추지 않고 흘러보겠습니다

    • 2022-08-02 14:17

      누군지 알 것 같은 '중수감괘가 올해 운수인 자'에게 응원의 몸짓을 보냅니다.

      네 그렇게 흘려보내다 보면 어느새 평지에 이를 거라니까요!

  • 2022-07-31 22:39

    얼마 전에 우현이가 수산건을 뽑았는데, 그 괘사도 나쁘지 않은 것이 신기했어요. 나쁜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해주니 오히려 위로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봄날쌤처럼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막힌 지점을 뚫을 수도 있는 것 같기도 하니.. 정이 가네요 주역 후후

    • 2022-08-03 01:33

      주역은 한없이 낙관적이라면 낙관적인 텍스트같아요.

      인간이 원래 고난앞에 쉽게 무너지잖아요...그 가운데 어디에서 다시 힘을 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지점에서 주역이 분명 도움이 되기는 하죠! 모두에게 세상 살아가는 힘을, 위기에 처했을 때 조금의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지혜를 주는 주역의 세계...이때문에 주역을 사랑하고 공부하는가 봅니다.

봄날의 주역이야기
주역은 점치는 책이다. 그런데 점치는 방법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주역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은, 주역은 점을 치는 책으로 인정받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내용과 의미를 꼼꼼히 원리와 뜻을 따져가며 해석해서 읽어도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원리를 따져가며 읽는 방식의 주역을 의리역(義理易)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구분은 별로 의미가 없다. 점을 치면서도 그 해석을 의리적으로 하기도 하고 의리역으로서 주역을 읽으면서 수시로 점을 치기도 한다. 어쩌면 두 가지 방식을 적절하게 취하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일 수 있다. 가끔 혼자 혹은 함께 모여 시초점으로 괘를 뽑고 이것을 해석하는 재미가, 주역이 다른 텍스트와 구별되는 매력이 되기도 한다. 점을 쳐서 화수미제(火水未濟)괘를 얻었다고 치자. 그럼 나는 생각해본다. 나에게 왜 이 화수미제괘가 왔을까? 주역을 공부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우선 이 괘가 길흉, 즉 좋은지 나쁜지를 먼저 따졌었다. 지금은 그것이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어떤 괘가 오든지 내내 좋기만 하든지, 내내 나쁘기만 한 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좋다고 환호하고 있을 때 막바지에 다가올 불운을 캐치해내지 못하는 것이, 나쁜 괘를 받아들고 심사숙고해서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보다 더욱 큰 낭패를 보는 일이 종종 있다.   정(正)도 없고 응(應)도 기댈 바 없고 화수미제괘는 주역 64괘의 순서에서 마지막에 위치한 괘이다. 하나의 괘를 이루는 여섯 효는 음양의 배치에 원칙이 있다. 이 원칙에 따르면 첫 번째부터 여섯 번째 효의 자릿값의 순서는 양-음-양-음-양-음이다. 63번째 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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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2024.04.22 | 조회 125
봄날의 주역이야기
우리 사무실은 한 사람의 후원자 A씨가 거액의 전세 보증금을 빌려준 덕에 월세 없이 5년여를 버텨왔다. 그런데 그 후원자가 그것을 돌려받고 싶어했다. 실은 이런 뉘앙스의 말을 일년 전부터 들어왔다. 하지만 월세가 얼마가 되었건 새로운 고정지출을 만드는 건 회사 운영에 큰 위협이 된다는 점에서, 나는 듣고도 모른 체 해왔다.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동네서점’을 지향하며 청년 중심으로 운영되는 서점의 관리자 B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우리 서점이 0월말로 전세기간이 만료돼요. 조금 더 공간이 크고, 학교와 가까운 곳으로 옮길 생각인데...혹시 함께 공간을 얻을 생각이 있으신지요?”   한번도 이 문제에 대해 입밖에 낸 적도, B씨와 논의한 적도 없었는데, 나는 이상하게 그 제안에 끌렸다. 늘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던 A씨에 대한 부채를 해결하고픈 생각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공간을 함께 나누면 월세의 부담도 덜고, 초기 위험부담도 적어질 거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나는 덜컥 동의를 해버렸고, 하루 이틀 사이에 신축건물 2층 공간을 발견하고, 며칠 사이에 월세계약까지 해치워버렸다. 누가 떠민 것도 아닌데, ‘이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정해진 수순처럼 나의 결정은 거침 없었다.   택천괘(澤天夬)는 바로 이런 결정의 순간을 가리킨다. ‘결단하다’, ‘결정하다’의 뜻을 가진 쾌(夬)라는 글자는 활시위를 당길 때 엄지에 끼는 깍지나, 깍지를 낀 손의 형상에서 나왔다. 활은 쏘아 맞히는 도구이고, 시위를 당긴 화살은 언젠가는 쏘아야 한다. 쾌괘는 목표를 겨누었다가 깍지를 풀어놓는 그 순간의 상황이다. 겨눌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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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2024.01.08 | 조회 322
봄날의 주역이야기
다섯 달 동안 주역공부를 같이 했던 친구들과 발표회를 치렀다. 준비하면서 이번엔 좀 색다른 방식으로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에세이를 발표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많은 친구들이 퍼포먼스나 전시같은 형식을 택했다. 나도 몇 달 전부터 배우기 시작한 민화를 이용해 주역을 표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런 저런 궁리 끝에 8개의 소성괘를 민화기법으로 그려보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민화로 주역을 표현한 작품들이 있기는 있었다. 그러나 거의 모든 민화 작품이 음양오행을 중심으로 그린 그림이었다. 태극모양이거나 3획의 검은색 막대그림은 주역을 아는 사람에게도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러니까 8개의 소성괘가 가진 물상을 그린 것은 없었다는 것이다. 참고할만한 것이 없다는 아쉬움과 함께 나야말로 소성괘의 물상을 제대로 그려보리라는 욕심도 생겼다.   하늘, 땅, 연못, 번개(우레), 불, 물, 산, 바람의 물상을 가진 소성괘를 가시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은 만만하지 않았다. 하늘을 그냥 파랗게, 땅을 그냥 황토색으로 칠하는 것은 소성괘를 잘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산, 번개 등을 형상화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려웠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바람’을 뜻하는 손괘(巽卦)를 형상화하는 일이었다. 바람은 기체의 움직임 자체이니 육안으로 볼 수는 없고, 불거나 멈추는 데 일정한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발생과 소멸 또한 예측할 수 없다. 형체없는 자연물의 형상화 때문에 머리가 아플 정도로 고민하다가 마침 손괘에 배속된 자연물에 나무도 있다는 것에 착안해서 ‘나무에 이는 바람’을 그리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바람을 다시 보게 됐다. 바람은 형체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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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2023.11.12 | 조회 214
봄날의 주역이야기
  쌀벌레가 나타나야 쌀이 상한 것을 안다 십년이 넘도록 함께 웃고 지내던 동아리에 일이 생겼다. 표면적으로는 멤버 중 몇몇의 술이 과해서 벌인 쌈박질이지만, 그것은 오랫동안 동아리 내에서 묵혀두었던 ‘과거사’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육십갑자가 넘은 사람들이 해도 되는 말과, 절대로 하면 안되는 말을 마구 내뱉었다. 욕설을 몇 번 주고받던 사람들이 급기야 의자를 집어던지고 주먹다짐을 하고 말았다. 장수하는 동아리로, ‘성격 좋은 사람들’이 모인 동아리로 주변의 부러움을 샀었는데, 비록 술기운을 빌렸다고 하지만, 누군가의 가슴 속에 상처가 되는 말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십년의 우정은 어디로 가고, 곪을대로 곪아버린 관계만이 드러났다. 그것은 주역의 18번째 괘인 산풍고(山風蠱)괘가 형상화한 ‘벌레먹은 그릇’, 바로 그것이었다.   괘명인 고(蠱)라는 한자는 그릇(皿) 속에 많은 벌레가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벌레의 종류를 정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지만, 이때의 벌레는 쌀에서 생겨나는 바구미 같은 류를 생각하는 것이 적당할 듯하다. 좀 오래된 쌀독을 열었을 때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구미처럼, 우리는 벌레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쌀이 상했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바구미가 튀어나온 순간, 일은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넘어가고, 시선은 쌀에서 벌레로 옮겨간다.     산 아래 머무는 바람이 하는 일 이렇게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진 데에는 나름대로 원인이 있을텐데, 64괘가 배열된 차례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측면이 있다. 산풍고괘는 18번째 괘인데, 16번째 괘는 ‘기쁨’을 나타내는 뇌지예(雷地豫)괘이고, 17번째는 ‘남을 따른다’는 뜻을 가진 택뢰수(澤雷隨)괘이다. 그러니까, 기뻐하고 따르는...
  쌀벌레가 나타나야 쌀이 상한 것을 안다 십년이 넘도록 함께 웃고 지내던 동아리에 일이 생겼다. 표면적으로는 멤버 중 몇몇의 술이 과해서 벌인 쌈박질이지만, 그것은 오랫동안 동아리 내에서 묵혀두었던 ‘과거사’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육십갑자가 넘은 사람들이 해도 되는 말과, 절대로 하면 안되는 말을 마구 내뱉었다. 욕설을 몇 번 주고받던 사람들이 급기야 의자를 집어던지고 주먹다짐을 하고 말았다. 장수하는 동아리로, ‘성격 좋은 사람들’이 모인 동아리로 주변의 부러움을 샀었는데, 비록 술기운을 빌렸다고 하지만, 누군가의 가슴 속에 상처가 되는 말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십년의 우정은 어디로 가고, 곪을대로 곪아버린 관계만이 드러났다. 그것은 주역의 18번째 괘인 산풍고(山風蠱)괘가 형상화한 ‘벌레먹은 그릇’, 바로 그것이었다.   괘명인 고(蠱)라는 한자는 그릇(皿) 속에 많은 벌레가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벌레의 종류를 정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지만, 이때의 벌레는 쌀에서 생겨나는 바구미 같은 류를 생각하는 것이 적당할 듯하다. 좀 오래된 쌀독을 열었을 때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구미처럼, 우리는 벌레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쌀이 상했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바구미가 튀어나온 순간, 일은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넘어가고, 시선은 쌀에서 벌레로 옮겨간다.     산 아래 머무는 바람이 하는 일 이렇게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진 데에는 나름대로 원인이 있을텐데, 64괘가 배열된 차례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측면이 있다. 산풍고괘는 18번째 괘인데, 16번째 괘는 ‘기쁨’을 나타내는 뇌지예(雷地豫)괘이고, 17번째는 ‘남을 따른다’는 뜻을 가진 택뢰수(澤雷隨)괘이다. 그러니까, 기뻐하고 따르는...
봄날
2023.07.04 | 조회 285
봄날의 주역이야기
주역의 4대 난괘 중 하나인 택수곤(澤水困)괘는 한 마디로 ‘결핍의 시대’을 상징한다. 이때의 결핍은 위는 연못이고 아래는 물인 곤괘의 물상이 변하면서 발생한다. 표면에 보이는 것은 연못인데, 연못에 차 있어야 할 물이 아래로 다 빠져나가 버려 못이 바짝 말라있는 상태. 물이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빠져나가는 연못은 더 이상 생명력이 없다. 택수곤괘의 결핍은 곧 생명력의 결핍이다. 나는 그 모양이 정확하게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생태파괴의 현장을 가리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사람들은 수천년 전에 이미 우리에게 주어졌던 자연 생태계가 망가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곤괘를 통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주려고 했던 것 아닐까? 그렇다면 택수곤괘에는 그런 비극적인 사태를 벗어날 수 있는 메시지도 함께 담겨있지 않을까? 나는 택수곤괘를 생태적 관점으로 읽어보려 한다.   인류문명은 택(澤)에서 시작됐다 곤괘를 생태와 연결하여 생각하게 된 것은 바로 연못을 뜻하는 ‘택(澤)’이라는 글자 때문이다. 주역의 괘는 여덟 가지의 자연의 형상을 본따서 만든 3획을 두 번 겹쳐서 만들어진다. 여덟 개의 괘에서 표현하는 자연의 물상은 하늘(☰), 땅(☷), 불(☲), 우레(☳), 바람(☴), 물(☵), 산(☶), 연못(☱)이다. 이 물상들의 변화하는 모습과 서로 작용하는 모습을 보고 만든 것이 주역이니, 주역은 당연히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 이 소성괘 중에서 다른 괘의 물상은 뚜렷한데, 연못은 어딘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물을 뜻하는 감괘(坎卦)가 엄연히 있는데 굳이 같은 물을 머금고 있는 택괘(澤卦)가 또 다른 소성괘를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주역의 4대 난괘 중 하나인 택수곤(澤水困)괘는 한 마디로 ‘결핍의 시대’을 상징한다. 이때의 결핍은 위는 연못이고 아래는 물인 곤괘의 물상이 변하면서 발생한다. 표면에 보이는 것은 연못인데, 연못에 차 있어야 할 물이 아래로 다 빠져나가 버려 못이 바짝 말라있는 상태. 물이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빠져나가는 연못은 더 이상 생명력이 없다. 택수곤괘의 결핍은 곧 생명력의 결핍이다. 나는 그 모양이 정확하게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생태파괴의 현장을 가리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사람들은 수천년 전에 이미 우리에게 주어졌던 자연 생태계가 망가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곤괘를 통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주려고 했던 것 아닐까? 그렇다면 택수곤괘에는 그런 비극적인 사태를 벗어날 수 있는 메시지도 함께 담겨있지 않을까? 나는 택수곤괘를 생태적 관점으로 읽어보려 한다.   인류문명은 택(澤)에서 시작됐다 곤괘를 생태와 연결하여 생각하게 된 것은 바로 연못을 뜻하는 ‘택(澤)’이라는 글자 때문이다. 주역의 괘는 여덟 가지의 자연의 형상을 본따서 만든 3획을 두 번 겹쳐서 만들어진다. 여덟 개의 괘에서 표현하는 자연의 물상은 하늘(☰), 땅(☷), 불(☲), 우레(☳), 바람(☴), 물(☵), 산(☶), 연못(☱)이다. 이 물상들의 변화하는 모습과 서로 작용하는 모습을 보고 만든 것이 주역이니, 주역은 당연히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 이 소성괘 중에서 다른 괘의 물상은 뚜렷한데, 연못은 어딘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물을 뜻하는 감괘(坎卦)가 엄연히 있는데 굳이 같은 물을 머금고 있는 택괘(澤卦)가 또 다른 소성괘를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봄날
2023.04.22 | 조회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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