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영화인문학시즌1] 6주차 : 내.신.평.가.#5 <파수꾼>

청량리
2022-06-04 08:06
225

내.신.평.가. #5 (내가 고른 이 장면을 말하다)

 

<파수꾼>(2011)  | 윤성현 감독 | 이제훈, 박정민, 서준영 | 117분

 

 

 

 

지금은 고등학생이 아닌지라, 사회생활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지라

적당히 남에게 나의 속내를 감출줄도 알고

서로에게 적당한 선을 긋거나 드러내지 않을 줄도 안다.

그래야 나도, 상대도 상처받지 않음을 아니까.

 

하지만,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기태, 동윤, 희준은 그렇지 못했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속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하면 서로에게 상처가 될 게 뻔한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우리도 극장 밖에선 여전히 그렇게하고 있지 않나 싶다.

자기 자존심 때문에 남에게 함부로 하고, 미안한 마음에 후회도 되지만

그런 내 모습이 또 싫어져 또 함부로 하게 되고, 다시 후회하고...

 

기태, 동윤, 희준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생각보다 적다는 걸 새삼 느꼈다.

기찻길에서 놀던 때, 그리고 여자 아이들과 월미도에 놀러갔을 때가 거의 전부였다.

사실 그래서 그만큼 셋의 우정을 실감하기엔 개연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시작과 끝은 아마도 여기, 버려진 기찻길이리라.

 

기태가 묻는다. 누가 최고야, 어? 말해봐. 누가 최고야?

 

 

 

댓글 5
  • 2022-06-09 07:10

    <<파수꾼>> #내.신(씬).평가 궁금해요.

    어여 올려주세요~~~~ㅎㅎ

     

    쎈척 하지만 친구의 말에 무너지는 아슬아슬한 일진 고딩. 이제훈 연기 넘 좋았는데.ㅎㅎ

  • 2022-06-09 18:13

    <파수꾼>을 이제야 보았다. 예고편 때문이었을지 모르지만 내용이 불편할 것 같아서 선뜻 보게 되지 않았다. 영화 주인공들의 나이가 고2, 둘째 아이가 딱 그 나이다. 내가 생각하는 아이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 사이의 삶이나 생각들이 주는 간격이 너무 컸다. 나의 세상은 여전히 협소하다. 지금 마주하는 실패나 상처들이 훗날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 어른들은 말하곤 한다. 그렇다. 상처가 성장이 된다면 그 상처는 나름의 의미를 지닐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가끔 생각한다. 상처가 정말 나의 성장을 도왔었나... 상처는 그냥 상처가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나의 경우에는). 게다가 그것이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그 흔적은 꽤 오래 남는다. 영화 속 동윤, 희준, (기태)는 살아간다면 자신들의 기억과 상처들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을까. 아니, 이들은 그 상처를 오롯이 안은 채 반복하며 지쳐갈 것만 같다.

     

    영화 중반, 좋아하는 여자애가 기태를 좋아하자 약간의 시기심을 경험한 희준은 관계 속에서 어긋나기 시작한다. 힘으로는 이길 수 없으니 험악한 분위기속에서 둘 사이의 갈등은 깊어진다. 기태만이 알아채는 희준의 태도... 일방적으로 맞기만 하는 희준은 기태의 가장 약한 부분을 건드린다. 반 친구와 가족 이야기를 일부러 화제로 꺼내고 희준은 살짝 웃는다. 기태는 찰나의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기태는 자기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툴고 감정이 격해지면 욕과 폭력을 휘두르는데 그것은 기태의 예민함을 감추고 왜곡시킨다. 강하게 말하는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불안과 예민함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둘 사이를 오가던 동윤 역시 보이는 감정외에 기태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미묘함들이 영화 속에서 출렁거린다. 보여지는 모습은 분명 기태가 가해자인데 나는 희준의 태도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힘은 기태가 세지만, 희준 역시 또 다른 폭력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기태와 희준 사이의 갈등 속에서 얻어맞은 후 집에 있는 동윤의 모습이다. 이때 동윤은 알았을까? 자기를 어렵게 찾아 온 기태에게  자신이 내뱉은 말들이 어떤 영향을 줄지..  내가 뽑은 한 장면이다. 평상시 나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후회할 걸 알면서도 결국 내뱉는 수많은 말, 말, 말......

    기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야구공은 계속해서 다른 이의 손으로 옮겨가지만 결코 마음은 전달되지 않는다. 모든 청소년이 때가 되면 성장하는 것도, 모든 상처가 약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매사 서툴기 때문에 용기가 필요하다. 자기를 들여다보고 표현하고 상대의 반응을 살필 수 있는 용기 말이다. 이건 사실 내 나이가 되어도 마찬가지다. 아들을 잃어버린 아버지나 고등학생을 연기했던 세 배우의 눈빛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2022-06-10 19:02

    #영화인문학 다섯번째 내신평가

    알람이 울린다.

    동윤이 자다가 깨어 자기방에서 나오는데,

    공간의 이동과 함께 시간도 이동된다.

    식탁에 기태가 앉아있다.

    기태는 주방 거울의 반영으로  보여지고,

    영화내 유일하게 안정적인 눈빛이라,

    어쩐지 현실적? 이질 않다.

    지금주목받는 좋다는 기태.

    동윤은 금새 사라져 버릴것에  목메지 말라고 이른다.

    장면의 대화는 이례적으로 꽤나 진지하다.

    기태는 동윤에게 얘기한다.

    다시, 사람들 사이에서 비참해지더라도

    너만 알아주면 .”

    그때, 기태의 말은 제때, 동윤에게 닿지 못한걸까?

    기태는 어디서 부터 잘못 된건지 모르겠다는

    말을 반복하고, 기태의 때늦은 사과는 증발한다.

    고등학교 2학년때였다. 연극부 동급생 명이 늦은 연습 , 복도에서 말했다. “내가 사라지면 누가 신경쓸까? “ 나는 그자리에선 못들은 하다가, 화장실로 들어가며 소리쳤다. “내가!”

    아인 다시 연극부로 돌아오지 않았고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때도 지금도 , 나는, 때늦은 사과나 거짓이 내려앉은 말로 , 나와 가까운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그리고 그것은 고스란히 나에게 상처를 낸다.

    기태는 사과하는 방법과 때를 배우지 못했다.

    기태는 진심을 전하는 방법과 때를 배우지 못했다.

    기태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너무 늦은 후회는 더욱…

  • 2022-06-11 12:08

    파수꾼(把守꾼) : 경계하여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

     

    지난 주에 영화를 보고, 조용히 다시 보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파수꾼>을 다시 보지 못했다. 다시 안 보게 되었다. 마음이 무거워서일까. 언제쯤 영화를 좀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까.

     

    십대가 주인공인 영화를 나는 거의 보지 않는다.
    영화가 단순히 영화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영화는 현실과 다른 것일까.

     

    영화 속 주인공 기태는 어설프고, 거칠고, 그럼에도 순진하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만 있다면 살 수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결국 죽는다.
    기태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던 친구들은 각자의 몫으로 죄책감을 느낀다. 그렇게 살아간다.
    아버지의 마음, 친구들의 마음은 남는다. 기태가 소중하게 간직했던 야구공과 함께. 사라진 기태와 달리.

     

    내가 '파수꾼'이 되어 주지 못했던, 또 다른 기태 때문에, 이 영화가 힘들었다.
    그래서 기태야, 이제 편안하니?

     

  • 2022-06-12 18:38

    ?src=http%3A%2F%2Fblogfiles.naver.net%2FMjAyMTEwMDlfMTA1%2FMDAxNjMzNzg3NzM5MjE5.ioGDSU5Mpvu1nAmgvMIzrmQzzk5fTofL_3ocDB7m46Qg.NrKB5orqNjodu-g1YRdCgS5fdNlbRIwZ8YpgdhPQFSkg.JPEG.waltz5283%2Foutput_3295243519.jpg&type=sc960_832

    <파수꾼>은 보면서 어색한 느낌을 받았었다.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에서, 말투에서, 그리고 행동에서. 하지만 어색하고 불안해보이는 것은 영화 안이 아니라 영화 밖에서도 느껴진다. 흔들리는 화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이들의 시선을 투영시킨다. 다시말해, 우리는 영화 밖에서 영화 안을 보는 것이 아닌, 불안한 영화 자체를 통해서 영화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처음에 볼 때는 영화 자체로서의 허술함(?)으로 다가왔던 것이 더 이상 영화에 대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이는 기태를 비롯한 친구들 간의 관계가 아니었을까. 기태가 희준과 화내고 싸울 때, 흔들리는 것은 이들의 심리만이 아니다.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같이 흔들린다. 이 영화는 변해가는 이들의 관계를 다루는 것뿐만이 아니라 이를 우리의 눈을 통해 다시 보여준다. 아마 그래서 흔한 '학교'와 '우정'이라는 테마를 가져간다는 사실에 끝나고 나서도 영 떨떠름한 기분을 지우지 못하던 나를 다시 생각하게 한 것 같다(물론 댓글을 달아야 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주제는 진부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기태, 희준, 그리고 동윤)을 바라보는 시선은 '방관'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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