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영화인문학 시즌2> 4주차 : 내.신.평.가 #4 돈 룩 업(Don't Look Up)

호면
2022-10-08 22:04
262

 

 

 

 

 

 

 

 

 

 

1.얼마전에 읽었던 알랭드보통의  <뉴스의 시대> 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었다. 

‘권력을 공고히 하길 소망하는 당대의 독재자는 뉴스 통제 같은 눈에 빤히 보이는 사악한 짓을 저지를 필요가 없다. 그 또는 그녀는 언론으로 하여금 닥치는 대로 단신을 흘려보내게만 하면 된다. 뉴스의 가짓수는 엄청나되 사건의 배경이 되는 맥락에 대한 설명은 거의 하지 않고, 뉴스 속 의제를 지속적으로 바꾸며, 살인자들과 영화 배우들의 화려한 행각에 대한 기사를 끊임없이 갱신하여 사방에 뿌림으로써, 바로 조금 전 긴급해 보였던 사안들이 현실과 계속 관계를 맺은 채 진행중이라는 인식을 대중이 갖지 않도록 조처하기만 하면 된다. 이 정도면 대다수 사람들이 가진 정치적 현실을 파악하는 능력을 약화하는 데 충분할뿐더러,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 사람들이 정치 현실을 바꾸기 위해 끌어냈을 결의를 훼손하는 데도 충분하다. 현 상태는 뉴스를 통제하기보다 오히려 흘러넘치게 할 때 오래도록 충실하게 유지 될 수 있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파괴할 혜성이 다가오고 있어도, 유명 연예인의 결별기사가 나오면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거기로 집중된다. 뉴스가 흘러넘치는 시대다. 사실 뉴스라기 보다는 조회수를 이끌어내기 위한 자극이 넘쳐나고 있는 시대다. 넘치는 자극속에서는 중요한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 진다. 돈룩업의 버라이어티 뉴스쇼 에피소드는 지금 우리에게도 진행중인 현실이다. 기후위기는 해마다심각해진다.  그러나 우리가 당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느끼는 것은 홍수나 태풍이 올 때 뿐이다.  지난 여름 겪었던 홍수가 100일이 채 되지 않은 일인데도 대통령의 욕설 파문이나 연예인의 불륜 스캔들 따위에 묻혀버렸다. 마치 아무일도 겪은 적 없는 것처럼. 망각이  반복되는 것이다.

 

 

 

 

 

 

 

 

 

 

2.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대학생들의 조별과제 잔혹사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당면한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마치 70억 인류의 조별과제 처럼 느껴진다. 인류의  마음을 한데 모아도 해결이 쉽지 않은 과제다. 하지만   인류의 위기조차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도구로 삼고, 기업가들은 돈을 벌 기회로 여긴다. 이런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갈라치기로 인해서 사람들은 계속 분열하고 결국 죽을 수 밖에 없는 결말로 향하는 것이 아닐까.  문득,  지금 우리가 민주주의 라고 부르는 것이 인류의 위기를 해결하는데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히어로를 기다려야 하는 걸까. 실제로 영웅이 나타나 다스려 주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바라는 영웅은 대부분 자신이 가진  힘을 남용하는 독재자의 결말을 맞이했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서로 같이 식사를 하고 손을 잡고 기도하면서 최후를 맞이한다. 처음 그 장면을 보았을 땐 신파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영화를 보면서 생길 수 있는, 나와 비슷한 의문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감독 나름의 대답이 아닐까 싶다.  같이 밥을 먹고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뻔한 시간들. 하지만 그 시간들이야 말로 각자의  알고리즘속에서  빠져나와  공통감각을 찾아나가는 순간일 것이다. 지구를 위기에서 구하든, 아니면 같이 멸망하든,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댓글 6
  • 2022-10-12 15:26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생각이 있는 대통령!

    생각의 다양성을 인정하라는 말은 요즘은 사양하고 싶다

  • 2022-10-13 22:09

    예외상태의 예외성

    -바람핀 남편에 대해서-

    기후의 위기, 정치의  붕괴, 관계의 균열

    어긋나고 무너져내리는 일상이 지속된다면,

    전시체제와 다름없이

    우리는 예외적인 상황에 놓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무리 비상상황이라고 해도,

    종말이 임박했다고 해서,

    그렇게 대놓고 바람난 남편을

    다시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할까?

    죽음 앞에서는 바람난 남편도 돌아오는건가?

    예외적 상황이 지속된다면,

    순순히 받아 들여야 하는 것들이 늘어나겠지.

    슬슬 감수성이 떨어지고

    가스라이팅 상태 처럼 무기력해질지도 모른다.

  • 2022-10-14 10:13

    스피디했던 영화.

    자극적이었던 장면이 많아서 다시봐야할것같았는데…;;;; 결국 봇보았어요 ㅜㅜ

    저 순간이 오면 나의 선택은? 

    정말 무섭고 가슴 먹먹했던 장면이었내요

  • 2022-10-14 18:52

    이영화를 2회동안 보면서 기후위기에대한 메세지를 알고보는것과 모르고보는 것 의 차이가 크다  이는 지금 현제우리사회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과 알고 행동하는 사람 의 차이와유사하다  최근에도 기후위기의 효과는 목전에두고무시하는행동은  마치 목에 칼이들어왔지만 무시하는 것과 유사하다 

    최근 과학자들이 파업에나서고있다.  이유는 기후위기에 대한 정치인들과 시민들이 자신들의 경고를 무시해서 파업시위중이다.   언제까지 무한한 무시는 못한다 누군가가 죽으면 고쳐지는 사회는 더이상 못참겠다.  피해자가 안나오고 고쳐야한다. 

  • 2022-10-14 19:50

    혜성과 충돌하여 과연 지구가 멸망할까. 설마했는데.. 너무도 현실적이고 끔찍한 재난영화.  6개월 뒤에 지구가 멸망한다면 지금 당장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더 많이 표현하자. 사랑한다고.

  • 2022-11-07 22:38

    영화의 시작, 재난의 시작이었다.
    아니, 그때는 그걸 발견한 시점이었을 뿐
    혜성의 궤도는 이미 지구를 향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몇 만 년 전 아주 작은 우주 먼지로 인한 작은 차이가
    결국 혜성이 지구로 향하게 했을 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 그것을 언제 발견했느냐가 아니라
    발견한 후 그것에 대한 논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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