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문학 여섯번째 후기-이웃집에 신이 산다

2021-11-09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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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에 신이 산다 ㅣ 자코 반 도마엘 감독 ㅣ 헝가리 ㅣ 115분 ㅣ 2015

 

영화를 보고 난 다음 우리의 반응은 격하게 둘로 나뉘었다.

기립 박수를 치며 너무 재미있었다는 분들과 너무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먼저, 너무 어렵다는 분들은 엽기적이고 이상하다는 표현을 하였다. 표현 방식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나는 영화의 1도 아닌 0도 모르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말하는 ‘롱테이크’(이 영화는 아니고 토리노의 말)기법이나 색감 이런 것들은 잘 모르겠다. 그렇기에 말 그대로를 옮기자면, 노란필터를 입힌 듯한 색감과 CG를 사용한 촬영 기법이 이상하기 때문에 의미나 메세지 혹은 스토리에 집중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팔이 한쪽 없는 여성, 고릴라와의 사랑 등등 소수자나 여성의 이야기들을 다룬 듯 느껴졌는데 스토리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냥 이미지에 따라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이 기발하면서도 이상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끝났을 때 ‘뭐지?’ 했다고.

‘영화는 원래 그렇게 이미지에 따라가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어렵고도 의미심장한 질문을 남기며 우리의 이야기는 또 전환되었다.

 

또 불편했던 점은 화자는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능동적 행동은 남성의 시선이고 그로인해 여성을 대체적인 존재로 보여주는 것 같다며 한쪽으로 치우친 관계의 설정이 불편하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는 난폭하고 가부장적인 남자 신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하느님)으로 등장한다. 마지막에 신의 아내(여신)가 세상을 리셋 하며 평화와 사랑, 아름다움의 상징인 듯한 꽃들로 세상이 뒤덮히며 끝난다. 이를 시작으로 패미니즘 적인 요소가 많이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가 임신을 한다던지, 마지막에 여신이 세상을 리셋하며 사랑으로 뒤덮힌 듯한 세상을 보며, 너무 극단적인 설정과 이분법적일 수 있는 패미니즘의 설정이 불편하다고 했다. 그리고 기존 성서의 12사도에 6사도가 에아의 사도가 되며 그들이 이야기를 다루는데, 짧은 시간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느라 깊이 있게 풀어내지 못해 스토리에 집중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다.(그리고 이 사도들의 이야기가 글이 아닌 그림으로 표현되고.. 이런 의미에 대해서도 얘기가 길어질려고 했는데.. 나의 집중에 한계가 다되었어서... 정리 생략.)

 

반대로 나는 이 영화가 재미있었다. (나의 이야기 속에 재미있었다는 분들의 이야기가 녹아 들어가길 바라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자각하게 하라’는 J.C의 조언으로 에아(신의 딸)는 인류에게 죽는 시간을 전송한다. 나는 이 사건이 머릿 속에 깊게 남았다. 신은 이 사실을 알고 ‘죽는 날을 알면 누가 개고생 하겠어? 자기 하고 싶은 거 다 하지’분노하며, 이로써 자신의 권력을 잃어버려서인지 난리가 났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죽음의 인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참샘은 죽음을 깊게 인식했던 적이 있었다고. 그로인해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고. 하지만 죽음을 우리가 인식한다고 하여 달라질까? 하는 다른 분들의 질문과 함께 죽음의 인식에 대한 토론이 오갔다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나의 죽음을 인식하게 된다면 나는 어떨까? 질문하였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살까? 아니면 변함 없을까? 나도 모르는 답답함에 대해 무엇이 나를 그리 가두고 있는지 파고들며 문을 부수고 나갈 수 있을까? 죽음의 인식을 통해서? 그래,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맘대로 살아봐? 맘대로가 뭔데? 그리고 꼭 죽음이라는 매개체만이 나로 인해 사유하게 하는거야?? 뭐 막 던졌다. 그런데 세미나를 하다 보니 나는 죽음이 나와는 딴 세상 이야기인 듯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렇다. 나는 죽음을 인식해 본적도, 그렇기에 그에 대해 사유를 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렇기에 막연한 물음표만을 그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예술은 죽음에 저항하는 유일한 것입니다’(사유 속의 영화, 문학과 지성사, 324페이지)

죽음에 저항한다는 의미가 죽음의 시각을 알림으로써의 죽음에 대한 저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저번 시간에는 예술이 잊혀지지 않기에 죽음에 저항한다.. 는 토론도 하였기 때문에도 조금 헷갈리고 어려운 문구이다. 청량리 샘은 삶과 죽음에 대한 유쾌한 성찰로 이 영화를 골랐다고도 하는데 죽음에 대한 질문을 생각하다 보니 이 문구가 떠올랐다.

 

이 영화에서 에아는 사람들 내면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나또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내 내면의 음악이 있는데 너무 많은 사유, 편견, 요소들로 인해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살기에 이 소리에 귀기울이고 싶다는.. 이런 막연한 생각들이 영화로 표현되고 공감되어 나는 요즘 영화보는 재미가 쏠쏠하면서 동시에 많이 힘들기도 하다. 영화 이야기가 오가며 우리는 ‘나는 왜 영화를 보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막연하게 지나가는 나의 삶과 생각들의 일부분들이 영화를 통해 공명(공감)되거나 투사된다. 그 막연함을 또 막연하게 넘어가고 있는데 영화가 콕 찝어서 이야기의 소재로 삼는다. 그럼 나는 다시 한번 표현된다. 울음이라는 감정 혹은 박수를 치며 통쾌해 하거나 혹은 어떠한 리액션이 나온다. (스피노자의 수동적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그리고 생각하거나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여전히 지금의 나는 또 현실 속으로 막연하게 들어가고 영화의 소재는 잊혀지겠지만, 여운이 깊게 남아있는 영화도 있고, 영화를 보고 공명되는 그 순간만큼은 그 막연함에 깊게 다가가는 것 같아서 좋은 것 같다. 이제 막 영화라는 장르에 한발짝 떼는 정도이고 이 순간을 더욱 깊이 있게 나의 것으로 만드는 어떠한 과정(에세이?)이 행해진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건 나의 몫이겠지?

 

종교적 사춘기를 보내고 있어서인지..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며 착한 잔소리하는 것 같은 신을 분노의 신, 질투와 폭력의 신으로 표현하고, 나의 짜증과 분노도 신이 만들어낸 법칙일 수 있다는 표현들. 남자의 임신, 동물과의 사랑 등등 나한테는 일어날 수 없을 듯한 일들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며 통쾌함을 느끼게해주었다. 동시에 그럼에도 결국은 사랑으로 세상을 뒤덮으며 '어떤 사랑'을 또 운운하는 이 영화가 나는 통쾌하고 웃겼다.

댓글 7
  • 2021-11-09 06:40

    육아로 고단한 하루 보내고,  골아 떨어질 시간에, 졸린 눈 비벼가며, 후기를 올렸을 유에게, 큰 박수 보냅니다! 👏 👏👏👏

    • 2021-11-10 12:54

      약간의 프레셔가 있지만 애들 자고 혼자만의 시간은 힐링~^^

  • 2021-11-09 14:16

    시원 시원한 유님의 후기도 영화 처럼 통쾌해요!
    유님과 함께  영화볼수 있어서 참^^ 좋네요~

    • 2021-11-10 12:54

      저도 좋아요~^^*

  • 2021-11-09 21:23

    어쩌면 우리는 매일 순간 죽고 있지않을까요?

    유의 후기를 읽으며 든 생각입니다. 지금의 나에게는 지금의 순간만이 살아있는 거라면 나는 지금, 지금, 지금들에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라는 생각이 들자 벌떡 일어나 앉았습니다. ㅋㅋ

     

  • 2021-11-10 01:00

    영화인문학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보기를 하고 있는 you~~ ooo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을 관찰하고 있는듯~

    후기 올라온 걸 알면서도 이제서야 읽으며 하트를 날려봅니다^^

    Hey! 믓찌다믓찌다ㅋㅋㅋ

  • 2021-11-11 08:10

    하하, 예전 <필름이다> 시절, 청실장이 스피노자를 보고 뿅 갔을 때 청실장은 <신전>을 기획했었습니다. 

    그 때 본 '신에 관한 영화' 중 이 영화도 있었죠.

    제가 리뷰도 썼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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