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영화인문학시즌1] 5주차 : 내.신.평.가#4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띠우
2022-05-29 21:10
121

 내.신.평.가 #4(내가 고른 이 장면을 말하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1988)

 

 

초반 흑백장면을 페파가 꾸는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분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닌가 싶어져서 다시 보았다. 말씀들처럼 이반이 이전까지 더빙했던 영화들 속에서 했던 대사들인 것같다. 떠돌아다니는 사랑의 세레나데, 그리고 이어지는 페파의 더빙장면은 남녀가 헤어지는 상황이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지만 여기서 페파는 기절한다. 이반에게 버림받은 정신적 충격과 임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더빙 대사가 이렇다.

 

남; 여기 마셔.

여; 목 안 말라요.

남; 잠드는 데 도움이 될 거야.

여; 벌써 해봤는데 도움 안 되던데요.

남; 얼마나 많은 남자들을 잊어야했지?

여; 당신이 기억하는 여자들만큼.

남; 가지 마.

여; 꿈쩍도 안 했어요.

남; 좋은 말 해봐.

여; 뭐라고 하면 좋겠어요?

남; 거짓말 해줘, 늘 기다려왔다고.

여; 늘 기다려 왔어요.

남; 내가 돌아오지 않았으면 죽었을 거라고 말해.

여; 당신이 돌아오지 않았으면 죽었을 거에요.

남; 내가 당신을 사랑하듯 아직 날 사랑한다고 해.

여; 당신이 날 사랑하듯 여전히 당신을 사랑해요.

남; 정말 고마워

 

페파는 왜 기절했을까. 영화에서는 거짓말 대왕이 아버지들로 상정되어 있지만, 페파 역시 자신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장면이란 생각이 든다. 그녀는 자신이 하는 말이 자신의 진심이라고 생각했지만 더빙장면처럼 누군가의 말을 그저 따라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것을 우리가 놓치고 있다는 것을 감독은 90여분동안 정신없이, 정말 정신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댓글 4
  • 2022-06-01 19:37

    제목처럼, 영화를 본 지 10분도 되지 않아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이었다.

     

     

    페파의 분노는 개연성이 충분하다. 갑자기 떠나간 연인은 이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었다. 끊임없이 새로운 여자로 옮겨 다니며 거짓말을 일삼는 남자에게 페파는 연연해하지 않고 쿨하게 헤어진다.

     

    남자를 다른 여자에게 멋지게 보내버린 주인공에게 시원함을 느꼈지만, 영화의 이 장면을 다시 보니 이젠 뱃속에 있을 아이에게 신경이 쓰인다. 만약 이 아이가 세상에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오롯이 남을 어머니와 아이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너무 나가는 것이겠지만)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어머니의 고단함과 불안을 흡수하며 자란 아이들을 매년 만난다. 자신의 몫보다 훨씬 무거운 삶을 일찍부터 살고 있는 아이들. 불안과 초조와 원망을 전가 받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나는 묻고 싶다. 누구의 잘못이냐고. 물론 혼자서도 아이를 훌륭하게 잘 키운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의 욕망으로 인해, 해소되지 않은 불안과 원망을 먹고 자란 아이들의 삶은 결코 무난하거나 담담하지만은 않다. 영화의 쿨한 결정만큼 현실은 쿨하지 않을 수 있다.

     

    영화의 마지막은 무책임한 남자와의 사랑보다 여성들의 연대를 지지하며 끝난다. 현실적인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이 여성들의 연대로 충분히 메꿔질 수 있을까. 없느니만 못한 아버지는 정말 없는 게 나은 걸까. 여성 연대의 판타지가 어쩌면 육아에 대한 남성의 무책임에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사랑이란 감정에 휩싸이고 벗어나며 그것의 판타지를 인정했듯, 출산과 육아의 회오리를 겪고 보니 육아에 대한 판타지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이야기가 너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서 죄송. 제가 요즘 어찌할 수 없는 상처로 가득한 아이들을 너무 많이 만나서 그런가 봅니다.

  • 2022-06-02 00:08

    ?src=http%3A%2F%2Fblogfiles.naver.net%2FMjAyMTAxMTdfMjky%2FMDAxNjEwODg4NDA3NTA1.LiOSoBJo2OhcSvFbrw6uvSL2qCn3xxWNzDEdoVQwZg8g.kLwVg51nJ_PCJPUWu3spxAcxVzsdTss17qcipklTuKsg.PNG.danny9428%2FK-094.png&type=sc960_832

     

    이 영화에서 '아버지' 혹은 '남자'라는 대상에 대해서 어떻게 말해야할까. 영화의 조명은 '남자가 떠나간'이라는 상황 아래에서 연대를 만들어가는 이들을 비춘다; 페파, 카를로스, 카를로스의 엄마, 페파의 친구, 심지어는 카를로스의 여자친구까지도, 등장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삶에서 '남자'(그것이 아빠로서의 남자이든, 연인으로서든 간에)가 떠나버린 상태이다. 그리고 관객들은 이러한 남자의 부재가 이미 시작되고 난 후 어느 시점에 들어오게 된다. 이는 감독의 다른 영화, <내 어머니의  모든 것>에서도 같은 형태를 띤다. 여기서 정작 연대의 중심이 되고 있는 남자들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이와 같은 반복된 주제들을 통해서 등장하는 남자들을 비추지 않음으로서 이들을 단순히(연대하는 이들을 부정적이게 만든, 즉)'나쁜 인간' 취급하려는 듯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좋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감독인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이 남자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말하고 있는 것일까. 이 사람들은 어떤 범주 안에 있는 것일까, 영화를 보고 나서 혼란스러워졌던 것 같다. 비록 페파는 자신의 전 '남자'를 사력을 다해 살려주지만, 그 뒤 그를 떠나는 그녀의 모습은 이젠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쿨하다. 어쩌면 영화는 여성들의 연대가 아니라 복잡한 관계들을 보여주려고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방금 전까지도 애타게 찾았지만, 한순간 증오로 바뀌고, 다시 어느 순간 그를 살리러 죽을 듯이 공항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다시 떠난다. 아마 페파는 다시 다른 남자를 만날지도 모른다.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적도 아군도 아닌' 관계 안에서 이들 모두가 계속해서 살아가지 않을까.

  • 2022-06-03 19:39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네 번째 내신평가는,

    이반을 죽이려는 루시아를 저지하기 위해 공항까지 쫓아가서 극적으로 루시아를 막아내고 페파가 이반과 작별을 고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왜??? 이반을 죽이기 위해 가스파초에 수면제까지 탔던 그녀가 루시아로 부터 이반을 구해내야 했을까?

    삐딱하게 보면 영화는 줄곧 페파가 이반에게 작별을 고하는 순간으로 다다르기 위한 전희의 장치로 보인다.

    그에 대한 집착으로 불어난 불안이 이미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페파는 분명

    무의식적으로 이 사랑의 끝에 대해 예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여기저기 들쑤셔댄 관계 속에서 ‘회피’가 습관이 이 남자, 이반은 페파를 똑바로 마주보고 이별을 말할 깜냥 조차 없다. 전화기가 터지도록 페파는 이반의 연락을 기다리고 연락을 시도하지만, 페파의 목소리, 페파의 짐짝 앞에서 조차 그는 삼십육계 줄행랑이다.

    ‘페파의 이반에 대한 집착’은 이제 ‘페파식으로 작별을 고하는 것’의 집착으로

    전이되고 있는 듯 보인다.

    그토록 기다리던 ‘작별을 말하는’ 순간이 끝나고 페파는 또다시 졸도하는데,

    마치 긴 전희 끝에 도달한 정점으로 보인다. 이제 새로 시작할 때다.

    관계 속에 무심코 떨어진 작은 불신이 그 관계 전체를 잡아먹을 때가 있다.

    때론 애초에 메꿀수 없다는 걸 알면서 시작하는 관계도 있다.

    하지만, 어찌 됐던 그 관계의 마지막 페이지는 내!가!직!접! 써내려가고 싶은 심정이랄까?

    나는 페파의 마지막 작별에서 그 걸 본 것 같다.

     

  • 2022-06-04 08:36

    이게 문제의 가스파쵸(스페인어: Gazpacho)다.

    페파(카르멘 마우라)는 이반(페르난도 길리엔)이 오면 먹일 생각으로 가스파쵸를 만든다.

     

    가스파초는 차갑게 먹는 스페인 수프. 한국음식 중에서 냉국과 비슷하다.

    섭씨 40도를 넘는 따갑도록 뜨거운 한여름을 스페인 사람들은 가스파초를 먹으면서 넘긴다.

    이제는 스페인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여름 음식이 됐지만 말이다.

    스페인에는 지역마다 집집마다 서로 다른 다양한 가스파초가 존재한다.

     

    레시피는 의뢰로 간단하다.

    여러 가지 채소를 잘게 썰거나 갈아서 마늘을 조금 넣고 식초를 섞어서 만드는데,

    익히지 않고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 두어 차갑게 하여 마신다.

    또는 여기에 빵을 잘게 잘라 넣어서 걸쭉하게 만들어 먹기도 한다.

    재료는 토마토 4∼5개, 양파 2분의 1개, 오이 1개, 빨간 피망 1개, 마늘 1쪽, 식빵 2장과 약간의 완두콩 등이다.(1인분 기준)

    (위키백과 참조)

     

    문제는 페파가 여기에 다량의 수면제를 넣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카를로스(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약혼녀 마리사(로시 드 팔마)가 먹고,

    다음엔 수사를 위해 찾아온 형사들과 전화기를 수리하러 온 수리공이 먹고 깊은 잠이 든다.

    덕분에 이반을 죽이려던 루시아(줄리에타 세라노)를 공항에서 잡을 수 있었다.

    영화에서 사건 해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이 가스파초가 해 준 셈이다. 

     

    더운 여름날이 일찍 찾아온다는 뉴스가 들린다.

     

    나도 시원한 가스파초 한 잔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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