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기행 : 두번째 세미나 후기

천유상
2022-07-19 21:58
159

1.세미나를 시작하며: 고대인의 글쓰기. 지루함에 대하여

이번주도 역시 읽기가  다소 지루했고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시작했다. 나의 경우, 지난주에 <이탈리아 기행> 책이 가진 의미(꾸준한 기록이 가진 의미, 사물을 바라보는 열린 시각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함께 나눈 것이 책의 뒷부분을 읽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지루했지만 그것을 참고 집중하며 읽어가는 과정을 거친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비록 발제를 해야한다는 의무감 때문이긴 했지만).  이 책의  지루함과 어려움은 괴테의 시대가 우리와 너무 동떨어져서일까? 하는 물음에 겸목샘은 고대인(괴테의 이 글이 거의 200여년전의 글임을 감안할 때) 의 감성이 현대인에게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으며, 고대의 비선형적 글쓰기는 현대인에게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근대적 글쓰기는 고대의 글쓰기에 비해 다소 인위적인 면이 있고 때문에 오히려 고대인의 글쓰기 방식이 때로 현대인에게 자유로운 맛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짚어주었다. 나는 아직 고전이라 칭해지는 글을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확 와닿지는 않았지만 단순히  '지루해'가 아닌 새로운 관점으로 글을 읽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2.  그리고 우리는 재숙샘의 발제를 보며 몇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1) 배

괴테는 나폴리에서 시칠리아까지 배를 타고 가며 심한 뱃멀미에 시달린다. 그는 자신의 몸이 바다로 둘러싸여본 경험에 관해 이야기하며 "이 경험이 없으면 세계라는 개념도, 자신과 세계와의 관계도 이해할 수 없다"(373) 이야기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이게 무슨 말이지?' 의아했다. 이어지는 겸목샘의 설명. 괴테 시대에는 엔진이 없었기에 배는 오로지 바람에 의지해 나아가야 한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배가 멈출 후도 있고, 완전히 딴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는 예측 불허의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곳이 바다였을 것이다. 뱃사람은 어디에서 어떻게 죽을지 예측할 수 없는 순간, 즉 인간의 유한함을 보여주는 존재일 수 있다. 나는 겸목샘의 설명을 듣고 괴테의 이 구절을 이해할 수 있었다.

(2) 괴테의 호기심

괴테는 굉장히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어떤 사물이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그는 그런 호기심과 관찰력으로 인해 대가가 될 수 있었지만 우리는 모두 괴테와 같은 사람과 여행하면 무척 피곤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냥 분위기를 느끼는 것만으로, 그저 쉬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3) 스승

괴테에게는 리더에셀이라는 존경하는 스승이 있었다.  우리 각자에게는 어떤 스승이 있을까?  코투샘은 함께 일하는 동료분을,  재숙샘은 존경하는 분(성함을 잊어버렸습니다ㅠ)의 성함을 이야기해주셨다. 나는 나에게 항상  '괜챦은 사람'이라며 나를 존중해준 어떤 선생님을 추억하였다.  새삼 나에게 그런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이었다. 

 

3. 겸목샘의 정리

 겸목샘은  <이탈리아 기행 2>까지 읽으셨다!!! (와~!!) 그리고 우리에게 2에서 읽었던 부분 중 몇 가지를 짚어주셨다.

(1) 괴테는 아마도 '오디세우스'가 한 여행을 상상하며 '이탈리아 여행'을 떠났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 속 오디세우스는 전쟁을 끝내고 집으로 귀향하는 길에 바다를 떠돌며 여러 모험을 한다. 그리고 그 모험을 통해 자신을 알아간다.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은 여러 경험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귀향의 모험을 한다는 점에서 오디세우스의 여행과 비슷하다!

 

(2) 오디세우스는 여행의 과정에서 공주인 나우시카를 만나게 되고, 공주와 살 수 있었지만 끝내 그곳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다.  왜?? 오디세우스는 이름이 없는 안락함보다는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서의 행복'이 더 중요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세상 속에서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서 존재감을 느끼며 살 때 행복하지 않을까??  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하마샘이 노후에 이탈리아에 가서 살까 하며 이야기했을 때 겸목샘과 코투샘은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살 수 있을까? 하고 물었다. 그리고 하마샘은 정말 씩씩하게  '잘 살 수 있어!' 하고 이야기했다. - 지금 이탈리아의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과 빈 집이 많다는 것, 그렇지만 일을 하지 않고도 먹고 살 만큼의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까지^^!

 

(3) 괴테의 남방에 대한 언급에는 그 시대 북방 사람들이 흔히 가졌던 편견(예: 남방 사람들은 게으르고 지저분하다 등)은 없어 보인다.  북방에서 소위 부르조아로 불렸던 지식인들 (발터 벤야민 등)은 오히려 남방 문화에서 보이는 개방적인 모습(예를 들어, 나폴리 지방의 집에는 문이 없어 안이 다 들여다보인다)과 변칙적인 모습에 해방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여행이 괴테에게, 또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독일로 떠날 때 그와 동행했던 티슈바인, 크니프(크니프에게는 커피 한잔을 선물로 준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같이 여행을 한 사람에 대한 고마움이 괴테에게는 남았다. 괴테는 고독함을 쫓았지만 그의 곁에 항상 동행하는 동료가 있었듯, 여행은 고독한 과정이기도 하지만 관계에서 동떨어진 고독은 없는 것 같다. 사람에 대한 신뢰, '내가 어떻게 해도 괜챦구나' 하는 사람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여행도 가능하다. 사람을 알아가고 사람을 신뢰해가는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여행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2주 후 평창에서 글을 써야 하니까 이제 곧 각자의 글쓰기 주제를 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창에서의 온돌방이 너무 좋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다. ^^ (온돌방에 꼭 누워보고 싶다!)  글쓰기를 통해 조금씩  나를 돌아보고 정리해갈 수 있다면 그래서 조금씩 치유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댓글 5
  • 2022-07-20 09:28

    저에겐 유상샘의 요즘심사도 이번셈나의 메인이었어요! 이번 글쓰기에서 복잡한 마음을 하나씩 들여다봐봅시다~

  • 2022-07-20 09:40

    유상샘의 자세하고 일목요연한 후기 감사합니다^^. 200년 전 사람의 지루한 글쓰기를 인내하며 끝까지 읽고 공감을 끌어낸 샘들께 경의를~ 아울러 저의 산만함과 짧은 인내력엔 너그러운 용서를..ㅎㅎㅎ 

  • 2022-07-20 09:45

    저 참석 못 했지만 유상샘 후기로 그날의 수업을 상상해볼 수 있었어요. 이제 슬슬 글쓰기 타임이네요~따로 또 같이 돌아보고 정리해보고 나눠보아요!

  • 2022-07-20 14:38

    자세한 후기 고맙습니다.

    고독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어요.  아직 고독이 두렵고 불편하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저는 고독이 괴테의 경우처럼 우리에게 큰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고독한 느낌이 찾아오면 대부분 피하고 싶고, 지루하게 여기고,  불편해 하지요. 그렇지만 고독한 시간을 잘 보내고 나면  자신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고독은 자신과 대면하는 귀한 시간인 거죠. 

    괴테처럼 여행지에서 우리는 그런 시간을 갖을 기회가 더 많은 거 같아요. 그게 여행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요.

  • 2022-07-21 20:52

    고독에  대한 생각이 저는 아직 정리가 잘 안된 것 같아요. 우선 두렵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재숙샘의 이야기를 깊게 잘 생각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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