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짠단짠글쓰기 시즌2] 나를 부르는 숲

하마
2022-06-26 21:37
100

나를 부르는 숲   - 산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에 끌린다-

산행을 위해 준비하는 마음은 다들 비슷한 것 같다. 매끈하게 정리되어있는 도심에서 거칠고, 예측이 어려운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두려움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익숙한 환경을 벗어난다는 것도 하나의 원인일 것이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은 선뜻 산으로 발길을 옮기기를 꺼려 한다. 브라이슨은 이러한 생각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고 있었고 읽어가는 동안 내가 산행을 준비하는 착각이 들었다.

산에 가기 위해 좋은 신발을 준비하고 가벼운 배낭과 사용하기 간편하고 편리한 물품들은 하나씩 준비해나가는 모습은 예전의 나의 모습과 너무도 같았다. 산에 가는 설렘과 산행 중에 발생할지 모르는 불편함을 최소화하고자 주변의 조언에 따라 물품을 구매하게 되고 생각보다 많은 제품군과 가격에 따른 미세한 차이에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또 고민하다 매장 직원의 설득으로 결국 과도한 금액을 순식간에 결제하는 과정들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너무도 상업적인 환경들이 낯설지 않았다. 무언가를 필요로 하고 그것을 구입하려고 하면 생각한 필요보다 과하고 끊임없이 연결되는 소비적인 서비스들이 제공된다. 배낭을 사면 그것을 묶기 위한 끈을 자동으로 구입해야 하는 강요되는 선택들….

실상 산에서는 이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무거운 짐을 들고 낑낑대며 산속에 들어가서야 알게 된다.

산에서는 도시에서처럼 깔끔하게 지낼 수 없다. 일차적으로 몸이 움직이면 땀은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땀을 막을 방법은 하나도 없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허락되지 않는다. 걷기 시작하면 숨이 차고 어깨는 무거워지고 땀은 미친 듯이 흘러내린다. 돌아갈 수도 없다 그냥 걸어야 한다. 지고 온 짐들이 미워지기 시작하면 하나씩 꺼내어 버릴 궁리를 한다. 일단은 먹을 것을 먹어 치우고 그래도 무거우면 무리 중에 힘이 있어 보이는 동료에게 넘겨버린다. 그리고 점점 도시에서 가져온 정갈함은 사라지고 땀으로 내려앉은 머리, 젖어버리는 옷, 끈적거리는 몸, 무거운 다리 등으로 점차 정신이 혼미해진다. " 내가 왜 산에 온다 했지?" 후회가 시작된다. 하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정신이 명료해지고 다리도 가벼워진다. 이런 순간이 오면 산행은 즐거워진다. 도시에서 갇혀 있던 몸이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물론 모양새는 점차 꼬질꼬질하게 변해가지만, 정신은 선명해지고 차분해진다. 산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이러한 느낌을 알게 되면 주기적으로 산을 찾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땀이 나거나 산에서 느껴지는 습도가 싫지만, 그것은 잠시 동안이다. 일단 산은 자기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공평하게 대한다. 차별은 없는 것이다. 출발하기 전에는 산이 주는 웅장함에 압도되지만 일단 들어서면 아늑해진다. 산이 안아주는 것처럼 안정이 되고 점차 익숙해진다. 바쁘고 정신없는 도심의 생활은 점점 별개의 세상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산에서 느껴본 감정과 눈으로 본 광경의 정보 덕분인지 책을 읽는 내내 영상이 펼쳐지는 경험을 했다. 그것도 4D의 영상. 브라이슨은 본인의 생각과 보여지는 현상을 자세하고 친절하게 기술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내가 그들과 같은 일행으로 산행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 번도 미국의 산에 가본 적은 없지만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산의 이미지가 생성되고 심지어 나무 향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카츠가 스릴러 영화에 나오는 악역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으로 책장을 넘겨 갔지만 불규칙한 생활 방식에서 점차 배가 나오게 된 평범한 아저씨였고 여자를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는 몇 가지 행동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왠지 흔히 보는 동네 아저씨 같은 친숙함을 느끼게 되니 이 여행은 한결 즐거워졌다.

뚱뚱한 두 사람이 산행을 하며 배가 들어가고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보며 내 몸도 그렇게 될 것 같았다. 그것은 간절한 바람이다. 그 바람을 위해 산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내내 하게 되었다.

여행 중에 나오는 나무에 관한 이야기, 숲을 보호하지 않는 국립공원관리국 이야기, 트레일을 오가는 방문객들, 가끔 들려 필요를 채우는 도시에서 느끼는 것들을 보며 순간적으로 우리나라 이야기인가? 하는 착각도 들었다. 그래서 더 책 속에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정보들을 산행 과정 중에 무리 없이 섞어 놓다 보니 내 사고도 따라 흘러간 것이다. 처음에는 소설인가? 하다가 오! 이건 학술지인데? 하며 브라이슨의 해박함에 감탄도 하며 1부를 읽어갔다.

이런 여행기는 처음이다. 물론 여행기를 많이 읽어보지 않았다. 예전에 유명하다는 몇몇 여행기를 읽어보려고는 했지만, 솔직히 너무 따분해 읽다가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어 에이 그냥 가보자 하고 책을 덮어버린 기억이 간간이 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냥 읽어졌다 발제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만은 아니었다. 책을 펼치고 얼마 되지 않아 그냥 산으로 들어가 버려서 나오기가 싫었다. 오후의 일정으로 가평을 가야 했지만 책장을 넘기는 것을 멈추기는 싫었고 점차 약속은 기억의 뒤편으로 넘어가 버리고 출발하고자 하는 의지마저 사라졌다. 그렇게 모든 현실을 잊고 좋아하는 오렌지색의 쿠션에 몸을 파묻고 하루종일 책을 보며 너무 행복했다. 빠른 시일 내에 산에 가야겠다.

댓글 2
  • 2022-06-27 06:18

    하마님 발제~좋았어요!

  • 2022-07-04 20:35

    그날 잘못 올려서 지금이라도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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