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2회차 후기

황재숙
2022-06-20 10:31
138

 

 

오늘은 단짠단짠 글쓰기 시즌2 멤버가 모두 모인 가운데 『여행의 기술』 Ⅵ,Ⅶ,Ⅷ,Ⅸ장의 내용을 갖고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지난 목요일 퇴직한 먼불빛 샘의 인사가 있었고, 바로 이어서 책 읽은 소감을 돌아가며 나눴다. 메모 글 발표는 황재숙, 천유상 샘이 했다.

 

여행 안내자로 고흐와 러스킨이 나와서 그런지 여행 이야기 못지않게 미술작품과 전시회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우리는 유명 화가를 그의 대표작만으로 기억하기가 쉽다. ‘고흐’ 하면 ‘해바라기’를 떠올리는 것처럼. 겸목샘은 피카소미술관에 가서 그의 습작기 작품부터 대표작까지 전체를 본 다음 피카소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 사진전도 볼만하다고 소개해 주었다. 엄청 큰 사이즈의 거스키 사진 앞에서 새로운 것을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대상과 관찰자 사이의 거리가 달라질 때 보이는 것도 달라진다. 하마샘은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전시회를 찾아가고, 위로받았다는 마음이 들면 그것으로 충족감을 느낀다고 했다. 나래샘은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회에 다녀온 기억을 떠올려주었다. 「그랜드 캐년」 그림 앞에선 두통이 사라지기까지 했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다.

 

고흐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 그의 작품이 처음에는 좋아했는데 점차 무섭게 느껴졌다는 이야기, 15개월 동안 믿기지 않을 만큼 많은 작품을 그린 것에 대한 놀라움, 쉽게 그린 줄 알았는데 대상을 선택해서 진실을 보여주려는 마음으로 그렸다는 말에 받은 감동, 밤은 낮보다 색깔이 훨씬 더 풍부해……잘 보면 어떤 별들은 레몬 빛 노란색이고, 어떤 별들은 분홍색, 또 녹색, 파란색, 물망초색으로 빛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 내가 굳이 나서지 않는다 해도, 그냥 짙은 남색 표면 위에 하얀 점들만 찍어놓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사실은 분명하잖아.”(253). 이 외에도 고흐 이야기는 한참 더 이어졌다.

 

잘 보는 것과 관련해서 디테일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러스킨이 말한 장바구니에 걸린 작은 파슬리를 우리는 볼 수 있을까? 『기생충』을 만든 디테일에 강한 봉준호 감독 이야기도 나왔다. 작품 속 ‘반지하 방’을 상품으로 소비하는 여행자들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여서 천천히 관찰하고 자신이 본 것을 써야 한다. 단지 관찰에 그쳐선 안 되고 그 결과 자신이 알게 된 것, 해석을 담아야 한다는 겸목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소주병 관찰 사례가 재미있었다. 통념적인 글을 쓰지 않으려면 관찰해야 한다. 결국 글쓰기는 디테일의 양으로 드러난다.

 

여행 이야기로 돌아와서 위로와 해방감을 느끼고 싶어 여행을 떠나지만 그 시간은 너무 짧고 돌아오면 다시 지난한 일상이 반복된다. 그래서 여행과 일상 사이의 괴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지금은 일상의 소중함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와 안나푸르나에 가서 위로받고 싶은 두 마음을 같이 갖고 있다는 천유상 샘 이야기. 여행은 여유다.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을 때 여행을 떠난다는 하마 샘. 아직은 사막이나 거대한 산 같은 곳에 가서 숭고함을 느끼고 싶진 않다는 겸목 샘은 칸느 영화제가 열리고, ‘고흐의 길’이 있는 프랑스 남부를 여행지 목록에 추가했다. 내래 샘은 실제로 그랜드 캐년에 가면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랜드 캐년’ 그림에서 받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지 궁금해 했다. 프로방스에 가서 ‘고흐의 길’을 걷는 것과 우리나라에서 ‘고흐전’을 보는 건 어떻게 다를 지 궁금해 한 코투 샘. 나는 외박은 제법 많이 했지만, 여행했다는 느낌은 안 든다는 이야기를 내놓았다.

 

2시간 동안 같은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바람이 한번 불고 지나간 것처럼 나의 머릿속은 깨끗하다. 후기 쓰기는 메모 쓰기보다 더 어렵다.

 

 

댓글 4
  • 2022-06-20 10:36

    재숙샘 후기를 여기로 옮겼습니다. 외박과 여행은 어떻게 다른가? 재숙샘의 질문 신선했어요. 언제고 쉽게 떠날 수 있어, 떠나는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인가 싶다는 말씀도 인상적이었고요. 저는 이제 아이들이 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떠나는 일에 제약이 없어졌어요. 그런데 왜 안 떠날까? 질문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혼자 떠나는 여행을 생각해보는 것이 이번 시즌의 이슈입니다. 여럿이 가는 여행과 혼자 가는 여행은 어떻게 다를까? 정말 다를까? 정말 혼자 가는 여행이 더 좋을까? 따져보아야 할 것들이 많네요. 담주엔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으로 또 이야기 나눠봐요. 그리고! 후기쓰기는 정말 어려워요~ 그래서 글쓰기 훈련에 도움이 됩니다^^

     

  • 2022-06-20 10:37

     

    재숙쌤 덕분에 어제 나눈 이야기들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저는 이번 여행의 기술을 읽고 이야기 나누면서 여행에서 먹고 마시는 일을 주로 즐겼다는 점을 깨달았고 여행은 여행을 위한 장소. 예술. 귀환 등 다양한 요소들의 집합체라는 점을 알았어요. 일상에서든 여행하는 순간이든 익숙한 것을 낯설게보고 낯선 것에서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면 삶에서 생기있고 반짝이는 순간들이 많아지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그리고 겸목쌤 말씀처럼 글 쓸 때에는 디테일에서 승부나니 솔직하게 디테일하게ㅋ

     

    재숙쌤은 일상과 외박여행(?)간의 간극이 크지 않아서, 혹은 일상에서 산에서의 보내는 시간처럼 충만한 순간이 많기에 여행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시는 게 아닐까 했답니다.

     

    후기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 2022-06-20 10:51

    재숙쌤 후기 잘 봤습니다 ~ ^^

    여행이란? '좋아' 라는 단순한 관념에서 마음먹기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들게한 시간이었습니다.

    코르크 마게처럼 둥둥 떠다니는 여행이 아닌 돌고래 처럼 가고싶은 곳을 향해 때론 혼자서 때론 같이 색다른 여행을 즐길 수 있을것 같습니다 ^^

    • 2022-06-20 10:55

      맞다! 코르크 마개!! 이것도 엄청 중요했는데 그새 까먹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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