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1회차 후기

정진우
2022-06-13 14:33
135

   ‘제가 쓰겠습니다!’ 이 한 문장을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이 뭐 그리도 꺼려지는지... 바쁘다는 핑계로 코투샘에게 후기 쓰는 것을 떠 넘겨 버린 것 같아 수업 후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명색이 글쓰기를 배우겠다는 자로서 쓰는 것을 꺼린다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아직 코투샘의 후기가 게시판에 올라오지 않아 큰 마음(?)을 먹고 후기를 씁니다. 곧 정년을 앞두고 바쁜 일로 첫 수업에 참석하지 못한 먼불빛샘 그리고 선주샘을 제외하고 겸목샘을 포함해 7명이 시즌2 ‘여행’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시작했다. 다시 단짠에 합류한 하마샘, 감정세미나에 참석하면서 단짠을 추가한 나래샘 그리고 이번시즌 새롭게 합류한 황재숙샘과 천유상샘, 시즌1을 조촐하게 마무리했던 기억과 달리 시즌2는 많이 풍성해진 느낌으로 시작된 것 같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겸목샘의 오리엔테이션과 함께 이번 시즌에는 우리의 감각을 일깨워 자기의 느낌이 들어간 글쓰기 그리고 사소한 발견에서 풍성한 글로 이어지는 글쓰기를 해 볼 것을 당부하였다. 또한, ‘여행’이라는 주제와 함께 ‘즐겁게 글을 쓴다는 게 뭘까?’를 고민해보고 그렇게 써보는 것이 이번 시즌 미션쯤 되리라 생각한다. 첫 번째로 만난 책은 베스트셀러 작가로 알려진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이다. 코투샘과 내가 첫 발제를 맡았다. 직장인들이라서 그런지 여행의 목적을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는 해방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는 점이 코투샘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래샘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듯하다.

Ⅰ 기대에 대하여

   ‘늘 제기되는 한 가지 문제는 여행에 대한 기대와 그 현실 사이의 관계이다’ 겸목샘은 플라톤의 ‘국가’라는 책으로 접한 그리스의 도시들을 직접방문하고 책에서만 보았던 2500년 전의 모습이 현재에 존재하는 것에 대한 혼돈을 이야기했다. 덧붙여 천유상샘은 신혼여행으로 가게 된 산토리니의 인위적인 관광지 같은 느낌에 실망하고 반대로 옛 도시와 원유적지를 감상할 수 있는 아테네가 오히려 더 좋았다는 느낌을 이야기했다. 이렇듯 여행에 대한 기대와 현실과의 간극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 같다. 그 간극의 우리의 마음 어디쯤에서 유발하는 감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Ⅱ 여행을 위한 장소들에 대하여

   홀로 여행한다는 것, 외로움 등은 저자와는 달리 우리에게 자못 낯설게 다가오는 것 같다. 평소에 혼자서 여행을 많이 해보지 않았다는 겸목샘이 이번에 수목원을 예약했다는 이야기에 약간의 부러움과 꼭 챙겨 가야할 지참물(술의 종류와 용량)에 대해 대화를 잠시 이어갔다. 하마샘은 본인의 에피소드 중 홀로 여행을 가서 숙소에서 술을 먹는 본인을 주인아저씨가 계속해서 힐끔 거리는 시선에 불안했던 감정을 이야기한다. 애드워드 호퍼의 그림에서 느낄 수 있는 쓸쓸함 그리고 고독감을 넘어서 우리가 여행에서 만나는 휴게소, 모텔, 주유소, 기차 등의 장소에서 세상의 이기적인 편안함이나 습관이나 제약과는 다른 어떤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부터 시를 발견한다고 한다. 나래샘이 책의 구절 중 ‘공동의 고립감은 혼자서 외로운 사람이 느끼는 압박감을 덜어주는 유익한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커피숍 등의 개개인으로서 공공장소는 우리의 외로움 혹은 고립감을 희석할 수 있는 이유라는 공동체에 대한 독특한 느낌을 공유했다.

Ⅲ 이국적인 것에 대하여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프랑스 부루주아지의 내숭, 속물근성, 거드름, 인종차별, 오만 등에 불평하며 동양을 동경하며 이집트를 이국적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플로베르의 관심은 혼돈에서 나오는 이국정서, 똥 누는 당나귀의 이국정서, 낙타의 이국정서 등으로 설명한다. 외국에서 접하게 되는 안내판의 단순함과 세속성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관심을 유발하는 것은 이국적 정서에 기반을 둔 것 같다. 세 번째 테마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한 것 같아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Ⅳ 호기심에 대하여

   호기심이라는 네 번째 이야기가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는 다른 매체의 리뷰를 겸목샘이 언급하며 우리는 철학이야기로 잠시 빠졌다. 하마샘은 철학과 같은 원론적인 공부를 일찍 시작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앞으로의 공부 방향을 잠시 언급했다. 삶을 위한 여행에서 니체가 두 번째로 제안한 ‘오래된 건물들을 보며 자신이 완전히 우연적이고 자의적인 존재가 아니라, 과거로부터 상속자이자 꽃이자 열매로서 성장해왔으며, 따라서 자신의 존재는 용서받을 수 있고 또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 우리의 사회와 정체성들이 과거에 의해서 형성되어왔다는 사실에 대한 공감 여부를 이야기 했다.

Ⅴ 시골과 도시에 대하여

   ‘위즈워스는 자연 속에서 살면서 자신의 성격이 경쟁, 질투, 불안에 저항하는 쪽으로 형성되어 갔다고 주장했다’ 자연에서 느끼는 풍경과 더불어 공기가 주는 신선함과 같은 것들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잠시 이야기했다. 황재숙샘은 익숙하더라도 가까운 주변의 자연과 동네를 여행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겸목샘이 인용하여 이야기한 다음 구절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도시의 ’떠들썩한 세상‘의 차량들 한가운데서 마음이 헛헛하거나 수심에 잠겨 있을 때, 우리 역시 자연을 여행할 때 만났던 이미지들, 냇가의 나무들이나 호숫가에 펼쳐진 수선화들에 의지하며, 그 덕분에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의 힘들은 약간은 무디게 할 수 있다.’

 

댓글 2
  • 2022-06-13 21:48

    지난주에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을 찾아봤는데, 오늘은 벨라스케스의 <실 잣는 여자들>을 검색해봤어요. <여행의 기술> 읽으며 견문이 아주 넓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다른 여행안내서와 달리 불친절하고 까칠하다는 우리의 평가와 달리, 알랭 드 보통은 그 나름으로 '어떤 안내'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담주에 뵙겠습니다~

  • 2022-06-13 21:58

    책은 제가 읽을 때에는 2챕터 빼고는 까칠하고 약간 어둡고 자꾸 고독감 측면만 되살려줘서 사실 그저 그랬는데. 세미나에서 제가 놓치고 주목하지 않았던 부분들 다시 읽고 음미하니 재미있더라고요. 하하.

     

    거기에 다른 분들 감상과 경험 들으니 더 재미있었어요. 음식과 술 이야기 없는 까칠한 보통의 여행 이야기 이번주도 읽고 다시 이야기 나눌 시간이 기대되네요. 진우쌤 후기 읽고 다시 되돌아봤어요~후기 잘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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