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짠단짠 시즌 3 <진정한 장소> 후기

코투
2022-10-31 13:54
218

 겸목 샘한테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             

 

  오늘은 아니 에르노 작품 읽기 마지막 시간, 겸목 샘은 아니 에르노의 책 중 중요한 것들을 다 가져왔다. 겸목 샘은 저 책들을 벌써 다 읽은 것일까? (그런 것 같다.)

    그동안 에르노의 소설 <얼어붙은 여자>, <부끄러움>, <세월>을 읽었는데, 오늘 읽은 <진정한 장소>는 소설이 아니라 대담집이었다. 2014년에 쓰여진 책이니, <세월>(2002)을 낸 뒤에 나왔다. 작가 아니 에르노가 자기의 작품에 대해, 그 작품들을 쓰게 된 계기와 그때의 작가의 욕망, 또 책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 그녀가 글쓰기에 부여하는 사회적 정치적 의미 등을 설명해주는 책이었다. 무엇보다 아니 에르노만의 ‘칼 같은’ 글쓰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는지 보여주는 책이어서, 그동안의 읽은 아니 에르노 작품들을 이해하고 그녀의 작품 세계를 꿰뚫어 정리하는데 매우 유용했다. 겸목 샘은 이책을 일종의 '참고서'라고 했는데, 적확한 표현이다. 공부할 때 참고서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공부해본 사람은 잘 안다. 그런데 본 교재는 안 보고 참고서만 보면 실력이 안 는다. 그래서 겸목 샘은 이 책을 커리의 맨 뒤에 두었구나!! 이 책을 읽고, 먼불빛은 아니 에르노의 첫작품인 <빈옷장>을 읽어보고 싶었다고 했고, 유상은 작가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남자의 자리>를 읽어보고 싶다고 했다.

 

진정한 장소

  밭향은, <전정한 장소>를 읽고 엄청 고무돼 보였다. (밭향은 이미 할머니 육아를 하면서 육아일기책을 한 권 낸 작가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거룩한 오지라퍼가 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동시에 함께 사는 딸에게는, ‘할 말을 하는 대신 ‘침묵’을 지켜야겠다’고. 그 말을 하면서 밭향은 눈물을 훔쳤다. 딸과의 갈등이 있나보다. 밭향 부부는 지금 결혼한 딸부부와 세 살된 또 한 살된 손자 손녀와 함께 살고 있다. 3대가 같이 사는 대가족인데, 맘 고생이 없을수 없겠다. 엄마-친정엄마-밭향 중, 밭향의 '진정한 장소'는 어디일까. 물론 ‘밭향’이겠지. 그런데, 일하는 딸과 어린 손자들과 함께 살면서 밭향이 자신만의 자리를 고집하는 게 그리 쉽진 않아 보인다. 아니 에르노 역시, 자신의 삶을 이중적이라고 말했다. 직업과 육아 등을 하는 일상적인 삶과 글쓰기의 삶. 일상의 삶으로 인해 글쓰기의 삶이 방해받곤 했지만, 방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현실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그러나 언제나 삶과 글쓰기 사이에는 일상의 투쟁이 있었다고.

  겸목 샘 발제문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그 역시 아니 에르노처럼 부끄러운 현실을 피해 책(문학)과 글쓰기로 도피한 시절이 있었다는 것. (평범했던 나와는 달리 겸목 샘은 에르노처럼 책을 무척 많이 읽었다.) 중학교 때 이상과 도스토에프스키 등을 읽고 문학 속에서 진지하고 이상적인 세계를 발견하고, 그뒤 꽤 오랫동안 문학의 진지하고 이상적인 세계에 머물며, 하찮고 시시에 보이는 일상에 거리를 두었다고. 이것이 아니 에르노와 겸목의 차이였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겸목은 책 속으로 빠지면서 일상의 시시한 현실을 삭제했는데, 아니 에르노는 현실을 삭제하지 않고, 현실과 이상의 그 균열과 혼돈을 응시하면서, 현실의 부끄러움과 죄책감으로 남은 감정의 응어리를 글쓰기로 풀어나갔다. 왜 나는 내 삶을 글로 쓰지 않았을까? 겸목 샘의 고민은 글을 쓰고자하는 우리들의 문제의식이기도 했다.

  유상은 '침묵과 발설' 사이에서 작가는 무엇을 더 좋게 보는지 작가의 명확한 입장이 궁금하다고 했다. ‘말하지 않는 것은 말이 비극을 유발하기 때문이예요’(53)란 표현이 있고, 실제 아니 에르노와 엄마 사이에는 (낙태 사건 등에 대해) 발설하지 않음으로 평온을 유지했다. 그러나 한편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부끄러움에 대해, 말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오랜시간을 들여 그 상처를 응시하고 성찰하고 마침내 글로 발설했다. 그녀의 글은 낙태를 불법화시킨 사회의 폭력에 대한 고발이었고, 노동자인 아버지/어머니의 하급문화를 부끄럽게 인식하도록 만든 사회경제적문화적 폭력에 대한 고발이었다. 그녀의 고발은, 우리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있다. 그밖에 우리는 <82년 김지영>의 건초한 문체가 아니 에르노식의 사회학적 글쓰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았고, 또 아니 에르노가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애인에 대해서는 책을 썼지만, 남편이나 자식에 대해서는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나는 글을 왜 못쓸까? 확실한 뭔가가 잡히지 않으면 쓰지 못한다. 아니 에르노고 그런 말을 했다. 그런데, 겸목 샘은 그래도 써야한다고 한다. '쓰레기를 쓰자'는 마음으로. ‘쓰레기 같은 글은 안 쓰겠어’ 라고 하면 글쓰기가 어렵다. 그냥 쓰레기라도 쓰자, 내가 쓰는 글은 쓰레기야 라고 마음먹고 쓰면 쓸 수 있다고 했다. 좋은 팁이다. 감사해용 겸목 샘.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 에세이 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겸목 샘은 아니 에르노의 각각에 책에 대한 ‘리뷰 쓰기’를 제안했다. 겸목 샘은 밭향에게, 에르노가 자신의 엄마에 대해 쓴 <한 여자>를, 에르노의 초기작품에 흥미를 보인 먼불빛에겐 <빈옷장>을, 유상에겐 <아버지의 자리>를 그리고 내겐 <단순한 열정>을 추천해줬다. 이로써 우리가 세미나에선 마저 읽지 못했던 아니 에르노의 나머지 작품들에 대해서도 읽게 생겼다!! 우와... 이런 빅픽쳐가 겸목 샘한테는 미리 준비돼 있었던 걸까. 이로써 우린 아니 에르노를 보다 완전하게 만날 수 있게 됐다. ^^

댓글 2
  • 2022-10-31 15:15

    묘선주샘과 저만 읽었던 책을 다시 읽게 됐네요~~ 더 읽어보면 그간 안 보이던 것이 보이지 않을까 설레봅니다!! 다음주는 아니 에르노 아니고 정지우예요!! 한숨 돌리고 갑시다^^

  • 2022-11-03 23:26

    와~ 짝짝짝!!! 후기가 이렇게 빨리, 사진까지 있으니 더 없이 좋으네요.. 그날 나눈 얘기들이 선해집니다. 👍🏼최고! 🙏🏼 잘봤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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