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짠단짠 시즌3 10/9 아니에르노 〈부끄러움〉 후기

밭향
2022-10-10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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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단짠단짠 시즌3/ 아니 에르노의 〈부끄러움〉 후기

 

2022.10.10. 밭향

 

주중 아니 에르노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마치 집안일인 것처럼 모두 자축했다. 날씨도 급작스럽게 싸늘해지고 결석도 있어 자칫 우중충해질 뻔했지만 ‘아니 에르노 읽는 여자’로 다소 어깨가 으슥해진다. 아니 에르노를 불과 3주 전에 처음 만나고 ‘왜 이런 작가를 선택했지?’ 의아해하며 겸목쌤에게 질문했던 것이 가장 큰 ‘부끄러움’이었다. 집에서, 카페에서 아니 에르노 책을 읽고 있는 것이 괜시리 좀 괜찮아 보이게 하는 자랑스러움이었다. 가을 낭만의 깊이를 더해주는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 그런 ‘부끄러움’이었다.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을 썼네.” “이 정도라면 나도 글을 시작할 수 있겠네” “이 정도의 부끄러운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아닌가?” “이렇게 글을 시작한다면 해볼 수 있겠다” 공감하면서 다음 주까지 자신의 가장 치욕스런 ‘부끄러움’을 한 번 써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이 있었다. 발표하지 말고 나만의 비밀 이야기로.

 

먼불빛님은 “이미 부르주아 계급으로 성공했으니 자신의 치욕을 드러내도 떳떳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질문을 던진다. “아직도 계급, 가난이 부끄러움으로 문제 되는 사회인가?” “계급적 서열은 아직 존재하는가?” 아니 에르노로 인해 던져진 질문에 자신들의 체험을 이야기한다. “학생 때 나이키 신어봤어요?” 코투님의 물음은 “아니요”라고 바로 말하지만 이 단어 하나가 그 시대의 모든 것을 이야기해준다. 그래도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월드컵이 아니라 나이키 운동화를 신을 수 있다고 조금은 나아진 사회를 이야기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의 주제는 발제자와 참석자 모두에게 의문으로 남아 있다. ‘차라리 명료한 글쓰기를 이야기하는 <랭스로 되돌아가다>가 더 이해하기 쉬웠다’고 하는 겸목쌤 의견에 겨우 마지막 시즌에 승차한 나는 다른 문화권의 언어를 체험할 수 있는 순간을 느껴본다. 첫 시즌부터 참석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든다. 에르노는 불행을 벌어가면서 글을 썼지만 무엇이 우리를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가? 발제자 겸목님은 ‘치밀함’을 이야기한다. 자료를 찾고, 잃었던 단어를 발견해 다시 해석하면서 12살 소녀를 회상했던 아니 에르노. 우리도 우리가 태어난 그해를, 그런 사건이 있을 당시의 주변 사회적 정황을 찾아보는 나 자신의 인류학자가 되어본다면? 넌지시 숙제처럼 제시한다. 무반응이다.

 

여전히 무엇을 말해야 하고 무엇은 감출 수 밖에 없는지? 다음 주까지 읽어야 할 아니 에르노 <세월>은 좀 더 읽기 편해질지? 남은 기간 최소한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읽을 수 있다는 기대감은 남은 시간을 잘 견디게하는 힘이 된다.

댓글 1
  • 2022-10-10 09:52

    아니 에르노를 읽는 곤혹스러움이 있지요? 밭향님의 솔직한 얘기에 귀가 번쩍 뜨이는 순간이 많아요. 말해진 것과 글로 씌어진 것은 또 다르겠죠? 후기를 읽다보니, 먼불빛님이 말씀하신, 아니 에르노는 이제 부르주아계급이었기 때문에 유년시절의 하층계급의 이야기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부분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하층계급이 아니기 때문에 계급을 통과해 온 것을 쓸 수 있는 것인지? 여전히 하층계급인 사람들에겐 쓸 수 없는 이야기인 것인지....또 생각이 복잡해지네요. 유상샘이 말씀하신, 오늘날에는 계급의 문제가 그렇게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얘기도! 그냥 넘길 부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 그러한가? 아닌가? 애매한 것들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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