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짠단짠글쓰기 시즌2] 내 방 여행하는 법 - 후기

먼불빛
2022-07-27 18:03
225

월요일에는 혼자 등산을 했습니다. 대전에 갈 일이 생겨 근처 계룡산 아랫녁이라도 한번 찍고 다녀와야겠다 싶었죠.

약질이 되어버린 제게 꼭 맞겠다 싶은 코스(왕복 3시간)를 찾아 별렀던 혼자만의 등산을 했고 엄청 힘들어 허우적 거리며 하산했습니다. 아, 이놈의 저질 체력... 화요일 걷기도 힘들 정도의 근육통에 요가도 못가고 꼼짝없이 침대 신세가 되어 보내고 수요일 오늘에서야 정신차리고 후기를 올립니다. 요는 후기가 늦었다는 긴 변명입니다.

 

『내 방 여행하는 법』 제목만큼 호기심을 충족시키지는 못했던 책이라...모두들 한마디씩 했답니다. 대체 이거 뭐냐...왜 출판을 했으며, 마르셀 푸르스트, 수전 손택, 알랭 드 보통은 무엇이 좋아 이 책을 그리 칭찬하며 추천을 했냐, 도스토옙스키와 니체, 까뮈, 보르헤스 등 기라성 같은 고전 작가들이 이 책의 무엇에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냐... 모두 의문을 품었더랬죠.

 

“그리고 이 책은 18세기 문학사에서 여러모로 선구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00여쪽 남짓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온갖 형식과 주제가 분방하고 경쾌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문체에 녹아들어 훗날 수많은 위대한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191쪽/역자후기)

 

아마 1700년대 후반 당시에는 이런 방식(자전적 산문)의 글쓰기가 없었을 것이라 새로운 장르의 출현이지 않았을까, 그래서 글쓰는 작가들에게는 글쓰기의 새로운 형식으로서 창작에 많은 영감을 주었을 것이라는 겸목샘의 설명에 우리들의 소요는 일단락 되었어요.   

 또 한가지는 ‘내 방 여행’이라기 보다는 ‘42일간 가택연금 상태의 기록 일기’라고 보아야 하지 않느냐는 말씀도 누군가가 했던 것 같아요. 가택연금이라 하기에는(호화롭지는 않지만) 나름 여유있고 자유로운 귀족(심지어 철없어도 보이고, 허세 쩌는)의 생활을 엿본 듯 하다.. 의자와 침대, 책상, 그리고 벽에 걸린 판화와 회화, 서가 등 이리 저리 옮겨가며 상상의 나래를 폈지만, 뭔가 찔금 이야기하다 만듯하여 아쉽다는 평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 이분의 자유분방함이 귀엽다.. 1763년생인 그가 1794년에 쓴 글이니 한창 혈기왕성하고 젊은 나이라.. 아마도 형식과 주제가 분방하고 경쾌할 수밖에 없었지 않겠느냐...등등의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이런 평이 지배적이라 딱히 『내 방 여행하는 법』에 대해 포커스가 맞춰지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여행’의 목적과 여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여행을 통한 낯선 공간으로의 이동은 익숙한 곳에서 몸에 배어 있는 관습과 문화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점이 있다는 점, 익명이 주는 자유로움. 일시적 망명의 상황에서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는 것에 입을 모아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하마님의 오키나와 여행시 운전 조작을 전혀 사용하지 않던 왼손으로 하면서 달라지는 감각의 변화를 느꼈다는 이야기가 쉽게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겸목샘은 늘 식구들과 함께 복작거리니까 혼자 있어 보는 경험, 고독을 경험하는 것이 여행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그래서 이번 에세이에서는 대체 고독이 뭘까, 여행을 통해 깊은 고독을 만난다는 것은 무엇인가(괴테의 이탈리아 여행기)를 한번 파 보시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21세기에 내 방 여행은 18세기 낭만적 내 방 여행이 될 수는 없겠다...저도 주장을 했지만, 생각해보니, 21세기 가장 큰 변화인 인터넷, 미디어를 빼놓고 21세기 내 방 여행이 가능할까..왜 고전적인 방식의 사물들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그럼에도 사물과의 교감, 대칭적 관계라는 것이 사이버 상에서는 어떻게 가능할지..가능한 것이기나 할지..우리 일상 속으로 한층 깊이 파고 들어 올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인지...내 방 여행은커녕 미디어 컨텐츠에 통제불능 상태로 시간과 영혼을 다 빼앗기지는 않을까. 자율적 통제를 위해 어떤 수양을 해야 할까요? 그래서 감옥체험이니 묵언수행 등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여행, 단절하는 여행에 대해서도 황재숙 샘이 많이 이야기를 해주신거 같아요. 저도 기회가 되면 한번 가보고 싶긴 합니다. 좌우간 중언부언 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그저 기억나는대로 적다 보니..제 생각과 그날의 이야기가 마구 섞였습니다.

 

어쨌든 에세이 초고를 열심히 쓰셔서 이번 주말 평창에서 만나도록 해보아요~

댓글 3
  • 2022-07-27 18:45

    와! 계룡산 홀로 등반하셨군요! 저도 이번주 아침 집앞 망우산 둘레길 투어하고 있어요. 글 쓸라고 실행을 먼저하고 있어요. 저도 근육통ㅋㅋ

     

    인터넷, 미디어를 포함한 21세기 스타일 여행도 생각해볼 만한데요! 

     

    허나 저는 요즘 먼불빛 님 글 읽고 자극받아, 인터넷+OTT+핸드폰에 정신이 팔려 살고 있다는 자각이 들어서 급 '디지털 미니멀' 실천하고 있어요, 기상~오후 6시까지 인터넷, OTT OFF하니 각종 일 능률 올라가며 시간이 느리게 흐르듯 끊김 없지만  심심슴슴은 또 하고, 오후 6시 이후가 더욱 집약적으로 SNS 소화하고 더 즐거워졌네요! 두 가지 인생 사는 것 같아서 계속해 보려고요. 자율적 통제 원하시면 '디지털 미니멀' 추천합니다! <디지털미니멀리즘>이란 책도 있더라고요! 

     

    세미나 하면서 결혼 후에는 전혀 없었던 나에게 집중하는 여행의 필요성도 다시 느끼게 되고, 함께라도 다른 방식의 여행을 구상하게 되어요.

     

    저는 이번 글쓰기 워크샵이 또 제게는 새로운 여행입니다! 벌써 신남ㅋ 초고 들고 가쁜한 마음으로 평창에서 뵈어요!

  • 2022-07-27 20:04

    <이탈리아기행>을 뒤적이다, 지금은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뒤적이고 있어요. 알랭 드 보통은 참 아름답게 썼구나!! 다시 감탄해보고 있어요! 시간 지나면 뭐든 나오겠죠^^이번 글쓰기 초고고, 수정할 시간 더 있어요~조급해하지 말고 쓰고 싶은 거를 찾아보세요...

  • 2022-07-28 22:21

    후기 감사합니다.  초고를 쓰려고 앉기는 어제부터 했는데...고민만 되고 써지지는 않네요. ㅜ.  저도는 요즘  1. 산책하기  2. 일기쓰기 는 꼭 실천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핸드폰 사용도 줄이구요.  내일 하루가 남았으니. 조금 더 고민해 보겠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70
[평비글] 6차시 <내 이름은 루시바턴> 후기 (4)
유유 | 2024.04.17 | 조회 42
유유 2024.04.17 42
169
[평비글]7차시 4월 21일 세미나 공지
겸목 | 2024.04.15 | 조회 51
겸목 2024.04.15 51
168
<평비글시즌1> 6차시 후기 (4)
꿈틀이 | 2024.04.14 | 조회 80
꿈틀이 2024.04.14 80
167
[평비글]6차시 4월 14일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세미나 공지 (9)
겸목 | 2024.04.09 | 조회 74
겸목 2024.04.09 74
166
평비글 시즌1, 5주차 '오웰과 나' 합평 후기 (4)
수영 | 2024.04.08 | 조회 72
수영 2024.04.08 72
165
[평비글]5주차 후기<나는왜쓰는가>글쓰기합평 (5)
단풍 | 2024.04.08 | 조회 75
단풍 2024.04.08 75
164
평비글 4차시 후기<나는 왜 쓰는가> (6)
무이 | 2024.04.04 | 조회 94
무이 2024.04.04 94
163
평비글 4차시 후기<나는 왜 쓰는가> (6)
시소 | 2024.04.02 | 조회 85
시소 2024.04.02 85
162
[평비글] 5차시 4월 7일 세미나 공지 (2)
겸목 | 2024.04.01 | 조회 72
겸목 2024.04.01 72
161
[평비글] 3차시 후기 (5)
먼불빛 | 2024.03.29 | 조회 86
먼불빛 2024.03.29 86
160
[평비글] 3차시 후기 (4)
이든 | 2024.03.27 | 조회 81
이든 2024.03.27 81
159
[평비글]4차시 3월 31일 <나는 왜 쓰는가> 공지 (9)
겸목 | 2024.03.25 | 조회 113
겸목 2024.03.25 113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