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이탈리아기행1> 1회차 후기

코투
2022-07-11 15:40
184

후기/ 단짠단짠 2022-시즌2 여행의 기술/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1>/ 2022.7.10./코투

 

 

   세미나 시작 전,

 

   겸목 샘은, 지난주 에세이 세미나 참석 소감을 물으면서, 문탁이 추구하는 ‘마을 인문학 공동체’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 ‘마을’하면, 내가 살고 있는 동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죠. 그런데 문탁에서 추구하는 마을은 그런 협소한 의미가 아니예요. 그보다는 ‘국가와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율적이고 자치적인 새로운 공동체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공부를 통해서 그런 것을 지향해가죠. ... 그래서 이곳에는 공부를 사유화하지 않아요.”

   공부를 사유화하지 않는다고? 공부는 내 시간과 내 돈과 내 발품을 팔아서 얻은 나의 것이라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데. 아이들이 밤새워 공부를 하는 이유가, 지식이 돈과 권력이 되기 때문일텐데, 사유화하지 않겠다니.. 이게 가능할까?

   “사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처음부터 내 것이었다기보다는 스승으로부터 전수된 것이고, 동료들과 함께 공부하는 과정에서 서로 앎과 경험을 나누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죠. 그러니,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내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죠. 내가 쓴 한 편의 에세이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들어간 거구요. 그래서 우린 내 공부의 결과를 벗들에게 돌려줘요. 마찬가지로 다른 이의 글을 들어주고, 듣고 정당한 피드백을 해줄 의무도 있어요. 돌아가면서 간식을 가져오게 하고, 후기를 쓰게 하는 것도 이런 공동체 결속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나로선 (문탁에 내가 발을 들여놓은 지 2년이 넘어가는데)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뭉클한 감동과 함께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왔다. 나는 문탁의 구성원이 될 수 있을까?

 

   세미나에서,

 

   오늘 우리가 함께 이야기 나눈 책은,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1>이었다. 다수의 독서 소감은 ‘지루했다. 나랑은 안 맞다. 읽기가 어려웠다. 그림이 없어 그런 게 아닐까. 200년 전에 쓰여진 것이라서가 아닐까... ’ 였다. 그래도 이 책은 여행기의 고전으로, 아직까지도 많은 명성을 날리고 있다. 여행기의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무엇일까?

  오늘 메모는 나래와 코투(나)였다. 나는 소설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괴테를 좀더 자세히 알게 돼 좋았다는 내용의 발제문을 썼다. (괴테는 기후, 지리, 돌, 건축, 회화, 식물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고 식견도 풍부했고, 민중에 대한 애착과 좋은 인품을 보였다) 나래는, 괴테는 왜 이탈리아 기행을 했고, 왜 이 책을 썼을까?에 대해 정리했다. 그의 발제문 중 눈에 들어오는 대목은,

 

17~19세기 초반에는 영국(유럽)의 지배계급과 귀족들이 후계자로 자식을 교육하기 위해 철학자, 작가들을 가정교사로 동행하는 이탈리아 문화 기행, 일명 ‘그랜드 투어’가 성행했던 시기였다. 여행자는 문학, 예술,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여행을 통해 이탈리아의 문화와 예술은 유럽의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었다.

 

    <이탈리아 기행>에도 나왔듯, 괴테 역시 이탈리아에서 엄청난 외국인들을 만났다. 그러나 그들은 그저 주마간산 격으로 후루룩 둘러볼 뿐. “응, 나 거기 가 봤어. 그거 봤어”, “어 좋아/ 근데 별거 없어.” 이게 다다.

    “찔리지 않으세요?” 겸목 샘이 말했다. “우리도 대부분 그러잖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은, ‘여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본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 아마도 (유럽에선) 최초의 책이었다. 그래서 이 책이 여행기의 고전으로 자리잡게 되지 않았을까.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겸목 샘의 설명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 책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겸목 샘은 이 책에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들을 짚어주었다.

 

    먼저, 이 책은 기행문인데 일기 형식이다. 날짜별로 그날그날의 기록을 남겼다. 간혹 빠진 날도 있고, 어떤 날은 하루에 두 번 세 번을 쓴 적도 있는데, 아무튼 그는 꾸준히 기록했다. 내용이 특별한 것도 아니다. 그날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못하고 있고 작가들은 한다. 여기에 차이가 있다. 평범한 기록이 대문장가를 만든다.

   둘째, 괴테는 초년에 작가로서 명성도 얻고, 집안도 좋고, 바이마르에서 좋은 일자리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계속 그렇게 있으면 안될 거 같았다. 자기 감각이 굳어버릴 거 같았다. 그래서 그는 자기 감각을 되찾고 싶어, 일상에서 벗어나, 자기 감각을 되찾을 만한 곳을 선택해, 혼자서,친구들 몰래 여행을 떠난다.

   셋째, 그런데 혼자가 좋을까? 고독한 시간은 왜 필요할까?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의 목적을 ‘자신을 속이지 않고 자신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87)’라고 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그 사람 기분도 맞춰줘야 하고, 또 없던 자존심도 생기고, 질투심도 생긴다. 혼자라면 그럴게 할 필요가 없다.

   넷째, 괴테는 다방면에 자기의 감각을 열어두었다. 여행지에서 그는 탐구자에 가까웠다. 일단 훑어보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곳은 다시 가서 보고, 느끼고 기록으로 남긴다. 그렇다고 전문가적 수준은 아니다. 그가 보여주는 그림과 건축, 지리 등에 대한 설명은 평범하다. 사실 뭔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런데 여기에 다른 사람과의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에게 익숙한 것만, 혹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래서 많이 봐도 풍요롭지 못하고, 외려 더 편협해진다. 그러나 괴테는 자기의 본업도 챙기지만(사실 그는 가는 곳마다 연극을 다 봤다.) 그 외 다양한 것에 감각을 열어두고 있다. 여인은 어떤 옷을 입었지? 날씨는 어떻지? 거리에는 어떤 돌이 깔려있지? 기둥은 어떤 모양이지? 그때 건축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당시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무슨 느낌을 받았을까? 이 마을은 저 마을과 어떻게 다르지? 이렇게 다방면에 감각을 열어놓고 있다. 작가란, 다방면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다. 이것이 진짜 제대로 보는 것이리라. 여행 가서 이런 감각을 익힐 수 있다면,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겸목 샘의 설명을 들으면서, 괴테라는 천재 작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세미나를 마치고,

 

   우리는 잠시 단짠-시즌2의 하이라이트가 될 평창 여행에 대해, 차편을 알아보았다. 재숙과 나래는 벌써 청량리발 기차표를 예매했다. 그리고 몇몇은 늦기 전에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와야겠다는 계획을 세웠을 것이고, 또 누구는 오늘부터 일기를 써야겠다는 다짐을, 또 몇몇은 집에 가서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끝)

댓글 3
  • 2022-07-11 15:45

    일기를 써야겠다.....는 저의 다짐이었는데, 어제도 그냥 잤네요. 뭔가 끄적이기, 몇글자라도 남기기, 이걸 공책에 해야 하나, 노트북에 해야 하나? 이런 사소한 방법적 고민을 하고 있지만, 중요한 건 일기를 써보자겠지요~ 한 번 시작해보겠습니다. 

  • 2022-07-11 16:31

    저는 책은 지루하고 슴슴하게 읽은 편인데 토론 후에는 22년 양지사 다이어리에 3가지 사건과 감정 설사 밀리더라도 추적해서 간단히라도 메모하고 싶어졌어요.진행중!

     

    시간적 심적 여유가 있어도 괴테처럼 다방면에 열린 태도와 호기심을 가지고 즐기기는 어려움. 많은 경험을 해도 태도가 갇혀있으면 자기강화하기 쉬우니 나의 호불호에 의거한 판단은 잠시 내려놓고 여행하고 사람도 만나기부터 해봐야겠어요

     

    세미나 전.중.후 과정이 살아있는 후기 잘 읽었습니다!

  • 2022-07-12 11:36

    여행했던 곳의 거리,사람들,건물, 풍경,풍습,문화 모든 것이 그대로 잘 보이는 일기 형식의 기행기, 자기 판단이나 평가를 섞지 않은 그런 글을 쓰는 태도는 글 쓰는데 있어 참 중요한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  코투샘 후기 굿굿~~ㅋㅋ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71
N 이해한다는 오해
시소 | 21:33 | 조회 5
시소 21:33 5
170
[평비글] 6차시 <내 이름은 루시바턴> 후기 (4)
유유 | 2024.04.17 | 조회 47
유유 2024.04.17 47
169
[평비글]7차시 4월 21일 세미나 공지
겸목 | 2024.04.15 | 조회 56
겸목 2024.04.15 56
168
<평비글시즌1> 6차시 후기 (4)
꿈틀이 | 2024.04.14 | 조회 83
꿈틀이 2024.04.14 83
167
[평비글]6차시 4월 14일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세미나 공지 (9)
겸목 | 2024.04.09 | 조회 74
겸목 2024.04.09 74
166
평비글 시즌1, 5주차 '오웰과 나' 합평 후기 (4)
수영 | 2024.04.08 | 조회 72
수영 2024.04.08 72
165
[평비글]5주차 후기<나는왜쓰는가>글쓰기합평 (5)
단풍 | 2024.04.08 | 조회 75
단풍 2024.04.08 75
164
평비글 4차시 후기<나는 왜 쓰는가> (6)
무이 | 2024.04.04 | 조회 95
무이 2024.04.04 95
163
평비글 4차시 후기<나는 왜 쓰는가> (6)
시소 | 2024.04.02 | 조회 87
시소 2024.04.02 87
162
[평비글] 5차시 4월 7일 세미나 공지 (2)
겸목 | 2024.04.01 | 조회 72
겸목 2024.04.01 72
161
[평비글] 3차시 후기 (5)
먼불빛 | 2024.03.29 | 조회 86
먼불빛 2024.03.29 86
160
[평비글] 3차시 후기 (4)
이든 | 2024.03.27 | 조회 82
이든 2024.03.27 82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