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동물 5회차 후기> 물 속의 퀴어하고 정치적인 존재들

경덕
2022-06-28 22:04
303
 
 
<물고기는 알고 있다>에 등장하는 물고기는 총 몇 종류일까요? 누구도 정답을 알지 못할 텐데 그 이유는 책 속에 아주 많은 물고기가 등장하고, 아직 누구도 세어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죠. 궁금하긴 한데 세어 볼 엄두는 나지 않고, 아마 저자도 모를 거라고 추측합니다. 근데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물고기의 종류가 무지 많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책 속의 물고기는 어엿한(?) 학명도 있고 검색하면 사진도 많이 나오니 셀럽 물고기로 볼 수 있다는 말에 납득이 되었습니다.
 
흥미롭고 경이롭고 아름다운 물고기의 세계를 탐구하며 다양한 물고기를 만났지만 책을 덮는 순간 기억 밖으로 휘리릭 날아가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문탁 쌤은 마음이 가는 딱 한 종류의 물고기를 선택하여 세미나 시간에 발표해 보자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비록 몇 분만 발표를 해주셨지만 한 분 한 분의 마음 속에 풍덩 들어온 '나만의 최애 친구들'이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번에 읽은 챕터는 5부 '물고기의 사회생활', 6부 '물고기의 번식', 7부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였습니다. 문탁 쌤은 5장 메모를 적으면서 사회계약, 협동, 민주주의, 평화유지 등의 인문학 용어들을 자연학에 너무 쉽게 가져다 쓰는 '의인화' 방식에 우려를 표하셨지만, 어쨌든 물고기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채로운 '사회생활'은 놀라울 따름이고, 특히 문탁 쌤이 물고기의 정치학이라 부른 파트에 등장하는 위장의 달인 물고기들은 아주 경이로웠습니다. '흉내 문어'는 웬만한 것들은 다 흉내내는 능력으로 먹잇감을 잡거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는데, 실제 사진을 보면 정말 감쪽같아서 변신술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6부 물고기의 번식 파트에서는 성의 경계선을 넘나들는 수십 종의 물고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은 정자와 난자를 동시에 생성하거나 비싼 외과 수술 없이도 필요에 따라 스스로 성전환을 하거나, 성적 양능성을 가지고 있어 상황에 따라 양성성을 유연하게 발현하는 멋진 친구들입니다. 진정으로 퀴어한 세계는 물 속에 있었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넓은 스펙트럼의 성생활, 번식, 양육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들의 성 세계를 가까이서 본다면 인간 세계의 창의적인 성 담론 생산을 위한 레퍼런스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7부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 파트에서는 현대의 상업어업이 얼마나 파괴적인 방식으로 물고기들을 잡아들이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일로 물고기들을 싹쓸이하고 대형 중장비로 걸리는 거라면 닥치는 대로 퍼올리는 등의 현 실태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양식업 또한 공장식 축산과 마찬가지로 고밀도 사육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물 안팍의 위기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물고기를 먹는다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되묻게 됩니다. 물고기를 새롭게 알게 되면서 테스쌤은 여행 중에 들른 횟집에서 마음 편히 식사를 할 수 없었고, 또 생명을 죽이는 일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불교적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나눠주셨어요. 문탁쌤은 비인간 동물의 끔찍한 실태를 알면 알수록 먹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고, 비건을 결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 이해하게 된다고 하셨어요.
 
그럼 어떻게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문탁쌤은 공동체 밥상의 경우 자연스럽게 채식 위주의 식사가 이루어지고 고기는 가끔씩 특식으로 먹게 되는 사례를 말씀해주시면서, 먹는 문제도 개인이나 4인 가족 단위의 윤리적 결단보다는 더 넓은 지평의 관계를 통해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문탁쌤의 마무리 멘트!
 
지속적으로 알고 실천하기 위하여 어바웃 땡땡 세미나를 매년 추진해야 겠다고 선포하셨습니다ㅎㅎ 짝짝짝!!!
 
댓글 6
  • 2022-06-29 08:59

    경덕샘 글들이 참 재미지고 쏙쏙 들어 오네요^^

    나와 다른 세계의 탐구는 우리를 조금씩 열리게 해요.

    나와 같은 방식으로 타자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구요. 그리고 경덕샘과 문탁샘 말씀 처럼 물 안팍의 세계를 알아갈수록 우리안의 협소한 생각들이 좀 더 창의적인 방향으로 흐를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고 싶구요~ 

    <물고기는 알고 있다>에서 ‘움벨트’ 개념으로 잠깐 인용된 야콥 폰 윅스퀼의 <동물들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의 그림들을 들여다보면 인간이 지각하는 세계와 다른 존재가 지각하는 세계는 완전히 달라요. 지각세계와 행동세계가 다른 존재들 끼리 더 낫고 더 못한 것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겠어요….하하하

    .

    .

    매년 돌아오는 어바웃세미나라니🥹🥹🥹 

  • 2022-06-29 22:19

    네 앞으로 계속 돌아오는 어바웃 OOO 세미나 완죤 기대됩니다.

    다양한 물살이 생명들을 보며 참으로 경이롭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인간동물은 너무도 무차별적으로 비인간동물들을 도륙하는 것 같아요.

    인간이 한 발짝 물러서면 이 자연은 평화로워지고 다시 생명력을 갖게 된다는 저번 세미나 책의 내용이

    이번 세미나 역시 들었습니다. ㅠ.ㅠ

    정말 많은 걸 알게 하고 느끼게 하는 어바웃 세미나입니다.

    매주매주 한층한층 섬세해지고 있는 듯 합니다.

    (저에게 수십, 수백개의 센서가 장착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모두들 ^^

  • 2022-06-30 08:15

    저는 퀴어한 물고기, 그들의 구애, 짝짓기, 성전환 등이 너무 흥미로웠어요.

    알을 입안에 넣어가지고 다니다니...엽기 같기도 하고, 너무 절절한 것 같기도 하고....

     

    글구 잊지못할 에피소드. 아는게 없는 저는 거의 모든 물고기(이미지 포함)를 검색하는데 (그래서 진짜 시간 많이 걸림...ㅠㅠ)
    메기의 구강성교의 이미지를 찾으려고 구글이미지 검색을 하다가

    노트북 스크린에 온통 포르노가 쫙~~~~ 뜨는 바람에 찐찐 당황했다는...ㅋㅋㅋ

     

    제가 세미나 중에 말씀드린 건 이 책이구요, 다음번 어바웃(비인간)동물 세미나의 무조건 일순위 책입니다. (물론 그 전에 읽을 것 같지만^^)

     

     

  • 2022-06-30 10:25

    경덕샘 후기 잘 읽었습니다. 다들 글을 잘 쓰셔서 부럽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여기저기서 그물처럼 엮여지는 생각들이 하나로 모아지는 때가 있는데 우리의 책과 나눔이 그런것 같습니다.

    동물권과 먹거리, 그리고 기후위기까지 함께 나누게 되어 세미나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이번시간은 물고기들이 참으로 다양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인간의 인지력으로 알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알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알아간다는 것이 공존의 한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청어의 뿡뿡이 의사소통...태평양과 대서양에 서식하는 청어들은 항문관을 통해 가스방울을 방출함으로써 방귀를 뀌는데, 최대 7초 동안 지속된다고 한다...청어의 인구밀도가 높은 곳일수록 일인당 방귀 횟수가 많은 걸로 보아 뭔가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걸로 의심되나 청어 사회에서 어떤 기능을 발휘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p68

    탕가니카 호에서 실시된 야생 블런트헤드시클리드를 이용한 실험에 따르면 어미들은 조용한 곳으로 가서 헤엄쳐 가서 평균 33일 동안 구강포란을 한다고 한다. 물고기들은 이 기간에 먹이를 섭취하지 않지만, 자라나는 새끼들을 위해 수렵채취를 하는 시간은 늘린다고 한다. 동물계에서 자제력이 가강 강한동물은 구강포란어일 것이다. 276p

    세미나 시간에 나누었던 물고기, 남겨두고 싶어 적어봅니다...

  • 2022-07-01 00:12

    귀에 쏙쏙 들어오는 후기라 너무 유익했어요 !!!

    어바웃 식물은 참여못했지만 어바웃 식물과 동물은 늘 연결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물고기의 사회생활이나 성생활은 새롭게 알게 되는 부분이 많아 흥미로웠어요. 하지만 ' 물밖으로 나온 물고기편'은 우리가 생각하고 함께 나눠야 할 지점이 많았고, 샘들의 이야기들도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

    감사합니다~~

  • 2022-07-01 14:53

    정리가 잘 되어 쏙쏙 들어오는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는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면서도, 나 혼자 비건하면 뭐하나.. 라는 회의적인 관점을 동시에 갖고 있었는데 문탁샘의 공동체 안에서의 식사 이야기를 들으니, "이런 방법도 있구나!" 싶으면서 시원~ 했어요 ^ ^

    물살이들의 퀴어함, 이들도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도 느끼는 나와 같은 생명체라는 것 ❤️ 이들을 식탁에 오르는 반찬으로만 바라보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새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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