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브 대사증후군④]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

자작나무
2023-05-24 15:36
295

 

당신의 삶이 노화의 속도를 결정한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정희원, 더 퀘스트, 2023년)를 읽고

 

 

몇 년 전, 엉덩이 꼬리뼈가 아파서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엉덩이에 살이 없어서 그런가 싶어 치질 방석을 사기도 했고 X-레이도 찍고 한의원에도 갔다. 하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나의 경우, 낭패였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앉는 자세가 문제인가?! 그랬다.

 

 

“앉은 상태에서 골반뼈를 만지면 작은 동전만 한 돌출부를 찾을 수 있는데(궁둥뼈결절), 이 뼈가 의자의 착좌면과 닿도록 앉는 것이 기본이다. 이 상태로 등뼈가 앞으로 굽지 않게 신경을 쓰면 자연스럽게 복근에 힘이 약간 들어간다. 그다음 자연스럽게 앞을 바라보면 머리부터 척추, 궁둥뼈결절이 안정적인 수직선을 만들고 목 뒤의 긴장이 상당 부분 해소된다.”(그림14. 116) *사실 이 부분은 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거나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개인적인 상황을 너무 잘 보여주는 언급이라 여기서 ‘굳이’ 길게 인용해둔다.

 

 

한마디로 하자면, 내 엉덩이와 골반뼈가 나를 ‘역습’한 것이었다. 나이 들어서 힘이 빠졌다거나 외부적인 타격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나의 평생 동안의 습관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에 나는 화들짝 정신이 들었다. “지금의 나는 평생 동안 축적된 노화의 결과물이다.”

 

이렇게 나는 점차 사람들이 말하는 갱년기와 노화 및 나이듦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자 이전에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오작동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독한 오른손잡이인 나의 오른 반쪽과 왼 반쪽이 완전 비대칭적이라는 점. 얼굴근육은 물론이고, 발사이즈와 팔다리 길이 및 힘도 차이가 나며, 심지어는 엉덩이도 오른쪽이 작다. 결국 펑퍼짐해져 버린 엉덩이가 골반뼈를 쿠션처럼 받치지 못했기에 사단이 났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오른쪽만을 사랑(=혹사)한 내 평생의 역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경험과 더불어 나는 갱년기를 맞았다. 지금 진행중이다. 갱년기나 노년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테지만, 엉덩이뼈 사건을 통해서 나는 갱년기를 오십 평생을 반추하고 대화하는 시간으로 삼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금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라는 책과 만났다.

 

이 책은 노화의 속도를 줄이는 방법을 말해주는데, 사실 우리는 나이 들 수밖에 없는 존재다. 우리가 노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 노화 속도를 느리게 할 수는 있다. 나이가 든다고 몸의 시간이 늙었다는 말은 아니기에. 그러면 어떻게? 혹시나 TV에서 말하는 시술이나 약을 먹어 노화를 막는다는 것? 물론 아니다. 저자는 나이듦을 신체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다각적으로 접근한다. 저자는 몸을 ‘복잡적응계’로 보는데, “자세, 운동, 식습관, 수면이 몸의 대사적 특성과 스트레스 반응에 영향을 주고, 이는 항상성 조절 체계와 연결된 잠재적 사고체계에 영향을 준다. 식사, 기호식품 소비, 여가를 즐기는 방법은 보상체계와 습관회로, 사고체계에 영향을 주며, 사고체계는 세상을 대하는 방식을 결정한다.”(82쪽) 식습관에 의한 대사적 특성이 사고체계에 영향을 주며 다시 사고체계가 우울증과 불면을 거쳐 근골격계 기능을 끌어내린다는 식의 설명이다. 엉덩이뼈가 아프다고 정형외과를 찾아가 X-레이를 찍고 수술을 해야 할 것이 아니라(물론 심각한 지경이 아니라는 한에서), 평소 운동하지 않고 앉아 있기만 하는 생활 습관에 의한 근골격계의 이상인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노화도 마찬가지다. 우리 삶의 어딘가에 뿌리내리고 있는 ‘가속노화의 고리’를 찾아야 한다.

 

저자는 우리가 주목할 ‘삶의 어딘가’를 크게 네 가지 영역(4M)으로 이야기한다. 이동성(Mobility: 신체기능/활동/운동), 마음건강(Mentation: 정서/인지/회복), 건강과 질병(Medical issues: 식습관/건강관리/의료), 나에게 중요한 것(What Matters: 삶의 목표 설정)이다. 앞서 복잡적응계라는 말처럼, 4M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서로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지 노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지점까지 읽으면, 좀 식상하게 여겨진다. 어디선가 본 듯 들은 듯한 내용이다.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몸이 갖는 내재 역량이란 결국 지금까지의 개인의 삶 나아가 앞으로의 삶이 좌지우지한다는 점이다. 즉 생활 습관이나 운동이나 인지, 삶의 목표에 의해서 내재 역량intrinsic capacity(얼마나 건강하게 나이 들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로,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기능 요소를 종합적으로 점수화한 것)은 개인마다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다를 수밖에 없는 내재 역량을 의사도 아니고 약사도 아닌 자신이 가장 잘 알아서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무분별한 뉴스와 정보에 대해서 맹신해서는 안 되기에 ‘이성적으로’ 알고 관리하는 일도 필요하다. 이렇게 자신이 어떤 환경 속에 놓여 어떻게 생활하는지, 어떤 감정을 갖는지, 혹은 어떤 질병을 갖고 있는지 등등을 알아야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실천적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나의 생활이 나의 노쇠를 결정짓는다.

 

 

댓글 5
  • 2023-05-24 16:02

    내재역량을 기르는 오늘의 생활, 각자의 역량을 돌보면서 협력도 함께 하면서~나이 들면 되겠네요~

  • 2023-05-24 16:05

    왼쪽 고관절이 아프기 시작한 나로서는 자작나무의 글이 콕 박힙니다!! 왼쪽 고관절이 아픈 이유에 대해 양반다리를 하거나 다리를 꼬고 지낸 오랜 세월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런 자세가 몸에 배어 고치기 힘들어요. 이런 비대칭성도 내 삶의 이력 아닌가? 하고 고집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지금이라도 교정해보려 마음 먹기도 하고 갈팡질팡합니다. 동갑내기 자작나무와 나는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군!!

  • 2023-05-24 16:39

    내재역량이란 신체성만 이야기 하는 게 아니겠죠?
    저도 더 늦기 전에 키워야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2023-05-24 20:23

    그러게요 반듯하게 앉아있기기 왜 그리 힘든지… 저처럼 숏다리들은 더욱 그렇죠… 발이 바닥에 안닿아요 ㅜㅜ
    노화의 속도를 느린다는 의미도 맞겠지만 잘 늙어보자로 읽히네요.
    우리 자알~ 늙어봅시다!! ^^

  • 2023-05-25 06:16

    제가 최초로 나의 몸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된 계기는 ㅋ... 사주명리를 공부하고 나서에요.
    내가 왜 뼈가 얇은지 (그래서 툭하면 넘어지고, 발 삐고... 거의 '자해공갈단' 소리를 들어가며 반 기브스 하고 다녔어요) - 水 부족
    내가 왜 툭하면 위가 멈춰서 아무데나 들어누워야 하는지... (집회를 갔을 때도 강좌를 들을 때도) - 土 고립
    그러다가 거기서 자가발전하면서 몸을 더 많이 알게 되었어요. (이하 생략)

    우리는 진짜...외형적인 것(주름, 탈모, 키, 몸무게, 살, 피부톤, 눈 크기, 코 높이//.... )만 알지... ㅋㅋ.... 자기 몸의 형태와 메카니즘에 대해 모르고 생각을 안해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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