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리뷰 5] 비만의 역설- 몸무게는 가라, 뚱뚱함이 온다 ㅋ

기린
2022-05-2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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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만의 역설

 

『비만의 역설』은 기존에 비만에 대해 널리 알려진 가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뚱뚱함은 날씬함보다 건강에 해로운가? 그리고 그에 관한 다양한 연구 자료를 통해 비만 수치로 나타내는 체질량지수(BMI: 몸무게/키)로 ‘정상상태’로 나누는 것으로 건강을 측정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비만의 역설’은 한 신장 학자가 신장 투석 환자 중 살찐 사람이 날씬한 사람보다 오래 살아남았다는 것을 처음 발견한 데서 비롯된 개념이다. 이후 심근경색, 뇌졸중, 패혈증 등 여러 심각한 내과 질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저자는 2011년 이기적인 뇌 이론과 스트레스 연구 이론을 기초로 해서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사는 까닭을 밝히고 있다. 실제 연구에서 ‘뇌-당김’의 원리에 의해 뇌는 신체에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요구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용량이 줄어들지 않음이 밝혀졌다. 이것은 뇌가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조직으로부터 에너지를 취한다는 의미이다. 뇌는 다이어트로 인해 에너지 공급이 줄어들면 스트레스 시스템을 활성화시켜서 능동적으로 몸에서 에너지를 끌어당기는데, 이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스트레스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율신경계와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을 분비한다.

 

그러므로 살이 찌는 것은 스트레스 시스템을 극복하기 위해 신체 기관이 반응한 결과이며, 장기적인 스트레스 방어에서 비롯된 질병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장기적인 스트레스 환경에 놓인 사람에게는 살이 찌는 게 오히려 인체를 보호하는 적절하고 건강한 전략이다. 체중 증가는 이런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 반응일 뿐이다. 그러므로 살이 찌는 것을 사회 심리적 스트레스 속에서 인간이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따라서 그 원인을 파악하고 거기에 대처할 방법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불안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뇌의 자연적 해결 방법을 거스르는 것보다 현명한 전략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2. 상황에 따라 반응하는 이기적인 뇌

 

이 책에는 비만의 역설 이론이외에도 다양한 연구 자료로 비만이 건강에 해롭다는 가설을 반박하고 있다. 자료를 검색해 보니 모 방송사에서 이 이론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도 만들었고, 이에 반박하는 또 다른 논문이 발표되었다는 기사가 연이어 검색되었다. 결국 이 또한 가설이라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눈여겨 볼 것은 체질량지수로 측정되는 수치만으로 정상 비정상을 나누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밝히고 있는 지점이다.

 

우선 ‘정상 체중’이란 개념 자체의 모순이 있다. 이는 그 사람이 속한 생활환경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의 신진대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연구에 의하면 생활환경의 조건에 따라 뇌의 능력에는 변화가 생겼다. 즉 안전한 생활환경에서 뇌는 필요할 때에만 지방조직이나 근육조직에서 딱 원하는 만큼의 에너지를 요구한다. 이렇게 비워진 에너지 저장고는 나중에 음식섭취를 통해 다시 충전된다.

 

하지만 불안하고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뇌는 자기 보호를 위해 이 원칙을 무시하게 된다. 즉 변화된 형태의 에너지 공급으로 음식섭취를 통해 혈액에 공급된 포도당을 직접 확보하는 방식이다. 불확실하고 불안한 상황을 인식한 뇌가 음식으로부터 에너지를 얻기 위해 뇌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 식욕이 왕성해진다. 그래서 스트레스 상황에 계속 노출되면 더 먹게 되고 이는 잉여 포도당을 지방으로 축적하게 되어 결국 살이 찌는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렇게 뚱뚱해진 사람을 체질량지수를 바탕으로 정상 체중을 넘은 비만으로 규정하고 다이어트를 처방할 경우, 뇌에서는 에너지 공급에 위기가 오고 그로 인한 문제는 과체중보다 훨씬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칼로리와 탄수화물 섭취 감소를 통한 다이어트는 가난, 외로움, 실직, 업무 스트레스, 배우자와의 불화와 더불어 우리 몸에 매우 큰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살찐 사람들은 그 모습 그대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이어트와 체중 감량 프로그램은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극심한 차별을 야기하는 억압의 도구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편, 살이 찐다는 것은 스트레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의 표현방식이므로, 체중 감소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 없이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의 단선적이고 자극적인 조치 등은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계속 살이 찌고 있는 현실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3. 뚱뚱한 나와 ‘얄짤없는’ 저울의 동거기

 

우리 집 현관 입구에는 둥그런 저울이 떡하니 놓여 있다. 이 집에 입주할 때 관리사무소에서 선물로 준 것이니 이십여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변함없이 위용을 뽐낸다. 저울 생산 업계로는 인지도가 있는 회사의 제품이고, 디지털로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얄짤없이’ 알려주는 그 숫자에 울고 웃고 한 세월도 그만큼 길었다.

 

숫자에 매여 산 세월이 긴 만큼 저울에 올라가지 않아도 저절로 몸무게가 늘었겠다는 감이 들 때가 있다. 밤늦게까지 먹었지, 간식도 시도 때도 없이 먹었지 싶을 때다. 그럴 때 몸무게를 재보면 이 정도 늘었을 거라 추측한 것과 거의 일치한다. 그러면 올라가지 전의 혹시나에서 늘어난 수치를 확인하는 역시나로 급격히 추락하는 기운 때문에 기분이 착 가라앉는다. 뭐든지 해야지 싶은 의욕을 저만치 달아나고 만사가 귀찮은 무기력이 증폭된다. 이런 증상을 매번 반복하면서도 저울에 올라가서 몸무게를 확인하고 싶은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왜냐구? 아무리 많이 먹어도 몸무게는 그대로였으면 좋겠다는 망상을 떨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맛있는 음식은 넘쳐나고 입에 단 그 맛을 포기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뚱뚱해지는 것은 더더욱 싫고. 이런 분열 속에서 망상은 굳건히 나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다.

 

이제는 그 망상이 좀 지겨워졌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 포만감, ‘얄짤없는’ 저울, 이 셋 중에서 무엇을 버릴까.... 하다가 저울을 택했다. 아무리 많이 먹은 날 다음에도 몸무게를 재지 않겠다. 그 결과 석 달째 저울에 올라가지 않고 있다. 처음에 아예 저울을 없앨까도 했지만, 거기까지는 못했다, 미련이 남아서. 간헐적 단식을 꾸준히 하고 먹는 유혹에서 조금 벗어났다 싶은 날은 저울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몸무게를 줄였다는 달콤한 성취감이 막 그리워진다. 그때 마다 꿀꺽 그 마음을 삼킨다. 그러면서 참아낸 기특함을 즐겨 보려고 한다. 하지만 머지않아 건강검진을 해야 할 처지인데, 병원 저울도 거부할 수 있을까? 아... 뚱뚱한 몸으로 살아가는 세상은 온통 허들 투성이다. 쩝!

댓글 5
  • 2022-05-23 10:44

    비만을 다이어트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면, 해법은 좀 더 다양해지리라 생각되네....요즘 읽고 있는 감정사회학애서도 감정을 신호로 알아치릴 것을 언급하고 있다. 화재경보기처럼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 조처를 취하라는 경고음이라는 것이다. 질병도 몸의 메시지라고 한다. 독해해야 할 것들이 많고 각각의 독해방법을 익혀가는 게 양생의 기술이라는 생각을 해봄! 여긴 외래 진료 대기실이라 장문의 댓글을 달아봅니다. 아직 대기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요....

  • 2022-05-23 11:04

    일년 정도 저울^^을 달지 않았다가,

    몇달전에  재보니 앞자리가 바뀌었어요. 고장난줄!! ㅋ

    첨엔 또 좀 좌절했지만, 또 익숙해지고,

    나만 알지만^^ 내 맘에 드는 신체 부위?를 찾다 보면,

    나름 또 꽤 맘에 드는 부분들을 찾을수 있더라구요.

    하하하

     

     

  • 2022-05-23 11:50

    몸이 가벼울 때만 저울에 올라간다.  그것도 아침 화장실 시원하게 마치고, 겉옷도 벗고 올라선다. 그럼 늘 내 몸무게는 큰 변화가 없다. 

    많이 먹었을 때, 요새 내가 부어가고 있다는 걸 느낄 때는 절대 저울에 안올라간다. 

    좀 가벼운 쪽이고 싶은 건, 날씬함, 뚱뚱함의 개념이 아니라, 그냥 가벼워졌을 때 훨씬 활동력이 생긴다. 그래서 그렇다. 

    사실은 그래서 일년에 저울에 올라가는 날이 거의 읍따. 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5-23 13:28

    ㅎㅎㅎ 재밌다. 잘 읽었어요 쌤~
    맛있는 음식 말고, 좋은 음식으로 포만감을 챙기면 체중계도 덜 얄짤없지 않을까요?

    다음주에 같이 캬라멜 팝콘 먹으면서 함께 고민해봅시다~으하하!

  • 2022-05-23 19:22

    가끔 마라탕이 먹고 싶을 때 왜인지 생각해보니, 심심하거나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상황에 맞닥들였을 때였어요. 마라탕의 확실하고 명확한 자극으로 보완하려는 거였죠. 오늘도 비슷하게 매운 떡볶이가 먹고 싶기에 '그렇구나' 하고 감정을 알아차려만 주고, 검은콩메밀국수를 먹어줬더니 떡볶이 생각이 사라지더라고요ㅋㅋ 특정 음식이 먹고 싶을 때 그 음식의 영양소가 필요한 것인지, 심리적 요인이 있는 것인지 잠시 멈추고 알아차리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체중계는 매일재면 일희일비하게 되어 피곤하더라고요, 주 1번 정도 공복에 한 번 재어주고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나의 느낌에 더 집중하면 감각이 더 예민해지고 내 느낌을 더 믿게 되어요. 자기 직전에 꼬르륵> 담날 살빠짐, 자기 직전에 적당함> 유지, 자기 직전에 넉넉함 내지 배부름>약간 찜, 살 빠졌는데 활력이 없다>근육 빠짐, 살 빠졌는데 활력이 있다>지방 빠짐, 살 쩠는데 활력있다>근육 증가, 살 쩠는데 기분 별로고 옷태도 안 난다>지방 증가, 요렇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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