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비인간 세미나> 필사후기 -습지주의자-

2022-07-02 23:45
244

생성과 소멸의 변주곡이 울려 퍼지는 곳- 습지

 

-습하면서도 마르고 물이면서 뭍인곳

물과 흙이 빚어낸 역동적인 세계

그곳의 물렁물렁한 존재들을 말하다-

 

<어바웃 비인간 세미나>에서는 필사를 하고 있답니다^^

알고 계시죠~

저는 <습지주의자>로 시작했는데요~

덕분에 습지라는 낯선 세계의 신비로움에 빠져 들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느~~~린 필사,

<습지주의자>김산하 2019 의 구절들을 소개합니다~

 

우포늪의 풍경

 

-'물의 머무름이 없다.'는 말을 하려고 이렇게 멀리 돌아 온 것입니다.

생명의 근원이자 근본인 물, 세상을 변화시키는 물, 자유롭고 오묘한 물.

물의 자연스러운 머무름이 없습니다.

물을 병입(甁入)해서 보관하고 저수지에 담아두는 관리와 통제는 있지만,

물이 물답게 스스로 퍼지는 자유는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물의 머무름이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습지입니다!-

 

-우리의 반쯤 잠긴 무대, 즉 습지는 물이 넘실거리며 자유 발랄하게 대지를 적실수 있을때 생겨나는 그런 공간입니다.

생명의 근간을 이루는 저 물이 원래 제 성질대로 넘치기도 하고 고이기도 하고 흥건한 짓을 저지르며 돌아다니다 보면,

물과 뭍의 기가 막힌 조합이 곳곳에 탄생하는 것입니다. 변화무쌍한 지형의 온갖 기상천외한 곡면마다 골고루 훑으며

물은 만났다 헤어졌다 떠났다를 반복합니다. 말 그대로 흐름입니다.

습지는 물의 자유분방한 움직임과 체류에 따른 하나의 결과입니다.

그래서인지 습지는 유난히 '자연스러워'보입니다. 물의 흐름이 저절로 이른 곳이기 때문입니다.-

 

 

순천만의 낙조

 

-그 물이 있음으로써 찾아오는 생명체들이 있습니다. 물에 산란해야 하는 각종 날벌레들이 꼬이기 시작하고,

이를 먹으려는 곤충과 양서류가 찾아옵니다. 물의 양은 큰 상관이 없습니다.

양이 많으면  종 수와 개체수가 늘어나겠지만 작은 웅덩이라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고인 물만큼,  그 경계가 가리키는 만큼 그곳은 새로운 서식지 인 것입니다.

땅에 물이 머무르는 곳은 귀하기 때문에 얼마라도 물이 맺혔다 하면 바로 생태적 의미가 발생합니다.

누군가는 그서을 요긴하게  활용해서 생명 현상을 연장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 웅덩이는 작든 크든 하나의 소우주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유동적이고 역동적인 삶입니까!

물이 차고 빠지는 수위의 변화의 틈에 생의 드라마가 집중돼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떤 숙명적인 터치가 가미됩니다.

지형의 울퉁불퉁함에 따라 누구는 다시 갇히고 누구는 물의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그토록 자유분방한 움직임을 허락했던 매질인 물이 차츰 사라지면서 작은 습지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그곳의 거주민들이 재편성됩니다. 고립과 섞임과 고립의 순환. 그 순환의 흐름을 타는 삶.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물과 변화, 이 생명의 체계 자체가 찬란하게 아름답습니다.-

 

 

-습지의 에너지와 영양분, 즉 습지 경제의 근간은 식물, 분해된 식물 찌꺼기, 조류(藻類), 미생물 등으로 구성됩니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걸 꼽으라면 바로 식물 찌꺼기와 조류입니다. (...)

의도치 않으면서 다른 존재에게 도움이 되는 삶.

이것을 기본 단위로 삼아 자연을 이해라는 체계가 바로 생태학입니다.-

 

-동물에게는 물론 우리 인간에게도 무척이나 중요한 작고 도특한 습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들어 보셨는지요, ' 둠벙' 이라고?

한 번 직접 발음해 보세요. 이름에서부터 동그할게 알찬 생명의 맛이 배어 나옵니다.

지역에 따라 '덤벙' 또는 '둥뱅'이라고도 한답니다. 

참으로 유쾌한 존재입니다.

둠벙은 논 주변에 물을 저장해 놓은 작은 웅덩이 혹은 못입니다.-

 

-우주선에서 나와 공기를 들이마십니다.

저 햇살 아래 반짝이는 흙과 잔잔한 물을 바라봅니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서 출발해 물의 인도에 따라 천천히, 조용히 여기에 모인 흙,

그 긴 여정과 이름 모를 역사가 저 찬란한 매끄로움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습지가 알려준 또 한가지가 있습니다.

그 것은 습지의 '지', 즉 땅이  원래  이토록 자유롭고 발랄하게 움직이는 무엇이라는 깨달음입니다.

한없이 점잖고 정적인 줄만 알았던 대지가 물을 만나

미처 몰랐던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덩실덩실 춤을 추며 여기까지 도달했습니다.

부드러움 속에 반쯤 파묻힌 우리의 발끝에.-

 

 

-그러나 습지는 툭하면 잠깁니다. 물과 흙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아니 변화를 일으키는 힘들이 작용해야만 비로소 생성되는 세계.

그 것이 습지입니다. 딱 마음에 드는 영어 표현이 있습니다.

"Wetlands, the world in flux" (...)

습지는 물과 흙의 움직임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그 역동성으로 인해 결코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습니다.

습지는 역동적으로 일관됩니다.-

 

유리 슐레비츠(Uri Shulevits)의 새벽(Dawn) 강무홍 옮김, 시공 주니어, 1994

 

-습지의 섬세한 미학이 거의 동양적 감성으로 그려진 걸 발견하실 것입니다.

또한 습지의 동물이 주인공이고,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삶이 줄거리인 게 습지 작품의 정수라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하려는 말은 단순합니다.

반쯤 잠기고 반쯤 드러난, 생명과 죽음이 서로 용해되는,

섬세하고 풍요로우며 뿌옇고 불가해한, 유동적 지성과  역동적 감성을  상징하는.

이 모든 것과  그 이상인 . 습지. (...)

언젠가부터 제 말과 글조차 습지를 닮아 가더군요.

다분히 액체적인 표현이 입에 붙어 버렸답니다.

듣자 하니 버지니아 울프(Verginia Woolf)의 문체도 그랬답니다.

결국 스스로 물에 빠져 생을 마감한 울프처럼

저도 언젠가 마지막 숨을 내쉰 다음에는 흙보다는 습지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북아메리카 원주민 라코타 족의 언어로 물은 '므니(Mni)라고 합니다.

허나 그건 억지로 번역한 것이고 원래 이 단어의 의미는 '살아있는 것들의 느낌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티오카신 고스트호스라는 라코타 족 사람으로부터 우연한 기회에 직접 들은 기억이 납니다.

어떤가요? 저와, 습지가 연결 되었나요?-

 

창녕의 우포 늪

 

<습지주의자>의 몇몇 구절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이 매력적인 습지. 습지를 일컬어 지구의 '필터'라고도 합니다. 

게다가 습지는 공기중이나 수중의 질소를 무해한 기체 질소로 변환하기도 합니다.

가령 축산 폐수가 강에 들어오면 위험하죠?

이 때  강의 부영양화현상을  조절해주는 질소 저장고이자 처리공장으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또한 습지는 뛰어난 탄소 저장고 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열대 우림이나 산호초에 비견될 만큼 다양한 생명체의 서식지입니다.

 

우리가 보고도 몰랐던 신비로운 습지의 물성과 감수성에 대해,

<습지주의자>에서 만나보실수 있습니다.^^

댓글 6
  • 2022-07-03 08:08

    습지야 말로 '무용지용'의 지대이죠. 저도 습지주의자, 너무 좋아요. 나의 삶은 그간 육지주의자?!였는데, 나도 습지주의자가 되고 싶어요.

     

    글구 제가 이번 도롱뇽 칼럼을 쓰면서 책을 여러 권 읽었어요. 습지주의자도 중요한 참고서적었구요. 그리고 그 중 도롱뇽 관련 동화책도 있었지유...

     

     

    앞의 두 권은 제가 이번에 읽은 동화책이구 세번째 그림은 <습지주의자> 표지에요. 그런데 두번째와 세번째, 그림체가 비슷해 보이지 않으세요? 맞아요. 같은 작가가 그린거에요. 김한민 작가. 그리고 김한민 작가는 <습지주의자> 김산한 작가의 친 동생이에요. 둘 다 생태주의 활동가들인거죠. 정말 멋진 형제들인 것 같아요^^ 두 사람 인터뷰 제가 링크 걸게요.

    https://www.khan.co.kr/people/people-general/article/202008232147025

     

     

    아참 <도롱뇽과의 전쟁>이라는 소설도 샀었는데,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 문학의 길을 낸 작가 카렐 차페크의 문학적 기교와 역사적 통찰력이 총동원된 대표작. 인간처럼 언어와 도구를 사용하지만 어떠한 권리도 주장하지 않는 순박한 도롱뇽들과 그들의 노동력과 기술력을 착취하는 탐욕스러운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에피소드에 관한 이야기"(알라딘 책 소개)인 이 책은 시간이 없어서 못 읽었어요. 조만간 읽어보려구요^^

    • 2022-07-03 10:40

      오마나! <비수기의 전문가들>의 김한민 작가네요.

      두 분이 형제군요!!!!!!

      <도롱뇽과의 전쟁>도 궁금해지고~
      저두 습지주의자~ ㅎㅎ

  • 2022-07-03 17:50

    '물의 머무름'에 대한 구절이 무척 인상깊어요.

    고인물은 썩는 줄만 알았는데 습지에서 볼 수 있는 그 오묘한 조화로움이 놀라워요. 고립과 섞임의 순환이란 문구도 확 꽂히구요!!

    저는 김한민 작가 '아무튼 비건' 읽었는데, 엄청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분이네요!! (형제관계였다니..놀람)

    첨부해주신 그림책도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습니다ㅎㅎ

  • 2022-07-04 11:30

    사진과 글귀가 잘 어울려요...

    어쩜 이리 멋있게 표현을 잘 하실까... 같은 책을 읽었는데 새롭게 보게 되어 필사의 맛이 이거구나 싶기도 해요~~

    경계가 없는 곳에서 펼치지는 생명의 역동성...습지에 매력을 느끼고 찾아보게 만드는 책이예요.

  • 2022-07-04 22:19

    저도 습지주의자를 읽으면서 유튜브에 습지를 쳤더니 어느새 제 알고리즘에 습지가 추가되었답니다.

    즐겁게 세미나 하고 매주 새로운 걸 알아가서 좋아요.

    또 저는 필사를 하며 종종 삽화까지 같이 그리고 있는데, 

    요새 그림그리는 재미에 푹 빠졌답니당...ㅎㅎㅎ

    필사의 멋과 재미를 그대로 알려주시는 후기 잘 읽었어요..참샘..^^

  • 2022-07-05 14:08

    참님의 후기를 보니, 더욱 더 습지에 가보고 싶어요! 7월 17일 저희가 볼 습지는 책에서 묘사한 것과 얼마나 같을까요? 혹은 얼마나 다를까요? 생동감있는 후기 감사드립니다 ^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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