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세미나 6회차 후기

우연
2022-05-12 07:40
336

이번 시간은 도덕경 51장부터 60장까지 살펴보았다.

 

51장은 우리가 널리 알고 있는 道生之 德畜之로 시작한다. 아버지 날 나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 하는 문구를 떠올리는.^^ 도가 낳고 덕이 기르니 사물이 나타나 勢로써 완성된단다. 物形之 勢成之. 만물의 근원인 도가 사물을 나타나게 하고 그 도의 작용인 덕이 사물을 기르니 물은 본성대로 천하에 출현해 형세의 영향으로 그 모습을 완성해 간다. 여기서 도와 덕은 사물의 존재 원리인 理와 그의 작용인 氣로 대치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勢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도와 덕은 사물의 내재적 요인이고 物과 勢는 외부적 조건, 환경이라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51장의 마지막 구절은 10장의 뒷구절과 같다. 책의 범위가 절반이 넘어가니 한 번 언급되어진 부분들이 종종 다시 등장한다. 다들 앞에서 공부한 내용을 참조하면서 뒷부분을 해석할 할 수 있는 내공들이 쌓여감이 보여 흐믓한다. 낳되 소유하지 않고 일하되 자랑하지 않고 길러주되 주재하지 않으니 이를 玄德이라 한다.

 여울아는 玄의 의미에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천자문에서 검다라고 풀이되는 玄(검을 현)은 가물가물하다, 아득하다, 보일 듯하지만 보이지 않는다라는 식으로 새길 수 있다. 뭔가 있을 듯 하지만 잡힐 수 없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하지만 명확히 볼 수는 없는 玄. 도와 덕은 이런 현묘함이다. 玄道 or 玄德.

반면 玄은 明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명은 어둑어둑하게 숨겨져 있는 무엇이 아니다. 텍스트 여기저기에 드러나는 明은 지혜의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작은 것을 볼 수 있고 근본을 살필 수 있다. 빛을 사용하지만 그 빛은 번쩍이는 휘황찬란함(光)이 아니며  모든 먼지까지도 만 천하에 드러나게 하는 지나친 세세함도 아니다. 노자 사상의 주요 개념들이 텍스트 전반에 걸쳐 조금씩 설명 되어지고 있다.

 우리는 텍스트 앞 뒤를 종횡무진 왔다갔다하며 그 개념들을 살핀다. 물론 많은 부분들이 머리에서 사라져 기억에 존재하지 않지만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기에 이 중 누구 하나라도 앞 장의 구절들을 떠올리며 상기시켜 주면 우리 모두는 그 구절로 다시 복귀할 수 있다. 여럿이 하는 세미나의 장점이 톡톡히 드러나는 순간들이다.  

53장은 왕필의 주와 다른 주석가의 해석이 달라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다들 자신만의 입장이 생겼으리라 믿는다.

 54장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와 맥을 같이한다며 토용은 이 장을 토대로 메모를 적어왔다. 노자의 사상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되는 예와 은유가 (55장처럼) 수 천년 전의 익숙한 생활개념이기에 오늘 날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와는 조금 동 떨어진 것일 수 있다는 이야기, 다시 언급되는 구별과 분절에서 야기되는 언어의 불완정성(56장), 현실 세계에 적용이 다소 모호한 노자사상의 정치술이 어떻게 구현되는가에 대한 예(57, 58장) 등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말단에 집착하지 말고 근본을 세워야 한다는 말과 함께. 말단이 형벌인 건 알겠는데 근본은 무엇이냐는 여울아의 계속된 의문제기에 살짝 지루해지기도 했다. ㅋㅋ 

 

 첫 시간을 결석해 세미나 분위기를 살필 수 없었던 나는 이제야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 같다. (첫 시간 출석은 정말 중요해!^^) 우리의 젊은 피 명식이 몸이 안 좋아서 줌으로 참가했고 바람처럼님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명식이 줌으로 참석하다 보니 아무래도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난상토론에 적극적으로 끼어들지 못한 감이 있어 아쉽다. 다음 시간에는 대면에서 만나길 바라며.  

 이차 텍스트는 나름의 문제의식으로 각자 메모를 해왔다. 이것 역시 같이 나눌 이야기와 의문점이 많은데 시간상의 문제로 항상 바삐 후루룩 읽고 지나가는 느낌이 드는 건 나 뿐인가. 그래도 세미나는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겨 끝났다. 조금씩은 해결되는, 하지만 여전히 미진한 해석을 남겨두고.  

댓글 2
  • 2022-05-13 07:49

    그레이엄이 말하는 노자 시의 댓구가 가져오는 반전효과(어찌보면 변증법)에 관한 얘기가 재미있었어요. 강함보다는 유연함, 혹은 약함에 방향성을 혹은 상대적 우월성을 부여하면서 그와 동시에 약함과 유연함이 강함과 강폭함을 넘게 되는 반전효과말예요. 약함이 강함을 이긴다.. 이 한마디면 되는데, 뭘 어렵게 얘기하나 싶기도 하지만 이것이 우리 일상에 숨겨진 힘이나 원리를 깨닫게 해주는 거 같거든요. 

     

    다음 주는 리쩌허우 책을 읽습니다. 손자, 노자,한비자까지 읽습니다~

  • 2022-05-14 16:30

    2차 텍스트를 읽으니 노자를 해석하는 시각이 참 다양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레이엄은 노자, 순자, 법가를 묶고, 리쩌허우는 손자, 노자, 한비자를 묶고.

    노자 텍스트의 玄하고 玄함 때문일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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