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세미나 2회차 후기

우연
2022-04-13 14:08
156

난 난생처음 zoom이란 것으로 세니마를 해봤다. 평소에 페이스톡도 선호하지 않는 내가 말이다. 기계에 익숙치 않은, 나이 먹을 만큼 먹은 나는 이 나이에 새로이 시작하는 모든 것이 힘들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아등바등 익혀온 대부분의 기술이 낡은 것으로 치부되고 사라져간다. 아직 세상에 머물러 살아야하는 구세대의 나로선 반갑지 않은 현실이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문탁의 대부분의 세미나와 강의가 zoom으로 전환될 때 뭐 그렇게까지 공부하나 하는 생각에 기웃거리는 모든 세미나를 포기했었다.  이랬던 내가.....

zoom을 켜고 우왕좌왕했다. 소리가 너무 커서 귀마개 찾으러 다녔고 뚝뚝 떨어지는 밧데리 잔량에 충전케이블 집어오느라 자리를 비웠고 소리 줄이느라 카메라 들었다놨다 해서 화면이 크게 요동치기도 했다. 잡소리하면 안되는 줄도 모르고 떠드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소리를 차단시키기도 했다. (죄송합니다. ㅠㅠ) 이제 적응! 그래도 비대면 세미나는 안했음 좋겠다. 옛 것에 익숙한 나로서는 친근감을 느끼기 힘들다.

이번 주는 왕필의 노자주 11장부터 20장 까지를 살펴보았다. 유와 무는 모두 각자의 역할이 있으나 그래도 근원이 되는 무를 바탕으로 유의 쓰임새가 나타남을 살펴보았고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우리의 감각이 무뎌지며 사물에 휘둘리는 자신을 경계해야함을 읽었다. 인간의 분절된 언어로 정의될 수 없는 도의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 회원들 각자는 자신의 머리로 그 개념을 잡아나갔다. 꼭집어 하나의 모습을 그릴 수는 없지만-그러하다면 그것은 도가 아니기도 하고-다들 비슷한 유형의 그림을 그리고 있기는 할게다. `17장 최상의 덕을 가진 왕`편은 정치술로서의 노자철학이 잘 나타난 장인데 이는 뒷편의 다른 장과 연결되기에 나중에 다시 다루기로 했다. 18장 `대도폐 유인의`편은 인의를 최고의 덕목으로 치는 유가와 비교하여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 장이다. 2000년 전 제자백가시대의 유가에 대한 반론으로 제기된 주장일 수도 있고 인간문명이 지나치게 미분화되기 이전의 소박한 윤리 의식의 반영일 수도 있으며 지나친 사회적 규제에 대한 역설적 주장일 수도 있겠다. 고전을 이 시대에 맞게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라는 문제 의식을 갖는다. 20장 절학무우는 해석에 따라 완전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구절이다. 공부를 하고자 모인 이 곳 회원들 모두 글자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정말로 공부를 안하면 근심도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토용만해도 세미나 땜시 근심이 한가득이라는데.ㅎㅎ 나 역시 과거에는 굳이 택하라 하면 배부른 돼지의 삶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기를 원했다. 앎의 힘이 실존적 고독의 깊이를 깊게 할 지라도  고독은 지식의 부산물이라며 공부의 힘에 기꺼이 의지하고자 했다. 지금은? 글쎄....  삶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데  공부가 절대적은 아니다. 절학무우를 글자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자세도 되어있고(^^)  행복을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아니다. 노자의 이 구절이 어떻게 해석되어야할지 생각이 많아진다. 

토용은 절학무우를 주제로 메모를 썼고 자작은 자기화두를 가지고 노자를 읽어 나갈 필요가 있음을 말했다. 명식은 2차 텍스트 무위무불위가 갖는 다소 가벼운 내용에 문제제기를 남겼고  남현주님은 처음 읽는 노자 내용 그 자체가 신선하고 재미있다고 하셨다. 이번 2차 텍스트는 동양철학에 무지한 서양의 젊은이를 대상으로 쓰여진 책이라서 우리가 읽기에는 조금 낯설은 감도 있으나 현학적 철학서가 아니라 실생활에 접목된 노자 사상의 풀이라고 이해하자는 중론으로 너그럽게(?ㅎㅎ) 받아들이기로 했다. 

난 (개인적 사정으로) 다시 시작하는 공부가 아직은 힘겹다.  이번 공부를 시작하면서 갖는 마음자세는 되도록 긍정적으로 생각하자였다. 딴지 걸지 말고  내 생각의 주장보다는 타인의 생각에 동의하도록 노력하고 일단은 이해해보자하는. 근데 개버릇 남 못준다고 첫 날부터 어깃장만 논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 이제 현학적 지식보다 인간에 대한 따듯한 이해심을 가지고 싶다. 노자를 통해, 또 이 곳 회원들과의 토론을 통해 이 바램이 이뤄지기를 바래본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단 말인가, 이 모두 도라는 한 그릇 안에 담겨있는 것을...

댓글 3
  • 2022-04-13 18:35

    어깃장 많이 안놓으셨으니 너무 좌괴감 안느끼셔도 됩니다.^^  '절학'하지 마시고 계속 같이 공부해요. 몇 년만에 샘과 공부하네요. 반갑고 즐거웠어요.

  • 2022-04-14 09:30

    우연님 후기에 반가워서 살짝 들어와 읽어봅니다.

    노자공부가 어떻게 마음에 길을 낼지 기대가 되네요.
    사람에게 그러하듯 줌에도 차츰 익숙해지실 거에요^^
    힘겨운 일상이지만 아자아자!!! 응원합니다~~

     

  • 2022-04-15 07:44

    우연샘......... 홧팅!!!!!!!!!!!!!!!!!!!!!!!!!!!!!

    언제 한번 밥 먹어요. 제가 밥 살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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