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묵경'과 과학기술

토용
2023-06-06 00:39
226

‘겸애’ ‘절용’ 등 묵자의 10대 주장을 읽고 ‘묵경’으로 들어갔다. ‘묵경’은 ‘묵변(墨辯)이라고도 칭하며, 경(經) 상・하, 경설(經說) 상・하, 대취, 소취 6편을 가리킨다. 대체로 후기 묵가의 작품으로 보지만, 묵자의 저술로 보기도 한다. 내용은 과학 기술과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이번 세미나 시간에 읽은 앞부분은 논리학적 범주에 해당하는 내용이 많았다.

 

전국시대 제자백가들 중에서도 영향력이 컸고 독특한 집단이었음은 이 ‘묵경’ 부분을 통해서 더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것 같다. 묵가는 농민, 수공업자를 주축으로 자신들만의 엄격한 규율을 강조한 집단이었고, 무기 제조와 방어전에 능하였다. 묵자와 그 제자들이 논리적이고 과학 기술을 중시했음은 특히 ‘묵경’에 잘 나타난다. ‘묵경’의 구체적인 내용은 기하학, 수학, 인식론, 우주론, 물리학, 윤리학, 경제학, 논리학 등 광범위하다.

 

묵가를 연구한 학자들은 묵가가 과목을 나누어 가르쳤다고 하는데, 그 교과목의 내용이 ‘묵경’에 담겨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앞부분을 조금 읽었을 뿐이지만, 나는 이 ‘묵경’이 정말 재미가 없었다. 묵가에 좀 더 관심과 흥미가 있었더라면 묵경의 내용이 앞서 읽은 묵자의 10대 주장 속에서 어떤 식으로 쓰이고 있는지 주의 깊게 보았겠지만, 굳이 그렇게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저 이 글자는 이렇게 개념을 정의했구나, 이런 식으로 과학적 지식을 풀었구나 하는 정도였다.

 

더군다나 세미나에서 보조텍스트로 읽고 있는 『묵자가 필요한 시간』의 저자가 묵경에 나오는 과학 기술에 대한 부분을 지나치게 서양 과학과 비교하면서 자랑을 해대는 부분이 거듭되자 좀 어이가 없기도 했다. 묵가의 시공 이론이 원시 상대성이론이라고 말하고, 수학의 배수, 자릿수, 점, 선, 면, 입체 등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과 지극히 유사하다고 말하고, 심지어 ㅇㅇㅇ는 서양의 ㅇㅇㅇ보다 시기가 앞섰다고 하는 등등 피곤했다.

 

내가 과학 이론을 잘 몰라서 이렇게 느꼈을 수도 있고, 실제로 저자의 주장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주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면 여울아샘은 과학 세미나를 해서인지 묵경에 나오는 과학이론들이 놀라운 면이 있다고 말한다. 아, 과학에 무식한 나랑 세미나 하느라 여울아샘도 고생이다.^^ 이래서 세미나는 최소 4명 이상은 해야 한다.

 

아직 묵경 부분이 남아 있어 더 읽어보겠지만, 이렇게 과학 기술 부분이 집중적으로 많이 실려 있는 제자백가 책은 묵경 뿐이지 않을까 싶다. 묵가는 비공을 주장하면서도 방어는 해야겠기에, 전쟁에서 살아남아야겠기에 이렇게 기술적인 부분을 열심히 연구했나보다.

 

 

댓글 1
  • 2023-06-06 20:58

    ㅎㅎ 묵가세미나는 정말 장님 코끼리 만지듯 세미나를 하고 있습니다. **출판사 묵경 편집이 아무래도 이상하다며 정본이 아닌가 보라했던 수준에서 겨우 "경"과 그 경의 풀이 "경설"을 같이 볼 수 있게 편집된 것임을 아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경이 그리도 재미없다니 진도를 빨리 빼고 뒤에 어록부분을 좀더 읽어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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