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시즌 1 네번째 시간 - 양생주 후기

우연
2022-08-11 13:36
121

양생주는 서두의 짧은 단상과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주 제물론은 많은 분량과 내용으로 다소 벅찬 감이 있었는데 이번 주 양생주는 거기에 비해 다소 수월하였다. 하늘로 높이 높이 치솟은 붕새가 힘차게 날개짓 하고 있는 곳은 결국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이 곳임을 양생주는 이야기하고 있다.

여울아는 처음 양생주를 읽었을 때는 포정해우에 관심이 갔으나 이번에는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에 더 눈길이 간다고 했다.
吾生也有涯 而知也無涯 以有涯隨無涯 殆已 已而爲知者殆而已矣
유한한 인간의 삶으로 끝이 없는 앎의 세계를 좇으면 사는 것이 위태롭다고 경고하고 있는 이 문장은 자칫 알려하지 말고 배우지 말고 자연 속에서 본능적으로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는 듯도 하지만 양생주의 맨 마지막 문장, `하나의 땔나무가 다 타버리고 끝날지라도 땔감이 만들어 놓은 그 불은 다른 나무로 옮겨져 계속 타오른다`라는 문장으로 유한한 개별적 인간의 삶과 무한한 앎의 세계에 대해 좀 더 깊은 뜻을 살피게 한다. 장자 읽기의 묘미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겉으로 드러난 은유를 한 번 더 들여다보고 그 숨을 뜻을 찾아내는 것. 하지만 그러기에 각자의 해석이 각각 다를 수 있고 놀랍게도 반대의 의미로 해석해 낼 수도 있다. 역시 장자는 작품 전체를 통해 우리에게 평범하게 사고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死生과 存亡이 하나로 일체된다면 세속의 삶을 유유자적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그와는 다른 편에 서 있는, 뚜렷한 신념-명확한 시비의 판단-으로 치열하게 사는 삶도 매우 가치 있는 삶일 수 있다는 가마솥님의 의견에 나는 격한 동감을 표한다. 어차피 한 번 살다가는 인생, 내가 옳다고 믿는 가치에 나의 전생을 걸어보는 것 또한 아름답지 않은가. 허나 장자는 자신이 살아냈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시간들을 목도하면서 이런 참혹함과 비참함이 강한 고집과 자신만의 옳음 안에서 파생되었음을 파악하고 개별적 인간의 편협한 사고를 뛰어넘을 때만이 시대의 비극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기에 사회의 도덕과 판단기준조차 문제 삼았다. 모든 철학이 그러하듯 장자 사상을 고찰하기 위해서는 전국시대의 시대상을 먼저 살펴야 한다. 이 시대에 다시 읽는 장자의 양생, 그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해 낼 것인가.

토용은 장자에서 처음 등장한 중국 고대 사상의 주요 개념어인 天理를 중심으로 자기 생각을 풀었다. 天理에 맞게 칼을 휘둘 때 포정의 칼날은 상하지 않고 技를 넘어 道의 경지에서 움직일 수 있다. 外物을 대하는 마음의 결이 天理와 어긋나지 않는다면 나에게 주어진 命을 운명론이나 체념론이 아닌 좀 더 적극적인 양생으로 수용할 수 있다. 우사가 자기에게 닥친 형벌에 좌절하지 않고 장애를 가진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보듬을 수 있는 것도 天理를 이해하고 받아들인 높은 수준의 양생이다.

자작나무 역시 포정해우를 중심으로 메모를 작성해 왔는데 그녀가 풀어내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양생을 위해 마음 수련과 더불어 신체성의 중요함이었다. 요즘 황제내경을 같이 공부하고 있는 그녀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장자의 이야기는 대부분 寓言 重言 癡言으로 구성되었기에 개인마다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 다르다. 또한 지금 현재 처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서도 달리 해석되곤 한다. 우리의 메모는 이런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어느 세미나보다 자신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며 회원 각자의 생각을 쉽게 살필 수 있고 더불어 인간적으로 다가가기 쉽다. 道의 경지에 오른 庖丁조차 두려움과 경계의 자세를 늦추지 않는 부분에 주목하며 외물과의 관계성을 아마존 정글탐험에 비유한 조심성에 눈길이 갔다.

잎사귀님은 물리적 한계를 지니고 있는 우리의 육체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주어진 조건을 부자유함으로 정의하고 이 부자유 속에서 자유롭게 사는 법을 장자에서 보고 있다고 한다. 나의 노력과 의지로 어찌해 볼 수 없는, 피할 수 없는 實情을 命으로 받아들이는 天理를 갖출 때 養生의 길이 열린다. 노담의 장례에 조문하는 진일의 에피소드는 장자가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는 알겠지만 현실에서도 적용하고 싶은지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가 있었다.
安時而處順 哀樂不能入也 古者謂是帝之懸
(운명을) 편안히 따른다면 슬픔도 즐거움도 끼어들지 못하고 하늘의 묶임에서 풀려懸解 난단다. 삶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망자와의 헤어짐을 지나치게 슬퍼해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는 한다. 蛇足으로 공자의 哀而不傷(논어 팔일편)에 반기를 드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에 따라 몸이 망가질 만큼의 슬픔이 있어야만 헤어질 수 있는 이별이 존재함을 나는 부정하지 않는다.

윤슬님의 메모는 삶을 긍정하며 살기. 자연에 따라 사물을 거역하지 않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고 양생이라고 한다. 사실 세미나 시간에 워낙 말수가 적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죄송ㅠㅠ)

`양생주`는 이렇게 지나갔고 다음은 `인간세`다. 분량이 제법 된다. 양생주가 괜히 양생주가 아니었어^^

댓글 3
  • 2022-08-12 09:57

    똑같은 글을 읽어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 다르고 느낌도 다르고.....이래서 세미나를 하는가 봅니딘.

    잘 정리된 후기를 보니 다시 그 시간인 듯합니다.

    Ps 두께없는  칼.  요즘 제 화두입니다. ㅎㅎ 

  • 2022-08-12 12:58

    한눈에 정리가 확 되네요. 기억력 짱짱!!

    고맙습니다~ 저는 장자의 시대와 다른 지금의 시간이 꼭 춘추전국시대와 다르지 않은 듯도 하지만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조건이 달라졌기에 제 생활에서 양생하고 싶은 생각이 큰가봐요.

    활발발한 토론이 있어 세미나가 더욱 즐거워요~

  • 2022-08-16 23:52

    양생주가 지나고 인간세가 오지만, 장자의 고민은 변주되고 점층되는 느낌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세미나라 더욱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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