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시즌1_3회차_제물론 후기

가마솥
2022-08-07 21:26
192

     소요유(逍遙遊) 편에서 붕곤(鵬鯤)의 거대한 비상과 함께 절대자의 얽매임 없는 삶, 자유무애한 경지를 설명한 장자는, 제물론(齊物論) 편에서는 그러한 삶을 성립시키는 실천적인 근거를 밝힌다. 한 문장으로는 만물제동(萬物齊同)이지만, 그 내용이 방대하고 난해(難解)하다.

 

     자작나무님은 사물을 가지런히 한다(齊物)는 것에서부터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실재를 알 수 없거나, 혹은 우리가 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고 하는 장자에게 인식론적인 질문을 던지고 나서, 제물론에서 중요한 것이 지식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왕보의 해석에 따라, 제물론은 인식론을 다뤘다기보다는 일종의 수행을 다루는 쳅터로 읽어 본다. 天均, 以明 등을 얻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우거나(心齋) 나 자신을 초월하거나 도를 따라야(因是)하는 것으로......

     토용님은 장자는 사람들이 내는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걱정, 한탄 등의 소리(감정들)을 고요하게 하기 위해서는 편견과 분별을 초월하는 ‘명(明)’에 의존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의미를 찾았다. 이 ‘명(明)’을 안동림은 절대적인 명지(明智)라 했고, 후쿠나가는 절대 지혜(거대한 지혜)라고 했다. 하늘로부터 아래에 있는 만물에 모든 빛이 비춰지듯 절대적인 자연의 조명(照之於天, 안동림 59쪽)과 같은 것일 수도 있고, 또 이것은 인간의 시비를 초월한 어떤 절대적인 경지, ‘자연’(시비, 분별이 없는 참된 세계)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좀더 구체적인 논지가 아쉬웠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맹자는 마음을 다하는 것은 자신의 본성이 하늘에서 부여받은 선한 것임을 알아 그 본성이 불선함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마음은 사람의 뛰어난 인식 능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고, 자신이 가진 뛰어난 인식능력으로 사사물물 이치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마음을 다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장자의 경우는 이명(以明)만 말하고 있어 뭘 어쩌라는 것인지 좀 답답하다는 것이다. 또한 사물들 사이에 옳고 그름, 통일된 표준이 없다는 장자의 이야기에 동의하지만, 윤리적인 문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하는 질문을 던진다. 일단 윤리적인 문제는 지금 논의하는 제물론과는 차원이 좀 다른 이야기이니 지금은 당분간 접어 두자고 논의하였다.

      나는 도추(道樞), 지도리에 눈길이 갔다. 너(저것, 彼)와 나(이것, 是)의 구분은 상대적인 것이고, 彼는 是에서 나오고, 是 또한 彼에 의존하니[彼出於是, 是亦因彼] 彼와 是가 나란히 생한다[彼是方生]고 하며, 彼와 是 쌍방이 자기(自己)와 대립하는 것을 완전히 잃어버린 -그 짝을 얻지 못하는- 경지를 도추(道樞) 라고 부른다. 추(樞)는 문을 여닫는 축에 끼우는 지도리를 말하는 것인데, ‘『明으로 한다』라는 것은 환중(寰中, 둥근 구멍 속)의 도추(만물제동인 실재의 진상)을 관조하는 예지를 자기 것으로 삼는 것이다.’(미츠지, p82) 그 동안 진보라고 일컫는 사람들의 생각, 가치판단, 주장, 정책 등이 상대방을 적으로 삼는 차원에서 도추의 경지로 바라보는 차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예시들을 말했지만, 너무 순진하다는 평을 들었다.

     우연님은 장자의 시비문제나 나비와 장자이야기 등이 자칫 모든 것이 상대주의로 평가된다는, 기준이 없다는 식의 장자에 대한 해석은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고 문제제기 한다. 상대주의로 읽힐 수 있는 그런 수준의 구분은, 성인은 다른 차원(照天)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대주의를 넘어선 인식이라는 것이다.

    여울아님은 마지막 호접몽(胡蝶夢)에서 왕보의 해석으로 물화(物化)가 무엇인지 말하였다. 변신. 나비로의 변화는 외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바뀜이라는 것이다. 무슨 뜻인가? 왕보는 “너는 나일 수 있고, 나는 너일 수 있으며, 나와 너는 또 그일 수 있다면, 그렇다면 이 세계에 아직 진정한 구별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변화 그 자체라기보다는 “변화는 통하는 것”이며, “사물 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만물이 서로 통하여 하나 된다.”는 것이다. 이때 외적인 변화를 받아들일 마음의 변화가 준비되어야 하는데, 남곽자기의 “나는 나 자신을 잃었다(吾喪我)”는 장면을 몸과 마음의 변화라고 해석한다. 이런 면에서 나비 꿈 일화는 장자의 성장 스토리로 읽어도 무방하지 않을까?라고 감상평을 내놓는다.

    윤슬님은 남곽자기가 ‘지금 나는 나 스스로를 잊어버렸다’(今者吾喪我)라고 말한, 나를 잊어버렸다(吾喪我)는 말에서 불교 세미나를 하면서 그 의미를 몰라 헤매었던 무아(無我)가 떠올렸다. 붓다의 무아(無我)를 장자의 상아(喪我)로 다시 만난 것이다. 여기에 쓰인 상(喪)은 장례식장에서 보는 글자다. 나는 나를 장례치른다는 말이다. 표현이 과격하다. 육체적인 죽음이 아니라 정신적 죽음이다. 나라고 생각하는 것들, 살아오면서 나를 똘똘 감싸고 있는 가치관, 고정관념, 삶의 기준, 신념 등등 일 것이다.

 

     다소 길고 형이상학적인 내용도 있어서 ‘그럼 어쩌라고? 현실세계에서 그게 가능해? 소는 누가 키우고?’ 하는 질문들이 불쑥 불쑥 나오지만, 일단은 접어 두고 돌아와 다시 펼쳐 볼 장으로 생각된다. 다음 장이 양생주(養生主)이고 인간세(人間世)이니 혹시 Tip을 들을 수도......

 

댓글 1
  • 2022-08-08 00:02

    우연님의 끈질긴 질문이 기억에 남습니다.

    첫째는 장자의 제물론이 혹은 인식론이 과연 수행으로 될만한 것인가? 오상아든 텅빈 마음이든 물아일체든 정말 그럴 수 있나요? 우연님은 물었고, 어떤 분은 가능하다고 했지만... 아내의 장례식에서 단지를 두들기며 노래를 부를 수 있는가.. 정도급의 질문이라고 저는 여겼기에 부정의 답이 나올 수밖에 없더군요. 장자처럼 산다는 건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으며 미쳤다는 얘길 들어도 무심할 수 있는 경지아닐까요... 

     

    둘째는 물화에 관한 질문입니다. 제물론에는  장자와 나비는 분이 있는데(다른데), 이것을 물화라 한다는 문장이 나옵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이 에피는 함축된 문장이 많기 때문에 이 둘 문장 사이에도 그런 생략된 문장들을 상상으로 혹은 논리적 문맥으로 엮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화란 장자와 나비 사이에 분(겉모습)이 다르지만 그럼에도 마치 꿈에서처럼 장자가 나비가 되고 나비가 장자가 된 것이다... 라고 문장을 이어봅니다^^ 세미나에서도 말했지만 물화한 물고기 알이 물고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이것은 변이다) 물고기가 대붕이 되는 것이다. 유충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는 것은 변이고, 나비가 장자와 같이 분이 다른 것으로 변화하는 것이 물화다... 다시 말해서 분이 같은 것은 물화가 아니다. 콩(알) 심은데 콩나면 물화가 아니다. 팥이 나야 물화다.. 요기까지 생각해봤습니다. 세미나 시간에도 얘길했던 내용인데, 나중에 좀더 비어있는 부분을 정리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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