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시즌1 2회차 후기

토용
2022-07-28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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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를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소요유> 한 편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학(學)으로 시작하는 『논어』나 인의(仁義)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맹자』 첫머리에 반해서 곤과 붕새로 시작하는 『장자』는 머리의 회로를 완전히 바꾸라고 말한다.

만약 우쌤의 장자 강의를 듣지 않았다면 우언(寓言), 중언(重言), 치언(巵言)을 구분도 못하고 우언이라는 미끼를 덥석 물고서 치언은 깊이 생각도 안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자』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우언에 있는 것 같다. 소요유의 곤과 붕새를 이어서 앞으로 어떤 우화가 나올지 기대가 크다.

 

소요유는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의존하지 않는 절대 자유의 경지에서 노니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고 세속을 떠나 물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 한가롭게 유유자적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그러고 싶다^^)

소요유 하기 위해서는 우선 곤이라는 물고기에서 붕새로 변하듯 화(化)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신을 잊어버리고 완전히 다른 존재로의 질적 변화를 왕보는 마음이 몸으로부터 해방과 초월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이 변화는 정신적 차원의 초월인 것이다.

이에 대해 『장자』를 양생론 측면에서 읽는다고 할 때 정신양생론 혹은 정기신에서 과연 몸을 도외시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얘기들이 오고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댓글로 좀 알려주세요)

앞으로 몸과 마음의 문제에 대해 장자가 무슨 말을 할지 더 읽어봐야겠지만, 왕보가 ‘몸으로부터의 해방과 초월’이라고 했을 때 그것이 몸 따로 정신 따로를 의미하는 것 같지는 않다. 정신적인 해방이 양생의 측면에서 본다면 몸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잘 모르겠다.

 

장자는 시공간적 제약이 없는 절대 자유의 세계에서 소요하는 사람을 지인(至人), 신인(神人), 성인(聖人)이라고 한다. 이들은 초월자이기 때문에 천지의 바른 기운을 타고 육기(六氣)의 변화를 조종하는 자들이다. 인간의 레벨은 의존하는 것의 유무에 따라 나뉜다. 탈속적이라는 송영자와 바람을 타고 다니는 열자도 장자의 눈에는 의존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초월자가 되지 못한다. 처음 읽을 때는 지인, 신인, 성인도 천지지정(天地之正), 육기지변(六氣之辯)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 이들은 이것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 속에서 자유자재로 노니는 자들이었다.

후쿠나가는 붕새를 초월자라고 했다. 장자에 따르면 초월자는 의존하는 것이 없다고 했는데, 붕새는 9만리를 오르기 위해서, 또 남명으로 가기 위해서 바람에 의존해야 한다. 여울아샘은 이에 대해 ‘붕새가 바람을 타는 것은 자연스러운 날갯짓이다. 자연의 변화에 순응한 것’이라고 해석을 했는데, 타당한 것도 같아 앞으로 책을 읽으면서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앞으로 더 읽어봐야 알겠지만 <소요유>를 읽고 든 생각은 인간이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였다. 전국시대라는 전쟁의 시대에 유가, 묵가, 법가 등은 정치와 윤리에 대해 말했다. 그러나 장자는 인간의 존재 그 자체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장자를 실존주의 철학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하니 이 부분을 계속 생각하면서 읽어야겠다.

 

댓글 2
  • 2022-07-29 14:20

    정신과 신체의 분리에 대해 저는 개인적으로 의문을 갖고 있는데요. 세미나 후 생각해 보니, 인간세와 덕충부를 읽고나면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 2022-07-30 17:24

    초월로 해석한 것은 학자들의 시각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장자는 붕새가 날아간 하늘과 그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세상이 과연 다를까하고 질문하는거 같거든요. 그 고민을 저도 가지고 있나봐요^^

    제물론을 읽으니 더욱 장자가 좋아지네요~ 너무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읽는 건 아닌지 잘 살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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