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8회차 후기

자작나무
2022-06-02 00:25
89

 

번역본이라고 해도 한 절씩 조금씩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넘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의미 분석이나 용어와 개념 사용에서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머리도 써야하지만 그만큼 시간도 걸리는 일이다.  그래서 세미나 시간은 항상 시간에 좇겼다고 할 수 있다. 점심 시간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면 3시간이고 할 작정들이지만, 다 밥 먹자고 하는 일이니 우리는 세미나 시간을 꼭 맞춘다. 그러니 토론이랄까 수다랄까, 세미나 시간이 후다닥 지나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보면 우리는 노자와 관련해 몇 가지 단어들, 생각들을 둘러싸고 논의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시간에 주목한 것은 '지-앎'과 '생'이었다. 이 주제는 이전에도 나왔지만, 71절에서 끝인 81절에도 여전히 그 단어들이 나왔다. 

 

"알고도 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 가장 좋고"(71) 이렇게 앎과 알지못함과 관련해서 말하기 시작하면, <논어>에 나왔던 그것과 뭐가 다른지부터 할 이야기가 많아진다.  이 안다는 것은, 우리들의 경험에서 보자면 배움(학)과 연관해서 논의되어 왔던 것이다.  그런데 노자는 이 배움을 통해서 얻은 앎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배움을 끊는다'니, '배운다는 것은 날로 더하는 것이다'니 말들을 남긴 노자다. 그러면 그는 왜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 세미나 시간에는 함께 읽었던 2차자료를 통해서 춘추전국시대의 상황들을 가지고 와서 유가와 대조도 해보면서 노자의 생각의 길을 따라가며 토론했다.

 

그래서 노자가 배움에 대해서 앎에 대해서 뭐라고 말했냐고 단정지어 정리해달라고 사람들은 말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노자의 미덕은 기존에 우리가 생각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혹은 우리의 선입견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노자의 한 구절들을 읽으면서 우리는 2차자료를 가져오기도 했고, 내가 알던 논어도 가져왔고, 저 서양철학사에서의 내용도 가져왔다. 그렇게 많은 것들, 다른 맥락속의 것들을 서로 가져와서 토론을 해나가는 과정이 내게는 노자가 주는 유익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자의 책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을 뒤집는 일을 자못 벌여왔다는 평가들이 있는데, 과연 그런 모양으로 우리의 배움이나 앎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물론 정답은 없다. 각자의 해답만이 있다. 

 

그리고 그 나름의 해답의 하나로 다음주에 에세이 시간에 분명 누군가는 앎에 대해서 학에 대해서 풀어낼 것이다. 기대기대~

 

앎과 더불어 이번에도 지난번의 것을 이어 '생'에 대한 구절들이 나왔다. 대개 노자는 약소국의 생존을 위한 책이라고들 하는데, 한 나라의 생존뿐만 아니라 한 인간의 생존-생명을 보존하는 것에 대한 내용들은 앞에서도 나왔다. 그리고 그런 논설들은, 항상 우리의 생각을 비껴가는데, 가령 사람들이 일찍 혹은 제명까지 살지 못하는 것은 '생생'하기 때문이다. 즉 "너무 잘 살려고 하기 때문"(50)에 제 수명을 다 누리지 못한다는 식이다.  생명의 보존을 말하면서도 또한 그것에 너무 집착하면 생명을 보존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노자다.  그러면 죽음을 생각하면 너무 잘 살려는 마음을 중화시켜줄까. 그런데 노자의 텍스트에서 죽음은, 정치가들이 벌이는 공포정치의 일환처럼 나오기도 하고, 그 결과일까 백성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일들도 생긴다. 그럴 때 소기에 바랬던 생명의 보존은 물 건너간다.

 

삶이냐 죽음이냐. 도대체 어떻게 살란 말인가. 그런데 노자는 삶이냐 죽음이냐 , 선택으로 보지 않는다. 이분법, nono. 어느 하나에 무게추를 하나라도 더 두는 순간, 마음도 기울어지고 거기에 힘이 들어간다. 그렇게 들어간 힘이, 우리의 생명을 갉아먹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삶을 귀히 여긴다고, 삶이 인생의 지상과제라는 식으로 하기보다는, 그렇게 일을 벌이면서 건강하고 오래 살 것을 꾀하지 않는 것, "삶 때문에 일을 벌이지 않는 것"이 생명보존의 한 길이라고 그는 말한다.   

 

"삶 때문에 일을 벌이지 않는 것이, 삶을 귀히 여긴다고 하는 것보다 낫다."(75)

 

 

댓글 2
  • 2022-06-02 08:15

    노자에는 귀생, 목숨을 소중히 여기라는 것보다 죽음을 소중히 여기라는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양생이나 양주와 다른 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더 탐구하질 못해서. 아무튼 목숨(삶)에 연연하면 욕심이 생기지만 죽음에 주목하면 절로 세상만물에 고개가 숙여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노자의 사유방식을 더 공부하고 싶은데 끝났네요... ㅎㅎ 

  • 2022-06-03 18:32

    그러게요. 어떤 분이 벌써 에세이 쓰냐고, 노자를 그렇게 짧게 공부해도 되는거냐고 ㅋㅋ

    인생 길어요. 노자 또 읽을 날이 오겠죠.

    다른거 읽다가 노자 또 읽읍시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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