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엄의 장자(후기)

여울아
2022-11-29 10:46
246

그레이엄의 장자는 반합리주의자이다.

그레이엄은 장자가 인간의 이성(합리성)을 경시하면서도 그럼에도 그의 책이 비이성적인 것은 아니라고 평한다.  

장자의 반합리적인 태도는 혜시와의 문답을 통해 정립된다. 

"제 짝이 죽은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혜시가 죽자 장자는 더이상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 

그의 반합리성은 혜시와의 대결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기에 그 짝을 잃은 그에게 다시 물어야 한다. 

당신은 왜 그토록 인간의 이성을 불신했는가? 

 

이 질문으로 노자와 장자는 오늘날 노장철학이 될 수 있었다고 그레이엄은 말한다. 

인간을 제외한 세상 만물은 자연성을 자신의 고유성으로 (자발적으로)받아들이는데 비해

인간만은 유독 도를 따르는 대신, 인간의 이성(반성과 대안)을 사용한다...

그레이엄은 이 점에서 노자와 장자의 문제의식이 닿아있다고 말한다. 

 

앞서 읽었던 프랑수와 줄리앙은 철학자로서 도저히 장자의 사고방식을 따를 수 없음을 고백했다. 

시비분별에 벗어나기 위해서는 분석적 사고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장자의 텍스트가  비이성적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레이엄에게 자연성(도)이란 "생각없음"이 아니라 오히려 상황에 대한 강도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내가 <장자>를 읽으며 그가 인간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깊다고 느꼈던 지점은 이로 인한 것이다.

즉, 자연성은 결코 인간성의 다른 말이 아니다. 인간과 자연, 인간과 하늘이라는 이분법은 그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자연성(자유)은 부득이/필연성(강제)과 대조를 이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또한 도가의 성인이 필연적으로 발견하는 행로임을 밝힌다. 

토용은 정작 텍스트에서 그렇게나 하늘이 중요했었는지를 다시 물었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주말 에세이 준비를 빙자한 엠티가 취소됐다. 내편을 다같이 완독하려 했었는데...

이제까지 읽은 텍스트를 다시 읽는 것은 각자의 몫이 되었다.

 

***

이번 주 세미나는 저녁 7시30분 줌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슈어츠와 천하편을 읽습니다~

 

댓글 6
  • 2022-11-29 12:18

    모두들 특별한 사정들이 있음에도 일상을 맞이하는 모습들이 좋습니다. 살아 있응께요...ㅎㅎㅎ

    • 2022-11-30 08:33

      각자의 특이점들이 모여 일상이 된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 2022-11-29 12:49

    도, 자연 이런 것들을 느낌적인 느낌으로 아니까 대충 퉁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서양학자들은 굉장히 치밀하고 논리적으로 파고드는 것 같아요. 흥미롭고 배울점이라고 생각해요.

    내편 문탁에서 같이 읽으면 어떨까요?

    • 2022-11-30 08:28

      그래요. 제가 주말에 올라갈 거예요. 토용샘 가능한 시간을 말해보세요. 토/일 양일간 두 번에 나눠 시간을 맞춰봐요.

  • 2022-11-30 01:21

    드뎌 내일로 <장자>를 다 읽는군요. 다 읽는다는 거에 감사, 같이 읽을 수 있어서 감사~

    • 2022-11-30 08:31

      그래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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