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사람 죽어 한번 가면, 언제 다시 돌아오나?"

자작나무
2020-04-19 17:07
270

세미나를 시작한 지 조금^^ 오래되었는데, 후기는 이제야 올리네요. 죄송합니다.

늦은 후기지만, 지금이라도 살짝이 올려 둡니다.

 

<한시 읽기> 세미나의 이번 1시즌에서 다루는 시대는 중국의 한나라입니다. 어느 시대인들, 노래가 없었겠습니까만 한나라 때의 시는 뭐랄까, <시경>의 시적 분위기를 잘 이어받으면서도 음악적으로 이전보다는 정돈된(?) 형태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건 아마도 우리가 읽은 시가 <악부시선樂府詩選>이라는 책에 실린 작품으로, 음악적으로 분류한 작품을 읽어서 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각주에서 음악적으로 어떻다는 식에서 아, 이 시의 느낌은 이렇겠구나, 그 음악적 특징에 맞게 시어나 주제가 정리되었구나 라는 식의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럼 아래의 시를 잠시 감상해볼께요.

 

<해로행薤露行>

달래잎의 이슬은/ 얼마나 쉽사리 마르나!/

이슬은 마르면 내일 아침 또다시 내리는데,/

사람 죽어 한번 가면 언제 다시 돌아오나!

(薤上露, / 何易晞! / 露晞明朝更復落,/ 人死一去何時歸!)

 

위의 시는 <해로행>이라는 시입니다. ‘는 사전에서 보자면 염교, 백합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풀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달래혹은 부추에 해당하는 한자라고 합니다. 결국 <해로행>부추에 달린 이슬의 노래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이 이미지는 우리에게 어떤 느낌을 줄까요? 시에서 찾는다면, 그건 사람은 한번 죽으면 다시 오지 않는다, 사람의 삶이나 생명이란 것은 아침이슬과도 같다는 겁니다. 그걸 노래로 불렀다고 하니, 아마도 초상 치를 때 불렀던 노래겠죠. 한쪽에서는 아이고 아이고 곡을 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밥 먹으면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담소하고 떠들고 웃고 그리고 노래까지 하는 그런 광경이 떠오르네요.

우리 세미나는 한시에만 집중하진 않습니다. 한시 plus ‘역사’! 우리가 바란 건 바로 이거죠. 그래서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왜 한나라 때 이런 만가挽歌가 불렸을까를 고민해봤습니다. 물론 답은 아직 잘 모릅니다. 다만 춘추전국시대의 엄혹한 전쟁의 시기를 끝내고, 한나라 초의 정치적 경제적 안정(문경지치) 상황이 사람들의 집단 멘탈에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생존이 지상과제인 삶에서 어느 순간 웬만큼의 수명이 유지되는 평화 시대를 맞았을 때,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게다가 평화 시대에는 기존의 사상과 문화가 다 소환되고 섞이고 또한 물질적으로 풍부한 시대에 도래했을 때, 사람들이 앎에 대해 갖는 호기심은 얼만큼일까.

<초한지><사기> 등을 통해서 봐도 알 수 있듯, 한나라는 유방이라고 하는 일개 동장에 불과한 평민이 만든 평민왕조입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다. 이후에는 한 자리 차지하지만, 초기 그와 의기투합한 자들은 모두 평민이었습니다. 개천에서 용이 났다고 할까요. 그러니 한나라는 분명 이전의 봉건제후국과는 다른, 주나라와는 완전 다른 성질의 나라인 겁니다. 이 시대를 산 사람들의 멘탈이나 시대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해로행>과 같은 만가일 것 같습니다.

물론 긍정적이고 활발한 시기에 왠 만가?!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연회 석상에서 만가를 부를 만큼 이들은 긍정적인 시대를 살았던 것은 아닐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후 계속 공부해볼 작정입니다.

 

*세미나는 마음, 우연, 봉옥 그리고 자작나무 넷이서 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금요일 오후 130분 문탁 파지스쿨방으로 오세요. 이후 4회에 걸쳐 <한권으로 읽는 삼국지>를 읽습니다. 문의: 자작나무 010-8732-이륙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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