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고원> 7장-얼굴성 첫번째 후기

2022-11-0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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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태원참사 외신기자회견에서 보여진 한덕수 국무총리의 부적절한 발언과 태도가 우리들을 아주 큰 분노에 휩싸이게 하고 있다. 한 국가의 총리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죽음을 애도하는 얼굴은 절대 그럴 수 없는 것이었기에 참담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우리는 어떤 얼굴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 것인지 알고 있으며 기대하고 있다. 또한 얼굴은 사회적인 것이어서 엄마, 교사, 경찰, 국무총리, 대통령이라는 사회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얼굴이지 그저 한 생물학적 인간인 경우는 없다. 말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고 그 얼굴과 더불어 의미를 생성한다. 얼굴과 의미생성 주체화가 붙어있다.

들뢰즈의 <얼굴성>이 너무 어려워 이해를 못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말도 안되는 얼굴들의 등장을 보고 있자니 뭔가 연결되는 것이 있을까싶다.

 

들뢰즈에 따르면 얼굴은 신체로부터 탈영토화한 언어적인 표현의 층위로서, 서구문명사회를 지배하는 단일한 코드에 의해 인간을 의미화와 주체화에 고정시키는 것이 바로 얼굴성 기제이다. 구체적인 얼굴들은 얼굴성이라는 추상적인 기계로부터 태어난다. 이 기계는 기표에 흰 벽을 주고, 주체화에 검은 구멍을 주는 동시에 얼굴을 생산한다.

차원 없는 검은 구멍과 형태 없는 흰 벽이 이미 거기에 있다. 신체 없는 기관들, 조각난 신체를 고려하기 전에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기관 없는 신체’였듯이, 얼굴보다 먼저 있는 얼굴성의 추상기계가 일차적이다.

그렇다면 얼굴과 머리의 차이는 무엇일까? 머리나 손은 탈영토화 되었다 해도 여전히 신체의 일부이다. 그러나 얼굴이 머리에서 탈영토화 될 경우에는 더 이상 신체의 일부가 아니다. 내용의 층위에서 표현의 층위로 옮아갔다는 뜻이라 한다.

머리-몸체의 체계에서 얼굴의 체계로 가는 것에는 진화도 없고 발생의 단계들도 없다. 점막이 젖혀진 입술을 갖춘 아이의 입은 동물의 주둥이의 탈영토화를 표시한다. 그러나 얼굴은 동물 뿐 아니라 인간이라는 유기체의 지층으로부터 머리를 빠져나오게 해서 의미생성이나 주체화의 지층과 같은 다른 지층들에 연결접속시킨다.

얼굴은 동물의 것이 아니지만 인간 일반의 것도 아니며 얼굴에는 절대적인 비인간적인 어떤 것도 있다고 한다. 얼굴에서 벗어나 지각불가능하게 되는 것도 가능한데 그것은 동물성으로의 회귀나 머리로의 회귀가 아니라 매우 정신적이고 매우 특별한 동물-되기에 의해서, 벽을 뛰어 넘고 검은 구멍들로부터 벗어나는, 진정 이상한 되기(=생성)에 의해서라 한다.

얼굴은 아주 중요한 상관물인 풍경을 가진다. 머리가 탈영토화되어 ‘얼굴’을 생산하듯이, 사물이 다만 환경으로 머무르지 않고 탈영토화되어 의미를 갖게 되면 ‘풍경’이 된다. 사물이 ‘얼굴(표정)’을 갖는다는 뜻, 사물이 어떤 의미를 생성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 기독교적 교육은 얼굴성과 풍경성에 대한 정신적 통제를 동시에 수행하고, 얼굴과 풍경의 교본들은 엄격한 훈육인 교육학을 형성한다.

이러한 풍경과 얼굴들을 생산하는 것, 특정한 표현 형식으로서 의미화와 주체화를 강요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음 시간에 읽을 내용을 미리 끌어와 보면, 그것은 매우 특정한 권력의 배치다. 전제적 배치가 없다면 의미화도 없으며, 권위적 배치가 없다면 주체화도 없다. 바로 기표를 통해 활동하고 정신과 주체 위에 행사되는 권력의 배치가 없다면 의미화와 주체화 간의 혼성도 없다.

다음 시간에 좀 더 읽으면서 생각해볼 문제들이다. 겨우겨우 후기를 쓰면서 얼굴성과 지금 여기의 문제들을 어떻게 연결지어야할는지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뭔가 보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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