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개의 고원> 4장 세번째 시간 후기

뚜버기
2022-08-25 23:51
168

이 날 강독한 부분은 ‘제4장 1923년 11월 20일 언어학의 기본전제들’ 가운데 <III. 랑그를 등질적 체계로 정의하도록 하는 상수나 보편자가 존재하리라>라는 제목의 절이었다. 물론 제목은 이 절에서 저자들이 반박을 하게 될 내용이었다. 금클 참석으로 빠지셨던 자누리쌤이 합류하셔서 전원 참석 완전체로 강독이 진행되었다. 강독 후 일주일이 지나 책장을 이리저리 뒤적여 보니 왜 이렇게 새로운 지.

 

그나마 기억에 남은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몇가지 인용해 보겠다.

“그러니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하지 않을까? 모든 체계는 변주 중에 있다는 것, 체계는 상수와 등질성이 아니라 내재적이고 연속적이라는 특성을 갖는 일종의 변화 가능성에 의해 정의된다는 것, 그리고 체계는 아주 특별한 양태(가변적 규칙 또는 임의 선택적 규칙) 위에서 조정된다는 것.” (182)

 

화행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나는 맹세합니다”라는 하나의 동일한 언표가 아이가 아버지 앞에서 말하는 것인가, 사랑에 빠진 남자가 애인 앞에서 말하는 것인가, 법정에 선 증인이 말하는 것인가에 따라 각기 다른 언표가 된다는 것을 예로 들면서 저자들은 언표는 그 실행되는 수만큼 있으며, 하나의 언표가 실행될 때 그 안에는 언표들 전체가 현존한다고 말한다. 변주의 선은 잠재적 (현재적이지 않으면서 실재적)이라고 한다.

 

음악의 예에서도 평균율적 반음계는 조성체계의 중심이 미치는 범위를 먼음에까지 확장시키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중심의 원리를 해체하면서 변형되는 형식을 펼쳐나감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변용되어 나가갈 때 더 이상 음악의 형식이 질료를 조직한다고는 말할 수 없는 지경이 이른다. 비음향적 힘들을 듣게 해주는 복잡하고 정교한 재료들이 중요해진다. 즉 형식-질료의 쌍 대신 힘들-재료라는 짝짓기로 대체된다. “음악은 초선형적 체계가 되고 나무 대신 리좀이 되며, 구멍, 침묵, 파열, 단절마저도 자신의 일부로 삼는 잠재적인 우주적 연속체에 복무하게 된다...<조성>, <무조>란 말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우주로의 예술이 되기 위한 음악, 무한한 변주의 잠재적 선들을 그리기 위한 음악만이 존재할 뿐이다.”(185~185)

블랙커피는 최근 자신이 공부할 때 즐겨듣는 우주적 사운드를 들려주는 밴드 음악을 들려주었다. (뭐였더라) 조성음악을 벗어난 현대음악을 접하면 변주에 능숙한 신체가 될 수 있을까....들뢰즈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현대음악을 접해야 하는 것일까... ?

 

슈네벨의 횡설수설

 

저자들은 비정형적 표현들이 올바른 형식들의 변주를 생산하고 형식들이 상수가 되지 못하게 하는, 랑그가 탈영토화되는 정점을 이루며, 텐서의 역할을 한다(192)고 말한다. 책에 나오는 텐서는 스트레스 텐서를 의미하는 것 같다. 스트레스 텐서는 특정방향으로 작용한 힘에 의해 사방팔방으로 생기는 변형력의 크기와 방향을 (공간상에서는 3의 제곱개의 성분으로) 계산해주는 수학적 도구이다. 텐서는 또한 기하학적 구조를 좌표시스템에 독립적인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상대성 이론 등에서 중요하게 사용된다. 그렇다면 책에서 텐서가 의하는 것은 무엇일까? 마치 상대성이론이 고정불변의 고전역학을 넘어서는 신호탄이 되었을 때 중요한 역할을 했던 텐서와 같이 등질적 랑그체계란 없음을 보여주는 말이 좌표계의 틀을 넘어 어디로 어떻게 튀어가려고 하는지를 보여준다는 뜻일까? (헷갈리는 것은 텐서이론은 관측하는 좌표계에 독립적인 텐서장이 존재함을 증명하고 있다는데 그렇다면 보편자가 있다고 이야기 하는 것 아닌가? 미분기하학을 공부해야 되는 건가 ㅠㅠ)

500px-Components_stress_tensor.svg.png 

텐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또 한가지 ... 그리고...라는 접속사를 들고 있다. 그것은 하나의 접속사라기보다 자신이 연속적으로 변주시키는 모든 가능한 접속사들의 비정형적 표현이라고 한다. 텐서는 그 어떤 언어학적 범주와도 일치하지 않지만 본질적으로 화행론적 값이라고 한다. (193)

 

랑그에 불변의 규칙은 없으며 있다면 말을 움직일 때마다 규칙이 바뀌는 놀이처럼 끊임없이 변주되는 임시규칙만이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추상적인 기계와 언표행위라는 배치물은 서로 상보적이며 하나가 다른 하나 속에 존재하게 된다. 추상적인 기계는 배치물의 도표와 같다. 추상적인 기계는 연속적 변주의 선들을 그리는데 반해 구체적 배치물은 변수들을 다루며 변주의 선들에 따라 변수들의 다양한 관계들을 조직한다. 배치물은 이런 저런 변주의 층위에서 이런 저런 탈영토화의 정도에 따라 변수들을 중재한다.”(194)

 

마지막으로 저자들은 추상적인 기계는 항상 독자적singular 이며, 개인 혹은 집단이든 고유명에 의해 지칭되는 반면 언표행위라는 배치물은 집단이 말하건 개인이 말하건 항상 항상 집단적이라고 말한다. (알 듯 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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