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누리주역강의 4월> 자연은 새로 출현할까? 후기

기린
2022-04-30 20:51
171

4월 13일 <자누리 주역 강의 4월> 강의는 그동안 자누리샘이 주역 공부로 쌓은 내공을

주역 1도 모르는 대중을 향하여 친절하고 쉽게 강의하는 것을 지향하는 첫 강의 였다.

자누리샘과 함께 주역공부를 했던 인연을 내세워 첫번째 후기는 내가 쓰겠다고 호기롭게 손을 들어놓고는

보름을 넘기고 5월 강의 공지도 나온 지금, 4월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조바심과,

생태공방팀의 은근한 재촉에 뒤통수가 점점 따갑기도 하고... 후기가 늦은 변명은 여기까지!

 

오랜만, 그러니까  2019년 우샘께 <주역>을 배우면서 '어리바리주역' 글쓰기까지 끝낸 후

<주역>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아서..... 집에서도 눈에 안 띄는 데 박아두었던 터다.

일리치약국에서 일하면서 <황제내경>이니 <동의보감>이니 언급되는 책들을 깊이 들어가지도 못하고

수박 겉 핥듯이 읽으면서 몸에 대한 동양의 사유에 대해서 좀 더 심도있게 파 봐야 하지 않을까... 

낯선 단어만의 문제가 아니라 몸을 인식하는 세계관에 대해 너무 몰라서 잘 읽히지 않는 건 아닐까...

그런 의심을 떨칠 수 없게되자, 동양의 가장 오래된 고전의 하나인 <주역>을 다시 꺼내야 하나...

만지작이는 마음이 일고 있었다.

그럴 즈음 자누리샘이 주역 강의를 하겠다는 소식을 듣고 올타쿠나 신청했다.

 

1강은 <자연은 새로 출현할까> 라는 제목으로 강의가 펼쳐졌다.

64괘중 첫번째 괘인 건괘와 두번째 괘 곤괘의 괘사에 대해 자누리샘은 

"건괘와 곤괘가 상징하는 천지가 사실은 자연과 같은 개념입니다. 그러므로 건괘와 곤괘에서 말한 내재적 자율성을 중심"으로 토론해 보고 싶다고 의제를 밝혔다.

 

이날 강의와 이후 토론에서 '내재적 자율성'의 의미에 대해 설왕설래가 있었는데,

내재적이라는 의미를 초월적이라는 의미와 대칭해서 본다면

"자연은 오직 자연에 의지하여 시작하지 다른 기원이나 근원이 없다"는  의미로 내재성을 택했다고 했다.

또 하나는 건괘의 양의 성질과 곤괘의 음의 성질로 볼 때 

건괘의 양은 "생명이라면 갖게 되는, 쉬울 때나 어려울 때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력, 그리고 그 힘을 있는 한껏 쓰는 ‘성장’을 말한다." 

양의 성질인 성장에 치우쳐서 벌어지는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팁으로 음의 성질을 드러낸 곤괘는

"곤의 속성은 만물의 네트워킹을 무리없이 잘해내길 기원하고 노력하는 조화와 협력에 있음을 나타낸다." 고 푸셨다.

 

이렇게 건괘와 곤괘를 풀어주시니,  곤괘에서 언급된 '빈마지정'- 암말의 바름이 의미하는포용력이 떠올랐다.  

하지만 주역 1도 모르는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알쏭달쏭한 표정도 역력해 보였다. 더 풍성히 더 친절히 설명하려

애쓰던 자누리샘은 긴장이 고조되면서 강의 마지막 부분을 서둘러 짚어주셨다. 난 그 부분이 제일 좋았는데...

"말랑해서 두터워진 신체로서의 땅, 만물의 커뮤니티의 장소가 되는 땅. 조금 추상적인 것 같아서 급하게 김종철 선생님의 말을 빌려와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는 오직 만물과 형제될 권리만 있다’" 

자강불식하는 건괘의 생명성이 만물의 커뮤니티의 장소가 되는 포용력과 조응했을 때에야 

세상이 평안해진다는 의미가 참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곤괘의 순(順)의 가능성은 순종이나 복종의 의미로는

가늠할 수 없이 넓고 두텁다는 것이 좀 더 구체적으로 느껴졌다.

 

주역 1도 모르는 수강생들도 챙겨간 문장은 아마도

"자연에 순응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윤구병 선생님이 ‘도시인은 철이 없다’고 했는데, 철따라 사는 순응" 일 것이다.

자연의 철에 따라 순응하는 것으로  순(順)을 풀었다. 

나는 지난 겨울에 어바웃 식물 세미나에서 읽은 <식물의 사유>에서 읽었던 문장이 떠올랐다.

"식물적 자연에 가하는  작업은 대개 인내가 필요한 일이고,

곡식을 기다리거나 식물이 스스로 무르익을 때를 기다리는 일이며,

계절의 변화에 맞추는 일입니다. '철지난 과일'은 자라는 장소와 시간에 어울리지 않으며 완전히 부적절합니다."(219)

이런 문장과 연결하면 곤괘의 순(順)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기다리며 인내하는 일도 포함될 수 있다.

<주역>64괘의 첫괘와 두번째 괘에서 찾아낸 자연의 이치, 그 자연이 새로이 출현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삶을 재구성해야 하는가의 질문까지 다다른 첫 강의였다.

 

앞으로 강의에서 <주역>의 한 괘 한 괘를 살펴보며 또 다른 이치를 탐구해간다니.... 기대가 만땅이닷!

 

 

댓글 4
  • 2022-04-30 20:59

    주역 하나도 모르는데.... 

    건괘와 곤괘, 자연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그냥  재밌더라구요.

    뭘 알아들었는지 지금은 기억도 흐릿하지만 5월 공지 올라온 걸 보니

    저 역시 기대가 만땅입니닷~ ㅎㅎㅎ

  • 2022-04-30 23:58

    뭔가 어려운 단어들이 나열되는 것 같았지만, 알쏭달쏭 자누리샘이 무엇을 말하고자하는지 알듯하면서… ‘우리는 오직 만물과 형제될 권리만 있다’ 라는 말에 이르기까지.. 고개가 흔들여졌다가 끄덕여지기도하고… ㅎㅎ 

    근데 재미있었습니다. 매력적이었다고 해야하나?? 자누리샘이 얼마나 고심하셨을까요?….

    그래도 5월 기대됩니다~^^

  • 2022-05-01 07:59

    곤괘의 순응..

    곱씹어 음미해봐야겠어요,,

     

  • 2022-05-02 13:24

    저도 5월엔 부디 '제 때'에 접속하여 자알 들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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