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고원 강독> 다섯번째 시간 후기
블랙커피
2022-04-20 23:13
154
지난 시간에는 <서론: 리좀>을 드뎌 끝냈습니다. 짝짝짝~
리좀을 다루는 장은 <천 개의 고원>을 전체적으로 요약하고 있기에, 읽는 단락 하나 하나마다 새로운 개념들에 부딪쳐야 했기에 약간 오래 걸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그 새로운 개념들을 이해해보려고 했고, 그러면서 <천 개의 고원>이 얘기하고자 바를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먼저 지난 시간에는 리좀의 주요 특성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었습니다.
-리좀은 어느 지점에서든 다른 지점과 연결접속한다.
-리좀은 상이한 기호체제들 심지어 비-기호들의 상태를 작동시킨다.
-리좀은 <하나>도 <여럿>으로도 환원될 수 없다
-리좀은 차원들 또는 움직이는 방향들로 이루어져 있다(단위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리좀은 시작도 끝도 갖지 않고 언제나 중간을 가지며, 중간을 통해 자라고 넘쳐 난다.
-리좀은 n차원에서 주체도 대상도 없이 고른판 위에서 펼쳐질 수 있는 선형적인 다양체들을 구성하며, 그 다양체로부터 언제나 <하나>가 빼내진다.
-그러한 다양체는 자신의 차원들을 바꿀 때 마다 본성이 변하고 변신한다.
-리좀은 선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생산되고 구성되어야 하며, 항상 분해될 수 있고 연결접속 될 수 있고 역전될 수 있고 수정될 수 있는 지도와 관련된다.
-리좀 안에서 중요한 것은 성(性)과의 관계이며, 나무 형태의 관계와는 완전히 다른 모든 관계이다. (모든 종류의 생성(=되기)이 중요!)
-리좀은 고원으로 이루어져 있다.(자기 자신 위에서 진동하고, 정점이나 외부 목적을 향하지 않으면서 자기 자신을 전개하는, 강렬함들이 연속되는 지역)
결론적으로 들/가는 리좀은 시작하지도 끝나지도 않는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리고…그리고…그리고”라는 접속사를 가지고, 중간에서 떠나고 중간을 통과하고 들어가고 나오되 시작하고 끝내지 않는 것이라는 건데요.
아직은 이러한 리좀의 특징들이 알 듯 말 듯.... 느낌적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ㅎㅎ
잘 이해되지 않는 개념들은 앞으로 읽을 많은 장들 속에서 이해가 될 것이라 기대하며, 우리는 지체하지 않고 다음 2장으로 진입했습니다.
<1914-늑대는 한 마리인가 여러 마리인가?>라는 제목의 2장.
1914년은 일명 <늑대인간>이라고 알려진 글을 프로이트가 집필한 해라고 주석에서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2장에서 들/가는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을 비판하며, “누굴 놀리는 건가?”라고 말하고 있네요(정말 이 부분 너무 웃겼습니다 ㅋㅋㅋ).
들/가가 프로이트를 비판하는 지점은 무의식을 (분자적)다양체로 보지 못하고, 그것을 (그램분자적)통일체로 대체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리좀을 발견하려는 찰나 뿌리로 돌아간 것이라 할 수 있죠. <아버지>, <자지>, <질>, <거세> 등으로 돌아갔다는 것인데요.
이를 자세히 살펴보자면,
프로이트는 늑대인간의 첫 번째 에피소드(나무 위에 예닐곱 마리의 늑대가 있는 꿈)를 신경증에 해당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단어표상의 층위에서 일어난 언어적 포섭이 아니라) 사물표상의 층위에서 일어나는 자유연상이라는 환원기법을 채택합니다. 그러나 결과는 같았다고 들/가는 얘기합니다. 왜냐하면 잃어버렸다고 상정된 대상의 통일성이나 동일성으로 돌아갔기 때문이죠. 따라서 프로이트의 분석에서 늑대들의 다양체는 제거되어야 할 것이 되어버립니다.
들/가는 이를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관점에서 (무리=떼) 현상에 접근하려고 했지만, 무의식 자체가 이미 무리라는 것을 직시하지도 알지도 못했다고 얘기하죠.
프로이트의 무의식에 대한 비판 뒤에 들/가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무의식에 대해 얘기합니다. 먼저 들/가는 무의식의 형성 요소로 첫째 기관없는 몸체(서식지)를 가져옵니다. 늑대인간의 꿈에서 늑대들이 올라 앉아 있던 잎이 진 나무.
그런데 여기서 뜬금없이 “사람이 진정 사랑을 하면서 섹스를 할 때에는 언제나 자기 혼자서, 그리고 한 명의 타인 또는 타인들과 함께 기관없는 몸체를 이루게 된다”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이 말은 역자 서문에서도 나와서인지 이미 익숙해져 버렸지만... 뭔 소리인지??
들/가는 1장에서는 “리좀 안에서 중요한 것은 성(性)과의 관계”라고 얘기하더니, 2장에서도 “양말을 그물코들로 이루어진 다양체로 에로틱하게 이해한다”는 둥, “사랑을 하면서 섹스를 할 때는… 기관없는 몸체를 이루게 된다”고 하는 둥 하며 자꾸 성(性)을 언급하고 있네요.
왜 들/가는 리좀 또는 다양체에 성(性)을 결부시켜서 얘기할까요?
기억을 더듬어 『안티 오이디푸스』를 뒤적여보았습니다. 분자적 무의식을 다루는 부분인데요.
들/가는 여기에서 두 성(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성욕 일반의 관계의 척도일 뿐이며, 이로 인해 성욕은 두 성으로 특유화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남근은 하나의 성이 아니라 성욕 전체를 대표하게 되었는데요. 이와 같이 두 성이 있다는 관념뿐 아니라 하나의 성만 있다는 관념을 들/가는 ‘성의 의인적 재현’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들/가는 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비-인간적 성’을 얘기합니다. “비-인간적 성이란 바로 욕망 기계들, 분자적‧기계적 요소들, 이것들의 배치체들, 이것들의 종합들로, 이것들이 없으면 큰 집합들 속에서 특유화된 인간의 성도 없을 것이요, 이 집합들을 투자할 수 있는 인간 성욕도 없으리라(491)”
여기서 들/가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무의식을 ‘분자적 무의식’으로 개념짓고 있는데, 그 속에서 성(性)은 무엇인지를 다음과 같이 얘기하죠.
“ … 분자적 무의식은 거세를 모른다. 왜냐하면 부분대상은 아무것도 결핍하고 있지 않으며 그 자체로서 자유로운 다양체들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다양한 절단들은 흐름들을 고갈시킬 수 있는 같은 유일한 절단 속에서 흐름들을 억압하는 대신 끊임없이 생산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종합들은 국지적이고 비-특유한 연결들, 포괄적 분리들 유목적 결합들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어디에나 현미경적 횡단-성욕이 있어서, 여자 속에 남자만큼 남자들이 들어 있게 하고 또 남자 속에 여자만큼 여자들이 들어 있게 하되, 남자들이 다른 사람들과, 또 여자들이 다른 사람들과, 두 성의 통계적 질서를 뒤집는 욕망적‧생산적 관계들 속에 들어갈 수 있게 한다. 사랑을 하는 것은 하나만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나아가 둘을 하는 것도 아니며, 수천수만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욕망 기계들 또는 비-인간적 성이다. 즉 하나의 성이 아니요, 두 개의 성도 아니라, n개의 성이다. 사회가 주체에게 강요하고 주체 자신도 자기 자신의 성욕에 대해 받아들이는 의인적 재현을 넘어, 분열 분석은 한 주체 안에 있는 n개의 성의 다양한 분석이다. 욕망적 혁명의 분열-분석적 공식은 무엇보다 이럴 것이다. 곧, 각자에게 자신의 성들을.(493)”
음...들/가가 리좀이나 다양체, 무의식에서 말하는 성(性)은 두 개의 성(남자와 여자)을 상정하는 성욕 일반관계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은 ‘비-인간적 성’이고, 분자적 요소들 간의 연결과 유목적 결합이며, 일반적인 두 성을 뒤집는 욕망적‧생산적 관계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천 개의 고원』 2장으로 돌아와, 무의식의 첫 번째 형성 요소인 기관없는 몸체를 좀 더 살펴보면, 들/가는 기관없는 몸체를 ‘다양체들로 북적대는 몸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관없는 몸체 위에서 기관 노릇을 하는 것은 무리 현상에 따라, 브라운 운동을 하면서 분자적 다양체로 분배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들/가는 무의식의 문제는 이 기관없는 몸체 위에서 일어난 세계적 개체군의 문제이지 가족의 생식문제가 아니다며, 무의식은 기관없는 몸체와 거기에 달라붙어 있는 다양체들을 갖고 있을 뿐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무의식의 두 번째 형성 요소로 당연히 다양체와 (다양체의) 요소로서 리좀을 다루고 있는데요.
다음 시간에 여기서부터 읽으며, 기관없는 몸체와 다양체 그리고 무의식에 대해 좀 더 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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