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누리주역강의 6월] ‘이야기들’의 이야기, 후기

루틴
2022-07-06 13:48
197

6월 주역강의의 주제는 <’이야기들’의 이야기> 였다.

처음 강의 공지 글을 보고 어떤 강의가 펼쳐질지 궁금했는데, 이번 강의는 주역의 새로운 측면을 보았다. 주역이 스토리텔링 제조기라는 사실이다. 

 

주역에는 주어가 없고 음양의 기호만으로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다고 하니, 사주 명리가 생각나면서 급 이해가 됐다. 기호로 보는 나의 삶. 동양의 사유는 그런 점이 재미있다. 기호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거리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호가 주는 상상력인 듯하다.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다. 자신의 삶과 기호가 버무려지면서 생각지도 못한 묘책이 나온다. 때로는’ 어떻게 음양의 괘만으로 내 삶을 다 규정할 수 있지?’라는 의심이 들 때도 있지만, 거기에 함정이 있다. 주역이 자세한 설명서가 끼어 있는 정답지라고 하는 착각이다. 주역 괘사는 그저 툭하고 기호를 줄 뿐, 그 안에서 묘책을 찾는 건 그 기호를 읽어내는 당사자인 듯하다. 

 

강의시간에 괘를 하나 하나씩 보고 따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문탁샘이 지금 인문 약방과 에코엔 양생사이의 관계가 천지 비(否)괘 상태냐고 물었는데, 천지 비(否)괘를 타고 그 안에 숨어있는 수많은 삶의 주름이 펴지는 느낌이었다. 주역이 주는 매력이다. 쉽게 할 수 없는 이야기가 주역 괘를 타고 펼쳐졌다. 

 

그래서 이번에 이직하는 동료에게 ‘자누리주역비누’를 선물하려 한다. 어떠한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다. 어쩌면 그 친구의 이야기가 듣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주역에 기대어 살며시 그 동료의 삶속으로 잠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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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대유(大有, ䷍)괘에 관련된 이야기를 간단하게 풀어본다. 

 

얼마전, 여유당이라는 여행모임을 통해 ‘신항서원’이라는 곳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다. 그곳에서 신항서원 옆집 주인이자 문화재를 사랑하는 한 분의 사장님을 뵙게 되었다. 매니저의 소개로는 전국 각지에 사라져가는 문화재를 사비로 사들여서 사라지는 걸 막고 사람들이 무료로 즐길 수 있게 하신 단다. 그 신항서원도 그분이 그 일대를 사게 되면서 사라지지 않고 다시 복원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사장님은 우리들을 환대해주시며 아침산책으로 동네를 소개시켜주셨고 차를 대접해 주셨다. 

 

나는 종종 돈을 멋지게 잘 쓰는 부자들을 보면 나도 돈을 많이 벌어서 주변사람들을 챙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을 잘 안하는데, 멋지게 돈을 쓰는 걸보면 그 자체가 멋지고 부럽다. 이런 점에서 나는 돈이 아닌 명예 또는 주변 사람들의 칭찬에 집착을 하는 듯하다. 여튼, 그날도 그 사장님처럼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6월의 주역강의에서 들었던 그 이름도 유명한 ‘화천 대유괘’다. 

그 괘에서는 재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재물은  내 곳간에 축적시키는 것인데, 그 정도 스케일이 아니다. 만물의 구석구석을 비출 수 있는 태양정도의 스케일이다. 어마어마한 부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고대에서는 큰 부는 천자만이 소유할 수 있고 천자는 하늘의 자식이므로 결국 대유, 큰 부는 공적 사유인 것이다. 어마어마한 부는 우주적 스케일의 나눔을 할 때 ‘형통’하다고 한다. 

 

재물은 사적 사유를 넘어서 공적 사유라 하니 과연 나는 그런 우주적 스케일의 자세가 되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자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싹 사라진다. 지금 있는 거라도 그렇게 마음연습을 해야겠다. 

댓글 4
  • 2022-07-06 21:45

    와우 후기 넘 재밌어요 ㅎㅎ. 쉽게할수 없는 이야기가 괘를타고 펼쳐진다..표현 좋네요^^ 루틴덕에 급 고품격 주역이 되는듯..

    • 2022-07-13 09:21

      '자누리주역비누'를 선물했는데 생각했던것과 다르게 이야기가 잘 펼쳐지지않았어요. 나중에 느낀건데 취임새가 부족했던거 같아요. 일명 판을 깔아준다고하죠. 아직 배움이 부족해서 이런저런 기호의 의미를 얘기해주지못하니 긴 이야기가 나오지는 못했답니다~ㅎ

  • 2022-07-13 09:29

    와~~~ 

    암것도 모르는 내가

    나도 모르게 ‘그렇구나’를 할수 있게 해주시는
    상냥한 후기, 감사합니다.

    주역은 인류학을 가로지르고

    우리들의 속좁은 분류체계도 넘나드는 군요.^^

     

  • 2022-07-13 11:29

    아직 공부가 안되니,

    루틴 말대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그게 뭐야.  다 말장난일 뿐 이라는 생각도 하다가~ 

    또 혹하다가~  ㅋㅋ

    어쨌거나,  이번의 화천대유 괘는 꽤나 재밌습니다. 

    "그 괘에서는 재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재물이라하면 내 곳간에 축적시키는 것인데, 그 정도 스케일이 아닌 것이다. 만물의 구석구석을 비출 수 있는 태양정도의 스케일이다. 어마어마한 부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고대에서는 큰 부라는 천자만이 소유할 수 있고 천자는 하늘의 자식이므로 결국 대유, 큰 부는 공적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부는 우주적 스케일의 나눔을 할 때 ‘형통’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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