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개의 고원 강독 세미나> 세번째 시간 후기

2022-04-0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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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선과 시도’

 

그렇다면, 영화 <스왈로우>에서 주인공 헌터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복제하고 재생산하는 전사(轉寫)과정을 거듭하지만 그녀의 물리적 탈주가 결국, 그녀만의 도주선을 그리게 되는 힘이 되는게 아닐까?

영화내내 무리하게 애쓰는 헌터의 행동들은 시각적 색상 대비와 함께 불길함과 피곤함을 느끼게 하고,

그녀의 일상은 완벽한 결혼조건이라는 레이어와 불안한 결혼생활이라는 두 레이어의 어긋난 틈으로 한없이 빨려들어가 깨지고 조각나 버리는데...

강간으로 잉태된 자신과의 이루지 못한 화해는 자신의 임신과 함께 수면으로 떠오르고,

그 소화되지 못한 감정을 삼키려는 듯, 그녀는 구슬을, 작은 돌을, 못을, 많은 물건들을 삼킨다.

이식증이 심해지면서 남편은 그 사실을 알게 되어  역겨운 본색을 드러내고

이식증 치료의 명목으로 시작된 정신상담으로 시가족들은 그녀의 끔찍한 과거를 알게 되며,

그녀로부터 아이만을 뽑아낸 후 내쫓을 궁리를 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목숨을 내건 탈출을 감행하고 어머니를 찾지만,

자신의 종교적 믿음 때문에 아이를 지우지 못했던 어머니는 언제나처럼 그녀를 거부한다.

그리고 그녀가 찾아간 곳은 오랜 감방생활을 끝내고 새출발한 늙은 남자의 집.

그는 헌터에게 말한다. “넌 잘못한 것이 없어.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죄악으로 출생한 자신을 받아들이는 동안, 그녀는 얼마나 많은 상처가 났으며 또 얼마나 큰 상처를 냈을까.

살아 남기 위해, 타인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받아들여 질거라는 착각을 하기위해) 얼마나 애썼을까.

헌터는 자신을 한없이 들여다보고, 끄집어내고, 전사(轉寫)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그 복제물들을 돌보고 또 다른 복제물들을 생산해내면서, 생존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그 상태에 머물렀다면, 동시에 그 곳(결혼생활을 한 그 집)에 머물렀다면,

그녀의 지도는 거기서 멈추었겠지.

 

-리좀은 그와는 완전히 다른 어떤 것이다. 그것은 사본이 아니라 지도이다. 지도를 만들어라. 그러나 사본은 만들지 말아라. 서양란은 말벌의 사본을 재생산하지 않는다. 서양란은 리좀 속에서 말벌과 더불어 지도가 된다. 지도가 사본과 대립한다면, 그 것은 지도가 온 몸을 던져 실재에 관한 실험 활동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는 자기 폐쇄적인 무의식을 복제하지 않는다. 지도는 무의식을 구성해 낸다.-(p30)

-하지만 우리는 지금 지도와 사본을 좋은 쪽과 나쁜 쪽으로 대립시키면서 단순한 이원론을 복원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복사될수 있는 것은 지도의 고유한 특징 아닐까? 뿌리를 교차시키고 때로는 뿌리와 뒤섞인다는 것은 리좀의 고유한 특징이 아닐까? 하나의 지도는 이미 자신의 고유한 사본들인 잉여 현상들을 포함하고 있지 않은가? 하나의 다양체는 통합과 총체화, 군중화, 모방기제, 의미화하는 권력의 장악, 주체의 귀속 작용 등이 뿌리내리고 있는 자신의 지층들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도주선마저도 우발적으로 갈라져 가면서 대형들을 해체하거나 바꿔 놓지만, 결국 스스로가 그런 대형들을 재생산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지만 그 역 또한 참이며, 따라서 문제는 방법이다. 언제나 사본을 지도로 바꿔 놓아야 한다.-(32p)

 

꼬마 한스의 예를 읽으며, 이 영화 <스왈로우>와 내가 겪었던 정신분석의 과정들이 며칠 동안 내 생각을 휘저어놓아,

후기같지 않은 후기를 시도^^해보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그녀는 공공화장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응시하고 사라진다.

그리고 그녀가 사라진 거울에는 다른 여자들의 모습이 끝없이 왔다가 사라진다.

 

 

댓글 2
  • 2022-04-07 21:59

    후기가 책과 나란히 난해하군요…..

    이 후기는 참님의 도주선 그리기인가요?

    난해한 읽기, 오해하면서 걍 계속합니다.

    읽는 순간에만이라도 잠깐 뭔가에 접속한 느낌적인 느낌에 즐거워하면서 ㅋㅋㅋㅋ

     

    • 2022-04-07 22:49

      그 읽는 순간에  머물렀던  생각을 잠깐 잡아두었어요.

      훅~ 하고 사라지기 전에요^^
      오해하면서 함께 접속할수 있어서 저두 넘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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