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 세미나] <타자들의 생태학> 서문, 1-2장 후기

경덕
2023-02-21 12:54
211
<타자들의 생태학> 서문과 1장에서 데스콜라는 자연과 문화 이분법을 넘어서기 위한 19세기 이후 인류학의 역사를 조망하며 다양한 학자들을 언급하고, 여러 논쟁들을 소개합니다. 전작인 <자연과 문화를 넘어서>에서는 인간과 비인간 간 관계의 다양성을 설명했다면 여기서는 자연의 인류학(anthropology of nature)이라고 부른 것을 논하기로 했다고 밝힙니다.
 
데스콜라의 입을 빌려 등장하는 사람들이 다들 명성이 자자한 학자들이랍니다. 인류학을 전공한 명식샘의 표현에 의하면 여기에 몇 명의 인류학자만 추가된다면 거의 인류학 올스타전에 가깝다고….! 데스콜라가 인류학 올스타들을 불러모은 이유는 그들을 칭송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들이 한계를 지적하기 위해서입니다. 인식론적 작업이 진전되고 전문가 조직이 확립되면서 자연의 과학과 문화의 과학에 접근하는 방법이 상세히 기술될 수 있었으나, 물질적 차원과 문화적 차원의 관계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분파들이 여러 갈래로 나눠지면서 인류학계 안에서도 분열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생물학적 특징으로 접근하는 ‘체질인류학’, 문화적 특질을 통해 접근하는 ‘사회인류학’의 분열을 시작으로 계통발생 과정으로부터 접근하는 진화생물학, 정보 요소들로 접근하는 도킨스의 밈학, 전파주의, 스튜어드의 문화생태학, 해리스의 문화유물론 등 여러 분파가 발생하였지만 자연과학과 문화과학의 대화는 그리 진전되지 않았다고 데스콜라는 판단합니다.
 
인류학은 대륙(유럽) 인류학과 북아메리카 인류학을 양분되는 구도입니다. 데스콜라는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인류학을 계승하여 단순히 자연을 단순히 하부구조로서 문화를 결정하는 자연주의나 전파주의, 상대주의 모두를 비판합니다. 레비스트로스가 북아메리카 길더슬리브 강연에서 소개한 벨레벨라족 신화의 자연물들이 단순히 경험주의적이거나 환경의 제약에 따른 적응반응이 아니라, 어떤 정신작용의 일관된 시스템, 반전과 대칭의 효과, 교차의 원리, 즉 신화적 사고와 연동된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신화의 자연물을 반대로 해석하는 해리스라는 북아메리카 인류학자와의 첨예한 논쟁이 시작되고, 데스콜라는 레비스트로스의 손을 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참고문헌으로부터 인용된 사람들 사례들이 재밌기도 하고 인류학 배경에 무지한 저에게는 버겁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민족지, 참여관찰 등의 방법론으로 축적된 문헌정보 뿐만 아니라 직접 보고 듣는 경험적 지식을 통해서 새로운 담론을 생산하려는 인류학적 연구 방법론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마지막 장에 있는, <타자들의 생태학>을 쓴 데스콜라와 <숲을 생각한다>를 쓴 콘의 대화도 아주 흥미롭습니다!
댓글 2
  • 2023-02-22 14:13

    깔끔한 정리^^ 개인적으로는 궁금했던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인류학의 문제제기는 우리 자신의 인식과 실천에도 중요한 것들인 것 같아요!

  • 2023-02-22 17:31

    지난 주에 얘기했던 내용인데 왜 이렇게 새로울까요? ㅠㅠ
    체질인류학이라는 말 마치 처음 듣는듯 낯설어요
    이거 공부 설렁설렁한다는 증거죠? 절대 노화이런 거 아니죠? ㅋㅋ
    1, 2장에서는 지금까지의 인류학이 이원론적 세계관을 벗어나지 못해 지니게 된 한계를 지적하고 있었던 거 같아요
    그게 너무나 많은 분들을 끌고 와 복잡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결론은 어찌보면 간단한데 내용을 따라가며 이해하기는 참 버거웠네요
    그래도 세미나하면서 찬찬히 맥락을 짚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3장과 결론을 읽을 수 있는듯요
    마지막 셈나 재미나게 하고 잘 끝낼 수 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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