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차 후기> 트러블과 함께하기 _ 1,2장
나는 트러블을 싫어한다. 누군들 좋아하겠냐마는 요즘 들어 더 그렇게 돼버린 것 같다. 그냥.. 시간이 지날수록 다 귀찮아진달까.. 그런 거 같다. 좋은 일이 없는 뉴스도 잘 못 보겠고, 권력다툼이나 싸움이 많은 드라마도 못 보겠고, 상대적으로 귀여운 애니메이션만 보게 된다. 분명히 쌈닭이었던 시절도 있었던 거 같은데... 이런 나에게 해러웨이 책이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다 좋은 말인데, 이 이야기랑 저 이야기랑 알겠고 알겠는데... 그래서 뭐 어떻게 하라고?를 찾았기 때문이다. 답이 없는 문제에 답을 찾으려고 하다니 재미가 없을 수밖에. 그래도 어찌저찌 종과 종이 만났을 때를 읽고 나니, 두 번째 책인 트러블과 함께하기에서는 감을 잡았다. 그러니까 작은 것들을 파보라는 거잖아. 좋아하는 어떤 것이든, 개든, 비둘기든, 달팽이든, 버섯이든지 간에 인간이 아닌 다른 것들을 파보면 그것이 촉수처럼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우리는 결코 전체를 조망할 수 없으니 이런 작은 부분 부분의 연결로 더듬더듬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말인 거지.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이 말이다. sf 적 상상력으로 다른 세계를 끊임없이 상상하고, 부분적인 지식을 실뜨기처럼 서로 연결해 상황적 지식을 획득하는 것!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업을 마치고 토요일 저녁에 머내마을영화제의 ‘수라’를 보았는데, 우리가 공부한 부분과 맞닿아 있어서 슬프면서도 감동적이었다. 책 속에 언급되었던 솜 반 두렌의 느린 죽음을 눈으로 목격한 기분이 들었는데, 이제는 공룡처럼 대멸종의 시대가 아니라, 서로 연루된 것들이 순차적으로 느리게 멸종이 진행된다는 용어다. 바닷물을 막아 조개가, 게가, 작은 생물들이 천천히 죽어가고, 그걸 먹는 철새들이 죽어가고, 그걸 업으로 삼는 사람이 죽어가는 이중 죽음까지. 그 아름다움을 사라지게 한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그 수라에 사랑에 빠진 감독이 끈질기게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지게 되는 점도 멋있었다.
그러니까 사랑이라는 거지. 우리는 사랑을 통해서, 작은 관심을 통해서, 아름다움을 봐버린 죄를 통해서 다음으로 갈 수 있다는 거지. 역시, 오타쿠가 세상을 바꾸는 거야. 내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보고, 사고를 확장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위안이 되었다.
덧, 트러블과 함께 하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같이 사는 사람들과의 문제가 아닐까. 남편이랑은 이제 싸울 일도, 이야기할 것도 없이 집에 오면 같이 티비보는 사이로 변했다. 말하는 게 귀찮아서, 그냥 내 할 일이 많아서 덮어두고 살았는데 문득 너무 멀어진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요새 빠져있는 야구, 자전거, 골프 중에서 야구는 너무 싫고, 자전거는 무섭고, 그나마 골프는 해볼 수 있을까.. 해서 골프연습장에 등록했다. 정말 운동이 싫고, 골프는 생각도 안 해보았는데, 그나마 같이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과연 이 모든 난관(?)을 물리치고 골프와도 함께 할 수 있을까. 그걸로 또 세상과의 다른 연결점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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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주차 후기> 애나 칭, 세계 끝의 버섯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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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주차공지] 애나 칭 - 세계끝 버섯(#1)- 패치자본주의 혹은 패치인류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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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주차 후기> <트러블과 함께하기> 뒷부분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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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주차공지]-해러웨이 - 트러블과 함께하기(#2)-우리는 포스트휴먼이 아니라 퇴비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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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차 후기> 트러블과 함께하기 _ 1,2장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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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차 공지]-해러웨이 - 트러블과 함께하기(#1)-가이아여신 대신 테라포밍을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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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차 후기> 종과 종이 만날 때 8장~12장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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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차 공지]- 해러웨이 <종과 종이 만날 때> (#3) -끝까지 입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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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차> 종과 종이 만날 때 #2 필멸의 얽힘, 환원불가능한 얽힘 코스모폴리틱스(Cosmopolitic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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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차 공지]- 해러웨이 <종과 종이 만날 때> (#2) -7장까지 입니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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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양생프로젝트> 2학기 3주차 ‘종과 종이 만날때’ 1~3장 후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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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과 자긍심> 2부 후기-자기혐오를 자긍심으로 바꾸기 위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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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양생프로젝트 2학기] 1주차 <망명과 자긍심> 1부 후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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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 <세상 끝의 버섯>(애나 칭, 2015)이 번역되었다네요. 그럼 우리 커리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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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이런 거구나. 해체와 재조립의 극한 고통! -에세이데이를 마치고 나서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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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탁 | 2023.06.20 | 239 |
오타쿠가 세상을 바꾼다!! 어제 넷플릭스에서 <스타트랙>을 봤어요~ 오타쿠인 작은 딸이 보기에 잠시 보며, 해러웨이 책에도 나왔던 <스타트랙>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아주 조악한 세트장이 클래식한 효과를 주더군요. 요즘 CG와 특수효과들이 어마무시해졌는데, 물량공세를 하지 않아도 '재미'와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점! 어제 <스타트랙> 보며 든 생각입니다. 그나저나 <트러블과 함께하기>는 읽기 어렵네요.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랑과 오타쿠! 응답을 하기위한 여러 방법들이 있는 거 같네요. 과연 골프는 어케 될 것인가?!!! ㅋㅋ
이번 프린트물에 있었잖아요. 오줌으로 넘쳐나는 짠내나는 바닷물에서 우리는 살아가는 것일테고 그 안에서도 실뜨기- "sf 적 상상력으로 다른 세계를 끊임없이 상상하고, 부분적인 지식을 실뜨기처럼 서로 연결해 상황적 지식을 획득하는 것!"를 해야 한다는 것이겠죠. 여튼 성실하게 응답하려고 노력하고, 실뜨기의 모양을 잘 보려고 노력하고....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