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차 후기: "우리 인민"과 올바른 삶

김윤경
2023-05-14 08:46
216

양생프로젝트 12번째 시간 후기입니다. 드뎌 버틀러의 『연대하는 신체들과 거리의 정치』를 마쳤습니다. 짝짝짝

  먼저 “We”, “We the People”, “인민”에 대해 정리하며 시작했다. 인민주권의 “우리”는 단일체나 통일체(unit)가 아닌 이 책에서 표현하는 다공성(多孔性)인 인민에 가깝다. 그것은 다중, 떼, 단언, 선언, 구호, 슬로건 등으로 환원되지 않는 공적으로 출현하는 수행성(enacting), 복수 신체의 상연성(performance)이라는 것이고, 권력에 의해 박탈된 자들이 ‘자기 박탈’을 하지 않고는 구성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박탈, 자기박탈은 아포리즘, 모순, 자기 밖에서, 양도의 의미일 수 있고 어떤 면에서 상호의존성에 가깝다. 버틀러는 관계와 연대를 정리하며 취약성, 애도가능성을 가지고 상호의존성을 설명한다. 버틀러에게는 “We”, “우리”가 중요하다.

 

  5장은 윤경이 발제했고, 집회의 자유와 “우리 인민”에 대한 사유들이 내용이다. “인민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이 왜 지금, 그리고 계속해야 하는가? 우리는 200년 전에 만들어진 민주주의 말고 다른 정치체제를 발명해내지 못했다. 이 질문은 결국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 제기이고 민주주의와 대의제를 재구성해내려는 정치적 고투의 과정인 것이다.

 

  집회의 자유는 함께 모인 인민이 스스로를 인민으로 선언하는 행동이 또 다른식으로 말해지고 상연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런 복수적 행동은 수렴하면서 분기하는 신체들의 복수성을 전제할 수 있어야 한다. 집회는 “인민”으로 불릴 수 있거나, 그 자체가 “인민‘의 한 버전일지 모른다. 그런 집회의 자유를 정부 권력이 반대할 때 국가주권과 인민주권은 구분되게 된다. 복수의 신체들이 공적으로 출현하는 수행성, 상연성은 결국 정치이고,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정치는 인민주권이 정초되고 재구성되고 또 매번 갱신되는 것이다.

 

  인민주권은 자신들을 대의(representation)할 수 있는 대표자를 선거를 통해 뽑지만 투표 행위에 의해 인민주권이 완전히 소진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려면 얼마나 인민주권을 잘 대의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민주주의와 대의제는 같지 않다. 인민의 상연은 인민의 재현을 초과한다. 그렇다면 누가 ”인민“인가? 버틀러는 아마도 인민이란 지명은 인민을 포착하고자 하는 그 어떤, 그 모든 프레임을 초과하는 것이고, 좀더 민주적인 프레임이란 그런 인민의 다공성(多孔性)이라는 특성을 편성해낼 수 있는 프레임일 것이다. (239)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 인민”은 우리는 자신의 필요·욕망·요구가 아직 전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인민을, 그리고 함께 있음이 아직 살아내지 않은 미래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인민을 가리킨다.(244)라고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리하면 (1) 인민주권은 자신이 정당화하려는 바로 그 대의적 체제로부터 분리된 성찰적인 자기-제작의 형태다. (2) 인민주권은 바로 그런 분리의 과정 안에서 일어난다. (3) 인민주권은 합법적인 정부가 공정하고 포괄적인 선출을 통해 형성되도록 만드는 토대다. (4) 인민주권의 자기-제작 행위는 늘 같은 방식으로 같은 목적을 위해 작동하지는 않는 행위다. (5)“우리 인민”의 상연은 언어적 형태를 취할 수도 취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발화와 침묵, 움직임과 부동성은 모두 정치적 상연들이다. (247)

  따라서 버틀러가 말하는 집회는 복수의 주체가, 수행적 행동을, 서로가 맞물려 아직도 살아 있는 존재로서의 가치를 얻지 못한 이들을 위해 삶이 살만한 것이 될 세계를 위해 싸우는 것이다.

 

  6장은 호정님이 정리했고, 그릇된 삶에서 올바른 삶을 영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그릇된 삶‘, ’올바른 삶‘이 무엇인가라는 굉장히 애매한 질문이 먼저 따른다. 무엇이 선(善)인가, 무엇이 살아가는 것이고 무엇이 삶인가? 생명정치, 삶을 조직하는 권력들에 의해 차별적으로 배치되고 가치 매겨진 불안정한 삶들은 불평등하게 할당 되어진다. 아마 버틀러가 말하는 그릇된 삶, 세상은 이것을 말하는 것 같다. 그때 우리는 우리의 취약성으로 평등과 불평등이라는 보다 넓은 정치적 문제에 연루된다. 어떻게 올바른 삶을 살 것인가는 결국 이런 그릇된 삶에 대한 저항이다. 저항은 복수여야 하고, 신체를 매개로 한 것, 자유롭게 공적인 장에 출현하여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집회의 자유와 맞물려 있다.

 

  불안정성은 여러 새로운 사회운동들이 맞서 투쟁하고 있는 조건들이다. 사회운동은 상호의존성이나 취약성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취약성과 상호의존성은 살 만한 것이 되는 조건들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그런 사회운동들은 살만한 삶을 위한 그릇된 삶에 대한 저항이고, 그것은 발화수반적인 정치적 신체의 실천이며, 성찰적 실천이다. 왜냐하면 나 자신의 삶은 내것이 아닌 삶, 단지 타자의 삶이 아닌 더 넓은 사회적·경제적 삶의 조직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는 나는 살기 위해, 인간이기 위해 나의 변별적으로 인간적인 삶의 일부를 양도(자기박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개인의 올바른 삶이 아닌 사회적 삶의 형태로, 사회적 윤리의 재구성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아파서 빠지신 경덕님의 쾌유와 개인적 일로 빠지신 겸목샘, 먼불빛샘도 다음주에는 꼭 뵈었음 합니다. ^^

다음주는 [비폭력의 힘] 첫시간입니다.

발제는 묘선주샘, 둥글레샘이고,  간식과 청소는 1조 (기린,스티핑거,모로)입니다.

그리고 즐거운(^^;;;;) 글쓰기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본래 의도했던 리뷰 형식도 좋지만 어떠한 형식도 다 괜찮다고 문탁샘이 말씀하셨어요. 꽂힌 한 가지 개념으로 정리해도 좋고요. '아놔 나는 못쓰겠다.'만 받아들이시지 않으신다고 ^^

6월10~11일 워크숍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제 슬슬 어느 텍스트로 할지 마음의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아요. 

댓글 2
  • 2023-05-14 23:18

    와, 내용 요약에 공지까지 알차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샘! '인민의 다공성'이란 말이 인상깊어요.
    인민으로서의 집회, 세미나, 워크숍, 글쓰기를 상상해보게 됩니다:)

  • 2023-05-16 08:55

    후다닥 윤경샘. 후기에 공지까지. ㅎㅎ. 인민, 올바른 삶. 제목만 보면 우리 인민 동무가 곧바로 튀어나와야 할듯. 버틀러가 좀 어렵긴한데 되게 매력있어요. 저는 살만한 삶이라는게 인상적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 그런건 수필이나 문학에서나 나올것 같거든요. 이런 삭막한 책에서 보니 반가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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