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감정>가족은 잘지내나요? 1회자 후기

스르륵
2022-04-25 18:15
238

  우리는 '웃다'가 병든 사람들에 관한 보고서인 <감정노동>을 지나, 국경과 계급과 가족을 넘나드는 감정노동의 실체, <가족은 잘 지내나요?>속으로 들어왔다. 혹실드는 이 책을 쓸 즈음 '행동(시민운동)하려는 나'와 '어떤 일(감정사회학 연구)을 알아내려는 나'로 분열되어 갈등을 겪었다는 작은 소회를 전한다. 요즘 나의 상태랑 비슷(?)하다. 행동(텃밭)하려는 나와 알아내려는(세미나) 나 사이에서의 갈등 말이다........ㅉㅉ  혹실드는 이 두 세상 사이를 잇는 귀중한 관련성을 이 연구를 통해 찾아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나도 이 책을 다 읽으면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을까.

 

  혹실드는 현재 나이로는 우리 엄마뻘인 미국의 사회학자이다. 문득 문득 그의 책을 읽으면서 어쩜 그리 미국의 그 시절은 그대로 복사되어 우리에게로 왔는지, 또 어쩜 그리도 나라는 존재는 혹실드가 말하는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의 전형적인 산물인지 '신기함을 거쳐 소름'이 끼쳤다. 바로 이런 감정적인 시그널은 바로 혹실드가 중요한 기본 전제로 삼는 '우리는 모두 감정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한다'와 관련 있다. 우리는 보통 이성적 자아를 중요시 여긴다. 감정은 이성적 자아를 방해한다고 생각되지만 실은 우리가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려고 하면 할 수록 감정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혹실드의 맥락에서 보면, 시장경제의 산물로 정직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의 이런 소름끼치는 감정적 느낌들은 감정이 우리에게 보내주는 일종의 '경보음'이다. 나는 이 경보음을 들으며 내 감정의 복구 전략으로 혹실드의 맥락을 조금 더 이해해보려는 의지와 행동'으로 에너지를 전환시켜 보게 된다. 

 

  자신이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전형적인 산물로 살아왔다는 이 소름 끼치는 자각은 무엇보다 그 '문제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의 소름이다. 오늘날 '착한' 얼굴을 한 시장경제는 내 주변의 아이&노인 돌보미, 배변 훈련가, 정리 컨설턴트, 앨범 정리가, 개인 쇼핑 도우미, 무덤 꾸미기 서비스 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화분 갈이가 귀찮고 힘들다... 아 그럼 '숨고'하지 머! 이런식이다. 과거 우리가 일상에서 의미있게 하던 일련의 이런 행동들은 이제 시장에서 모두 다양하게 서비스화 되었다. 문제는 이것이 너무 편하다는 것이며, 또 문제는 그 편함이 왠지 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편하지 않은 이유는 또 뭘까.  혹실드는 우리의 감정을 상품으로 만든 감정노동의 비인간적인 면을 지적하지만 그렇다고 감정노동이 힘들기만 할까 질문을 던진다. 감정노동군들(돌보미, 간병인, 콜센터 직원, 웨이트리스, 교사, 간호사 등)은 자신의 일이 적성에도 맞고 또 일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은 낮은 급여와 낮은 가치 평가, 여기에 인력 부족의 악순환으로 야기되는 시스템 붕괴의 현실. 해서 감정노동자들의 삶은 손상되고 직장은 오로지 이들의 인내심만을 보호하고 있다. 이들은 실망하고 실망한다. 우리는 이런 사실들을 진정 모르고 있었던 걸까... 알고 있었기에 모두가 모종의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얼까. 혹실드는 '공감'이라는 조금은 익숙한 주제를 들고 온다. 우리는 타인의 아픔과 난처한 상황에 반응을 보이지만 그 반응이 '항상' 공감은 아니다. 우리 안에 우리를 지배하는 '도덕법칙'들은 다양한 '감정(법칙)'으로 나타나 때로는 타인과의 공감을 방해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막연하기만 했던 공감에 대한 정의가 이번 혹실드의 비유로 인해 조금 실마리를 얻게 되었다. 공감은, '공감지도를 그리는 측량사와 제도사, 그 지도를 읽는 독자의 예술'이다. 기존의 나의 '단단한' 감정법칙과 내가 속한 사회의 '익숙한' 공감지도를 찢어버릴 수 있는 기회는 어쩌면 작은 예외에서 나온다.  또한 그것은 측량사와 제도사 독자가 자신의 감정을 '떨리지' 않게 잘 관리하며 해내는, 너무나 정교하고 어쩌면 너무나 엉뚱한 예술이다. 우리 겸목튜터는 자신이 바꾸고프나 잘 바꿔지지 않는 공감지도에 대한 막연하고 불편한 감정을 이야기 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이미 공감의 시작은 아닐까 생각했다.

 

  혹실드는 일하는 여성 인력이 급격히 늘어나고, 그 속에서 '엄마가 일하면 아이는?' 이라는 질문과 '자유시장과 가족관'이라는 별개의 주제를 예민하게 연결한다. 시장이 자유로워졌을때 그래서 규체 완화가 사업을 부추기고, 직업을 창출하고, 국내 총생산과 가족의 평균 소득이 올라간 후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가족은 정말 행복하게 되었을까. 자유 시장 정책들과 가족관을 연결하는 사람들은 자유선택의 중요성을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실제로 자유로운 선택을 한다. 하지만 이는 선택권이 제한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일 뿐이다. 부모는 자식들과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지 못하며 직장에서 일하듯 집에서도 고효율적으로 가족의 의미를 재상징화하는 작업들을 전략적으로 해내려한다. 다시 말해 가정이라는 공간은 직장의 언어로, 상징으로, 환경으로 재구성되는 것이다.

 

  많은 이야기들이 혹실드의 다양한 주제들 속에서 오고 갔다. 기본소득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감정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여 신형철의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 추천되었고, 재미있게 보았던 집정리 예능 프로그램이 왜 맘 한쪽이 불편했었는지, 작금의 저성장 시대에는 다운시프터(downshifter, 소득을 줄이고 가족과 자신을 위한 삶을 찾는 사람들)들이 더욱 더 늘어날까, 대안학교 학부모들은 혁신의 길을 모색한 것이었을까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 것이었을까, 다운시프터 역시 결국 돈과 시간이 확보된 계급에서 가능한 어떤 것이 아닐까...

 

  나 역시, 자신의 감정을 다시 들여다 보고 재정립한다는 의미가 컸다. 그러나 감정세미나 접속은 나래샘 말대로 내가 속한 사회 공동체와 이웃들을 다시 돌아보라 강권한다.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사회적 이슈적 관심은 무리(기린샘 이런 맥락 맞죠?^)라 생각했다던 기린샘처럼 나역시 똑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오십엔 역시 사회학을 공부해야 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눈은 침침하고 고농도로 응축된 (?) 사회학 용어는 노화를 앞당기지만 말이다...

  

댓글 5
  • 2022-04-25 20:01

    네~~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라고 탄식하는 시간을 너머로 시선을 확장시켜보는 공부 중입니다~~

    "우리는 모두 감정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한다"는 혹실드의 분석을 따라서요~~

  • 2022-04-25 20:34

    드라마도 주요 텍스트지만, 당근과 숨고, 틴더 같은 앱도 감정의 변형을 가져오는 관찰대상이라는 점!! 퍼뜩 떠오르더군요^^ 저는 나의 해방일지의 미정이 대사가 완전 감정사회학교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애인이 잘난 놈인 건 좋은데 너무 잘나면 불안해지는 계산을 안 할 수 없다는 점이 정곡을 찌르더라구요.

    • 2022-04-25 20:48

      해방일지 열심히 보고 갔는데 정작 시간이 모자라 고 얘기들을 못나눴네요 ㅜ 못다한 얘기는 이번주말에ᆢ

  • 2022-04-25 21:00

    이번 세미나를 통해 '연결'된 존재로서의 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나와 너가 연결됨으로써 우리는 누구보다 공감지도를 잘 그려낼 수 있고, 그것이 삶을 살아나갈 수 있게 하는 힘이 되는 거겠죠. 

    이번주 나의 해방일지에서 결국 나를 지지하고 격려해줄(여기서는 추앙이라고 말하는) 누군가가 있을 때 충만한 감정을 가질 수 있음을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손석구 왈 : 백만년 걸려도 못할 것 같던 일을 오늘 해치웠다. 잠이 잘 올까? 아닐까? 

     

    모순가득한 인생이지만, 그럼에도 연결되려고 시도해보는 이 시간이 참 좋네요.

     

     

  • 2022-04-25 21:00

    감정노동군은 낮은 급여와 낮은 가치 평가를 받는 반면에 각종 코치, 컨설턴트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아이러니.

    공감은 정교한 예술이군요, 공감에 대해서 책 나머지와 나의 해방일지 접하면서 생각해봐야겠어요.

    감정 사회학 접하면서 시야는 넓어지면서 한편으로 막연히 긍정적으로 여겼던 자유라는 가치가 버거워지고 있어요. 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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