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 2부 후기

나래
2022-04-2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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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감정을 바탕으로 우리가 보고, 기억하고, 상상하는 것들의 자기타당성을 배운다. 회사가 감정과 해석 사이에 상업적인 목적을 집어넣는 순간 위기에 빠지게 되는 것도 바로 이 귀중한 자원이다. (247쪽)

 

 감정관리가 상업화되어 있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감정노동> 2부는 이점에 주목한다. 승무원들은 자신의 미소가 자발적이지 않고 경영진의 관리감독 하에 강제되었을 때 불안감을 느끼고 태업의 방식으로 저항하기도 한다. 진짜 자아와 연기된 자아 사이의 혼란에서 번아웃을 겪기도 하고, 둘을 분리하여 사용하기도 하고, 모두 환상이니 냉소로 대하기도 하지만 세 가지 태도는 모두 자아에게 건강한 방식은 아니며, 노동자가 노동 조건을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악화된 것이다. 내 믿음과 확신이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을 때 잘못된 믿음을 인정하기보다는 현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왜곡하는 ‘인지부조화’가 있다면, 대인적 상호작용과정에서 조직이 요구하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내 감정을 조절하는 ‘감정부조화’의 측면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진짜와 거짓 자아가 분리되고 관리되는 상황에서 예전보다 우리는 ‘진정성’에 가치를 부여하게 되었다.  

 

 가정에서도 계급에 따라 감정교육이 이루어지며, 상류층은 감정을 통제하지 않아도 되기에 통제하지 않고, 중산층은 통제하도록 감정 교육이 이루어진다. 소외되지 않는 감정을 가지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공적 영역과 사적영역에서 감정은 관리된다. 부와 마찬가지로 감정마저 불평등하게 분배되며, 남성 보다 여성의 감정 노동은 지속적이고 빈번하다. 

 

 이성복 시인은 ‘누군가 이것을 불행 혹은 상처라고 얘기했을 때, 이미 그것은 그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혹실드는 회사에서 일이 힘들기보다 사람관계가 힘든데 구체적으로 콕 찝어서 말하기 힘든 지점을  ‘감정노동’이라고 이름 붙여주고 개인적, 사회적인 영역에서 감정이 예민하게 자극되기도 학습과 관리를 통해 무던하게 만들어지는 측면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름이 붙었다고 ‘감정노동’의 힘든 점이 없어지지는 않지만 애매하고 모호해서 더 힘들었던 부분은 없어지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관찰하고 고민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 성격은 자본의 한 형태가 되었고 감정과 표현은 도구화 되었기에 현대인은 직장이나 가정에서 감정노동을 하게 마련이고 우리는 이제 ‘자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고상한 야만인은 없고, 배역에 맞춤 건전한 거짓 자아만이 있을 뿐이다. 거짓 자아와 진짜 자아를 구별해주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우리 자신’이라고 주장하느냐에 달려있다. 내가 ‘진정한 자아’라고 느끼는 것과 그 외의 거짓 자아 사이에서 관리하는 것이 현대인의 몫이다. 다른 사람들의 요구를 지나치게 신경 쓰는 이타주의자는 이용당하기 쉽기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불건전한 나르시스트에게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 주의해야 한다. 

 

‘나는 정말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현대사회의 자아는 힘겹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들과 서로의 감정을 이야기하며 파악하고 관리된 마음을 조정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조금씩 더 찾아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내가 진정한 자아라고 느끼는 것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관계나 활동을 통해 배역에 맞춰 연기할 수밖에 없는 거짓 자아와의 균형을 맞추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돈이 되지 않고 효율과 상관 없는 감정세미나는 좋은 예이다. 그래서 회사와 가정 일이 많은 와중에도 우리는 짬짬이 책을 읽고 발제문을 쓰고 늦잠도 안 자고 토요일 오전에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것일테다. (저는 상대적으로 가장 여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ㅎㅎ)

 

 최소한으로 일을 줄이고 내 생에 가장 불안이 없는 대신 진한 권태가 느껴질 때쯤 접한 감정 사회학 세미나는 예전보다 밋밋해진 나의 감정보다는 사회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정리해주고 있다. 재미로만 소비하던 드라마도 조금씩 감정사회학의 시각을 빌려 해석하려고 한다.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거나 내가 부대껴하는 어떤 감정을 발견하고 응시하게 될 줄 알았는데 감정사회학은 오히려 나에게 벗어나 세상과 타인으로 방향을 바꿔주고 관점을 조정해주고 있다. 관점이 바뀌면 해석이 바뀔테니 이것도 새롭고 반갑다. 

 

 드라마도 타인과 사회를 읽는 좋은 텍스트이다. 우리는 4월 들어 동시에 시작한 주말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우리들의 블루스>나 데이팅오락프로인 <나는 솔로> 중 하나를 접해보고 감정사회학의 관점으로 읽어보기로 했다. 

 

덧)드라마텔러 기림쌤의 이야기로 다시 들으니 이미 본 드라마인데도 흥미진진한 재미가 있었다.  조선시대 존재했던 소설 읽어주는 전기수가 활약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댓글 4
  • 2022-04-21 06:56

    음....나래님의 후기를 읽으니 흐뭇....뿌듯.....공부하려면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 점! 등이 정리되네요^^저도 여유를 갖고 차근차근 책을 읽어봐야겠어요! 토욜에 봅시다~

  • 2022-04-21 12:50

    나래님의 또랑또랑한 목소리처럼 잘 정리된 후기를 읽으며,  토론 시간에 미처 나누지 못했던 부분이 환기되었습니다. 

    저는 이번 감정노동을 읽으며 작년 글쓰기 모임에서 단풍님이 '진짜 나 '는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던 부분이 생각났습니다. 

    다양한 역할과 환경 속에서 개인들이 '진정한 나'와 '거짓 나' 사이의 간극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한다는게, 그만큼 우리가 감정을 관리하고 관리당하고 있다는 반증이라 씁쓸한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이 시간 만큼은 '우리가, 내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 솔직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 2022-04-21 13:17

    일루즈도 일루즈이고 혹실드도 혹실드이지만 저는 세미나 동학들 덕분에 또 이해하고 배우고 있슴다 멋진 후기 꾸벅 🙂

  • 2022-04-21 20:07

    ㅋㅋㅋㅋ 전기수요? 푸하하하~~ 빠른 말에 침을 튀기며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ㅋㅋㅋ 전기수 노릇 한번 해볼까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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