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 1부 후기

김지연
2022-04-15 00:31
248

감정은 현실의 자기 타당성을 구별해주는 감각이다. 우리는 감정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원하고 기대했는지, 또는 우리가 어떤 식으로 세상을 인식해야 했는지 추측한다. 감정은 사물에 관한 숨은 관점을 발견하는 방식이다. 특히 자신의 위치를 정할 다른 방법이 잘 정비되어 있지 않을 때 감정은 더욱 중요해진다. (115-116)

감정은 그냥 생기는 것이고 그것을 적절히 조절하여 내비치는 사람은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 그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감정적이라는 이분법이 여전히 존재하는 듯 하다. 그러나 혹실드에 따르면 우리는 필요에 따라 특정 감정을 일부러 내비치는 일종의 연기를 하기도, 혹은 연기 없이 문화적인 학습에 따라 본능적으로 익숙해진 연기가 자동적으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정해진 상황에서 당연해야 할 것 같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 이상하다거나, 규범에 맞는 감정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 반감이 들 때야말로 우리는 진정한 자신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연기, 가면, 관리라는 단어가 주는 인위적인 느낌 때문인지 감정에 충실하다거나 있는 감정 그대로를 표현하는 진정성이야말로 선하고 옳은 것 같지만, 이 믿음이 지나친 감정노동을 강요하기도 한다. 얼굴로만 웃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지어야 하는 승무원에게 진정성이란 어쩌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강압적인 단어가 아닐까.

지난 일주일간 어머니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했던 기린샘과 나도, 상담이라는 경제활동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언희샘도, 특정 상황에서 필요한 감정과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감정 사이에서 어떤 감정을 누르거나 눌러짜는 괴로움에 허덕였던 듯 하다. 이렇게 감정을 조절 대상으로 볼 경우 기업은 끊임없이 대상 관리에 치중하고 우리는 영원히 불가능한 감정 조절을 해내지 못한다는 이상한 죄책감에 더욱 짓눌린다.

감정을 조절 가능한 대상으로 보기보다 내 상태 또는 타자와의 상호작측정 도구로 인식하려는 시도를 통해 내 감정의 실체를 외부에 묻지 않고, 억지스러운 감정 양산 패턴에서 벗어나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지만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닐터. 주위상황에 밀려 물리적인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인디케이터를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시간을 확보하려면 자본이 필요하고 자본을 위해서 다시 감정은 관리 대상이 되는 악순환...

세미나 시간에도 결론이 무엇인지 명확한 답을 내지 못했고, 일주일간 시간이 늘 부족했던 나는 하루의 안좋은 감정을 다음 날의 안좋은 감정으로 잊어버리는 방식의 덮어버리기식 감정관리 방법을 발견했다. 1부 개인 감정에 이어 2부 공적 감정에 대한 텍스트를 통해 감각으로서의 감정 사용법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 3
  • 2022-04-15 06:36

    감정은 신호체계이고, 사회적이고 문화적이며, 규범과 법칙에 따라 관리된다. 감정관리는 감정노동자만 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한다. 그런데 감정규범과 불일치하는 감정이 일 때야말로, 우리가 감정의 존재를 반증으로 확인할 때이다. 2부를 읽어보니 감정노동은 자아에 질문을 던지고 있네요. 에바일루즈를 읽을 때도 느꼈지만, 현대사회의 자아는 힘겹네요. 자유선택과 책임의 부담감을 지는 동시에, 내 감정은 누구를 위한 도구인가 정체성의 혼란과 위기를 겪게 됩니다.

  • 2022-04-15 11:27

    "시간을 확보하려면 자본이 필요하고 자본을 위해서 다시 감정은 관리 대상이 되는 악순환"

    2부 읽으면서 더 공감했던 부분이에요.  감정 세미나에서 전환하시고 시간과 마음의 여유 찾는 주말 누리시길요~

  • 2022-04-16 06:58

    감정을 조절대상으로만 보지말고 내 상태나 상호작용 측정도구로 사용하는것ᆢ많은 이야기 중에 와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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