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왜 아픈가 ] 3,4장 후기

정의와미소
2022-03-30 02:53
284

  우리는 사랑이 범람하는 현대 사회에서 살고 있다. 사랑이란 말은 너무 쉽게 쓰여지고,  자유연애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에로스와 관련된 산업들은 활기가 넘쳐난다. 우리는 감정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랑은 무엇인가? 묻는다. 정말 사랑은 뭘까? 우리는 사랑을 통해 자아와 내면을 인정받는다. '인정받는다'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관계를 매개로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세워 나가는 과정이다.(234).  현대의 사랑은 이전의 계급 인정에서 빠져나와 상대의 감정적 지지나 인정을 필요로 하는 동시에 자아의 독특한 개성과 가치를 서로 인정해야 하는 과정으로 변화했다. 이제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는 인정받고 싶다는 의미이며, 사랑하는 관계라면 서로의 자존감과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당연히 낭만적 퍼포먼스를 서로를 향해 열심히 펼쳐야 한다. 발렌타인데이에 사랑의 퍼포먼스가 빠진다면 사랑하는 여부를 의심해 보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된 것이다. 그 흔한 초콜렛이 뭐라고 ! 하는 사람은 구시대적이다. 그런데 여기서 사랑을 통한 인정에는 한계가 있다. 개인화된 평가기준, 감정의 화학반응, 취향, 심리적 기질 같은 주관적이고 사적인 것들은 합리성의 시대에 명확성과 확실성이 결여되어 보인다. 그래서 연애를 하는 동안 끊임없이 '입증'과 '확인'의 과정이 반복된다. 사랑하는 동안 받은 인정은 상대방과 헤어짐을 통해 사라지고, 사회적 존재감도 상실된다. 낭만적 관계에서 '자율성을 위협받고 싶지 않다'와 '인정받고 싶다'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은 두려움과 자신은 무가치하다는 회의감을 유발한다. 특히 구조적으로, 생물학적으로 남성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는 여성들은 낭만적 관계를 요구하는 순간 약자가 되고, 스스로 자존감이 낮아진다. 남성의 자율성은 여성의 감정적 욕구를 지배하게 되었으며, 인정을 요구하는 동시에 남자와 자신의 자율성을 만족시켜야 하는 모순된 구조는 여성들에게 자신은 무가치한 존재라는 회의감과 자책감을 가져다 주었다. 자율과 인정의 긴장은 자율에 나타난 구조적 불평등, 자아와 책임감을 심리학으로 전가시켜버리는 오늘날 도덕의 특징때문이다. 존재의 불확실성을 평등하게 분배받고 자율성이 인정 욕구를 이기도록 강요받는 이 시대에 여성들은 인정 욕구를 남성과의 사랑이 아닌 어떤 방식으로 충족시킬 수 있을지 좀더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는 현대성의 가장 큰 특징을 '탈마법화'라고 말한다. 초월성이 사라진, 오직 합리성만이 우월한 이 시대에 탈마법화 현상을 주목해보면, 우선 탈마법화된 문화에서 사랑을 과학으로 설명해내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정신분석과 심리학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정신분석학은 새로운 자아라는 개념의 중심에 사랑을 가져다 놓으며 유아기, 성인의 낭만적 체험 사이에 관계 설정을 통해 일반적인 심리현상을 구조화했다. 심리학은 인간의 특징의 다발을 가지고 '성격'이라는 것을 만들어 내었고, 사랑도 이젠 계량 가능한 것으로 만들게 되었다. 사랑을 화학물질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본 생물학부터 진화생물학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해석체계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하게 되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요구하는 반성적 회의와 사랑을 개인적 욕구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으로 규정하여 감정의 위축을 가져온 게 만든 결과를 초래했다. 정치적으로는 페미니즘이 남성과 여성의 평등을 요구함으로써 평등에 대한 요구가 남성의 자율성을 확대하게 만들었다. 한편 인터넷의 발달은 선택 기술의 다양화, 보편화를 가져와 선택의 유용성을 극대화시켰다. 더이상 자기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낭만적 사랑은 사랑의 합리화에 걸맞지 않는 시대가 되어 버렸으며, 남성과 여성 하이의 불평등구조 안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사랑은 사라지게 되었고, 사랑의 영원함에 대한 믿음과 그 영원함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아이러니 사이에서 사랑은 그 길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세미나를 하면서 다들 에바 일루즈라는 사회학자에 대한 통찰에 대한 칭찬과 존경을 한마디씩 보탰다. 에바 일루즈 덕에 사랑과 감정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면서. 이젠 다들 영화를 봐도 책을 봐도 감정사회학의 눈으로 이야기를 가져오고 있다. 아마도 일루즈의 책을 함께 읽으며 감정사회학에 다들 푹 빠진 것 같다. ㅎㅎ

 

댓글 3
  • 2022-03-30 09:27

    맞아요! 장장 5주간 일루즈의 시각을 잘 빌려 쓰고  있네요.  사랑의 '아픔'을 줄여줄 수 있었으면 하는 쏘 스윗한 바람에서 여성(중산층 출신 이성애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의 딜레마를 많이 다루는 일루즈의 시각이 따뜻하면서도 명쾌해서 안 그럴 수 없었음 ㅋㅋ

     

    짝꿍에게도 차 안에서 밤에 맥주 마시면서도 브리핑과 토크를 좀 했는데, 감정 불평등 문제는 에로스 자본이 많은 남자와 여자 위주의 이야기이며, 경제적 에로스 자본이 부족한 남자들은 남녀 성비가 불균형한 상황에서 여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결혼한다고 생각한대요. 감정 불평등에 동의 안 하는 눈치 ㅋ

     

    방금 다 읽었는데 우리에겐 감정을 소중히 하는 남성성이라는 모델 이끌어내기, 새로운 형식의 열정적 사랑을 찾는 다음 과제가 기다리고 있는 듯요. 

     

    잘 정돈된 후기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정의와 미소님~^ㅡ^

  • 2022-03-30 10:41

    오늘 아침 눈을 뜨면서도, 경제적 자유가 양극화와 불평등을 확대해온 것처럼 남녀 평등을 주장해온 페미니즘을 위시한 낭만적 선택의 자유가 남녀간의 감정불평등을 확대하는 문제! 그래서 남녀 평등을 주장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고....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비몽사몽중에도 생각했더랬어요. 그래서 저는 남녀간의 감정불평등에 대한 고찰보다는 상상과 기술이 가져오는 실망의 구조가 더 와닿는 것 같아요. 이게 남녀의 차이에 대해서는 일부러 외면하려는 무의식인지도 모르겠네요. 암튼 토욜에 만나서 또 열변 토해봅시다~

  • 2022-03-31 07:50

    사랑의 탈 마법화~~ 디즈니 만화로는 채울 수 없을텐데 ㅋㅋㅋㅋ 사랑의 형식에 대한 또다른 마법을 마지막 시간에 상상해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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