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왜 아픈가>_1,2장 후기

김언희
2022-03-22 00:15
99

나는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현대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지극히 개인적인 사적 차원에서 해석한다면, 19세기의 사랑과 결혼은 공적 감정의 차원에서 설명된다. 19세기의 사랑은 의례화한 질서 속에서 빚어지는 결과로, 이를 감정 수행성 체제라고 부른다. 반면, 현대는 감정 진정성 체제로, 주관에게 감정의 본성과 그 진짜의 근거를 묻는 자기검증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 대목에서 이제 현대인들은 끊임없는 자기 검증, 성찰의 과정을 통해 나의 사랑을 확인하고, 타인에게 입증해야 한다. 남자들과 여자들은 더 이상 집안이나 도덕으로 서로의 가치를 입증하지 않는 대신, 시장원리를 바탕으로 자신의 성적매력을 극대화해서 이성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남성은 여성보다 선택의 기회가 이전보다 더 많아진(남성들은 약화된 남성위 권위를 자유로운 섹스관계로의 확장과 종족 번식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면서 선택기회가 확대) 반면, 여성은 남성에 비해 기회비용이 줄어들었다(여성은 여전히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규범과 생물학적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관계상의 구조적 불합리와 사회적 지위 확보에 있어 여전히 동등하거나 상위 계층의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 등등)고 한다.

그럼에도 남성이나 여성 모두 사랑과 결혼에 있어 더 신중해 지고,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한쪽은 넘쳐나는 대상으로 인해, 한쪽은 희소가치로 인해 경제와 감정의 문제가 마구 뒤섞이면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사안들이 너무도 많아졌다. 이러한 감정의 과잉 상태에서 남녀 모두 관계로부터 물러나, 사랑의 결합이라는 의지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감정이라는 비합리의 영역을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정보를 합리적으로 처리해야 하고, 수많은 정보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 몫이 되었다.

도덕과 의례가 물러난 자리에 개인의 무한한 선택의 자유가 이제 올가미가 되어, 오히려 모든 것을 하지 못하는 결정장애의 상황이 된 것이다. 이제 진실성이라든가 진정성이라는 말로 의미있는 관계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진정성을 묻지 않고, 나의 욕구를 실현시킬 수 있는 대상과 영역으로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나에게 진정성을 묻지 않는 관계, 그렇지만 적절히 나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대상과의 상호작용이 새로운 관계맺기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자신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쟁취하고자 했던 자유는 무엇이며, 우리라는 공동체는 개인의 자유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또한, 나에게 진정성을 묻지 않는 상호성이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인간은 언제나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존재해왔다. 그것이 인간 대 인간이든, 인간 대 자연이든, 혹은 우주 속의 점과 같은 존재로서든... 관계는 언제나 나(개인)의 존재 방식을 설명해 준다. 여기에 나를 규정하고 설명하는 또 다른 관계가 우리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소비하고 욕망하게 만드는 대상과 나의 관계.

 

댓글 3
  • 2022-03-22 07:36

    진정성이 약속 이행의 의무와 관련하여 "진정성과 성찰과 감정에 기반을 둔 약속과 결합은 '진정한 감정'을 자기 검증한 결과"(196)이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는 일은 자아에게 부담으로 작동하는데,  이 때의 자아는  자아실현의 운동에 순응해야 하는데

    "자아 실현은 자기계발의 운동과 변화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의 자아가 어떤 모습일지 그려보기 어렵"(197)고

    그 결과 약속은 현대에 들어 자아에게 지워진 짐이자 상당히 퇴행성을 보이게 되었다는 분석이 기억에  남아요~

  • 2022-03-22 08:11

    엄청 정리가 잘됐네요. 비합리의 영역이 줄어드는 일, 직관의 능력이 상실되고 있는 측면, 그리고 데이트앱과 당근마켓이 유사하게 작동하고 있는 점 등이 기억나네요. 감빠진 느낌도요!!

  • 2022-03-22 08:33

    언희님 덕분에 복습해봅니다. 자율.자유가 극대화되며 자아가 짊어져야 할 책임도 극대화되고 관계가 넓고 얇아지게 된 점이 기억납니다. 남녀간에 에로스적인 관계만이 아니라 공동체적 관계. 자연과 동물과의 관계까지 다양하게 관계 맺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 이렇게 합리화가 뿌리깊게 자리한 세상에서 비합리적인 영역에 더 주목해봐야겠어요. 

글쓰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알림]
[알림] <아무튼 감정> 6월 25일 토요일 에세이 발표합니다 (8)
겸목 | 2022.06.20 | 조회 196
겸목 2022.06.20 196
[알림]
[알림] 양생프로젝트 2학기 동의보감 세미나 공지
둥글레 | 2021.07.18 | 조회 635
둥글레 2021.07.18 635
[알림]
[알림] 2학기 공지 -"피부 너머의 삶" (신규참여 가능) - 물질과 마음의 통일, 에콜로지카와 사이버네틱스의 융합 (8)
문탁 | 2021.06.28 | 조회 1158
문탁 2021.06.28 1158
[알림]
[알림] 1학기( 젠더 : 해러웨이, 브라이도티, 버틀러) 에세이데이 (7월3일, 토, 9시반) (18)
문탁 | 2021.06.27 | 조회 840
문탁 2021.06.27 840
[알림]
[알림] 2021 양생프로젝트 개강(오티) 안내 - 2월27일 zoom으로 만납니다
문탁 | 2021.02.21 | 조회 931
문탁 2021.02.21 931
[알림]
[알림] 자기배려 실전편3<멍 때리고 걷기 10주 프로젝트>
기린 | 2020.09.22 | 조회 963
기린 2020.09.22 963
[알림]
[알림] 자기배려 실전편2 <몸에 대한 사유> 조별 세미나 안내
새털 | 2020.09.20 | 조회 1012
새털 2020.09.20 1012
[알림]
[알림] 7월18일 푸코를 마무리하는 미니에세이데이 (5)
양생프로젝트 | 2020.07.06 | 조회 944
양생프로젝트 2020.07.06 944
[알림]
[알림] 1학기 마무리와 2학기 스케줄 공지합니다
문탁 | 2020.06.30 | 조회 843
문탁 2020.06.30 843
[알림]
[알림] 2020 양생프로젝트 : 자기계발에서 자기돌봄으로 - 푸코&사주명리 (36)
관리자 | 2019.12.23 | 조회 3258
관리자 2019.12.23 3258
[모집]
[모집] 2022년 양생-주제탐구 <아무튼 감정> 2학기 모집 (17)
겸목 | 2022.06.13 | 조회 681
겸목 2022.06.13 681
[모집]
[모집] 2022 양생프로젝트 주제탐구 - 아무튼 감정 (2월19일 개강) (13)
인문약방 | 2021.12.21 | 조회 1820
인문약방 2021.12.21 1820
[모집]
[모집] 2021 양생여름강좌 - 동의보감 (zoom / 5강) (26)
관리자 | 2021.06.06 | 조회 1540
관리자 2021.06.06 1540
[모집]
[모집] 특강 <도나 해러웨이, 사이보그, 개와 함께 생각하는 페미니즘> (3월6일 10시, zoom) (18)
관리자 | 2021.02.24 | 조회 2079
관리자 2021.02.24 2079
[모집]
[모집] 인문약방세미나2: 인문의역학 (18)
인문약방 | 2021.01.08 | 조회 2455
인문약방 2021.01.08 2455
[모집]
[모집] 2021년 양생프로젝트2: 단짠단짠 글쓰기클래스 (49)
인문약방 | 2021.01.08 | 조회 3640
인문약방 2021.01.08 3640
[모집]
[모집] 2021년 양생프로젝트1 : 몸과 마음에 대한 탐구 (39)
인문약방 | 2021.01.08 | 조회 4395
인문약방 2021.01.08 4395
268
<아무튼감정> 수정본2 올려주세요 (6)
겸목 | 2022.06.20 | 조회 110
겸목 2022.06.20 110
267
<아무튼 감정>1학기 에세이 수정본 올려주세요 (8)
겸목 | 2022.06.17 | 조회 127
겸목 2022.06.17 127
266
<아무튼 감정>1학기 에세이 초고 올려주세요 (6)
겸목 | 2022.06.09 | 조회 76
겸목 2022.06.09 76
265
<아무튼감정> 프로이트 '문명속의 불만' 세미나 공지 (4)
감정반장 | 2022.05.25 | 조회 73
감정반장 2022.05.25 73
264
<왜 우리는 행복을 일에서 찾고, 일을 하며 병들어갈까 >2회차 후기 (2)
기린 | 2022.05.25 | 조회 53
기린 2022.05.25 53
263
<왜 우리는 행복을 일에서 찾고, 일을 하며 병들어갈까 > 1회차 후기 (3)
정의와미소 | 2022.05.18 | 조회 49
정의와미소 2022.05.18 49
262
<아무튼감정> 왜 우리는 행복을 일에서 찾고 일을 하며 병들어 갈까 2회 공지 (2)
감정반장 | 2022.05.17 | 조회 69
감정반장 2022.05.17 69
261
<아무튼감정> 왜 우리는 행복을 일에서 찾고, 일을 하며 병들어갈까 1회 공지 (3)
감정반장 | 2022.05.09 | 조회 64
감정반장 2022.05.09 64
260
<아무튼 감정> 2회차 후기 (4)
김언희 | 2022.05.07 | 조회 61
김언희 2022.05.07 61
259
<아무튼감정> 가족은 잘 지내나요? 2회차 공지 (5)
감정반장 | 2022.04.25 | 조회 72
감정반장 2022.04.25 72
258
<아무튼 감정>가족은 잘지내나요? 1회자 후기 (5)
스르륵 | 2022.04.25 | 조회 86
스르륵 2022.04.25 86
257
<감정노동> 2부 후기 (4)
나래 | 2022.04.20 | 조회 58
나래 2022.04.20 58
256
<아무튼감정> 가족은 잘 지내나요? 1회차 공지 (2)
감정반장 | 2022.04.19 | 조회 83
감정반장 2022.04.19 83
255
<감정노동> 1부 후기 (3)
김지연 | 2022.04.15 | 조회 84
김지연 2022.04.15 84
254
<아무튼감정> 감정노동 2회차 공지 (5)
감정반장 | 2022.04.13 | 조회 62
감정반장 2022.04.13 62
253
<사랑은 왜 아픈가> 5장 후기 (3)
기린 | 2022.04.06 | 조회 78
기린 2022.04.06 78
252
<아무튼감정> 감정노동 1회 세미나 공지 (3)
감정반장 | 2022.04.05 | 조회 57
감정반장 2022.04.05 57
251
[사랑은 왜 아픈가 ] 3,4장 후기 (3)
정의와미소 | 2022.03.30 | 조회 73
정의와미소 2022.03.30 73
250
<아무튼감정> 사랑은 왜 아픈가 3회 세미나공지 (3)
감정반장 | 2022.03.29 | 조회 91
감정반장 2022.03.29 91
249
<사랑은 왜 아픈가>_1,2장 후기 (3)
김언희 | 2022.03.22 | 조회 99
김언희 2022.03.22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