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차 후기_<편견>5,6부

나래
2022-08-0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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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는 편견은 어떻게 습득되는지 ‘동조’의 심리에서부터 유년기-청소년기까지 돌아보며 대입해 볼 수 있는 내용이었어요. 사회적 동물이라서 우리는 집단 내에서 긁어 부스럼 내지 않기 위해, 진지충이 되어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편견적 태도를 취하게 되는데,  동조는 일종의 사회입장권인 셈입니다. 우리는 피상적인 수준에서 유의미한 기능적 유의성이 있기에(이득이 되고 필요하니까) 동조하며 기성의 편견을 획득합니다. 

 

저는 동조와 관련되어 한 사례가 떠올랐어요. 대학교 때 함께 실크로드 여행을 다녀온 뒤 주기적으로 만났던 사람들인데, 한 연예인 누드 사진 유출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남녀 할 것 없이 “좋은 것(연예인누드사진)은 나눠보야지”라고 웃으며 이야기하는데 저는 깜짝 놀랐지만 당시에는 뭐라고 더 말하지 않고 이후 다시 만나지 않았어요. 만약 내가 이 사람들보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편견에 동조하지 않을 수 있을지 아니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지금 드는 생각은, 그래도 애정하는 사람들에게는 넘 진지하거나 상대가 무안하지 않게 뼈 있는 유머로 편견을 지적하는 편이 좋겠네요. (뼈 있는 유머 어렵,,,) 

 

가정은 아이가 처음 만나 생존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부모를 동일시 하며 사회적 가치관과 태도를 습득하는 가장 강력하게 편견도 작동하는 집단입니다. 부모를 기성세대이기에 저항하고 반항하며 자아상을 형성했던 예전과 달리 요즘 학생들은 부모를 존경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하네요. 물론 부모님을 존경할 수도 있지만 점점 더 좁은 집단 안에서 자아상 형성해나가고 보수화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면 가정 다음의 사회와 학교에서 아이들은 편견적 태도가 아닌 관용적 태도를 갖출 수 있을까요? 이에 관해 요즘에는 학교보다 미디어의 영향이 커서 인플루언서와 연예인을 롤모델로 삼고,  학교에서는 입시 위주의 경쟁모드가 작동하기에 힘들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제 경우를 비추어 보아도 초등학교 때까지는 민주적인 태도를 배우고 실천하려 하였고 이를 독려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중학교부터는 성적에 따라 선생님과 친구들의 대우가 달라졌고 저 스스로도 우수한 성적으로 이득을 누리기 위해 경쟁 모드로 열심히 임하며 능력주의를 내재화했습니다. 

 

반면 우리는 주변의 영향도 받지만 스스로 세운 자아상에 유리한 방식으로 태도와 생각을 갖추고 행동하기도 하기에 자아상을 잘 세우면 편견 형성을 안 하는 모드도 어렵지만 가능합니다. 인성교육이 법제화 되어 의무적으로 실시되는 학교 인성교육도 인지적 차원에서 미미하지만 효과가 있으니 반복도 필요하겠고요. 인성교육, 차별금지법 등 사회적 준거로 마련이 되면 우리의 사고도 이에 맞춰 작동을 시작할 수 있고 개인 차원이라면 이랬다 저랬다 교대할 것을 인관되고 통합적인 방향으로 지향할 수도 있습니다. 

 

6부는 편견의 정신역동에 관한 내용입니다. 성취지향사회에서 좌절내성이 쌓이고 편견도 쌓입니다. 좌절을 타인에게 전가하여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좌절에 정면으로 대처할 능력이 부족한 이들은 자신의 무력감, 무능력, 수치심을 인정하면 존중받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와 불안을 느끼고 자신의 정서적 삶을 올바로 평가하지 못하고 자신의 책임은 회피하고 투사합니다. 저 포함하여 인간은 나는 좀 나은 사람이야라고 느끼고 싶은 욕망이 큽니다. 

 

효율을 추구하는 감정 습관도 결국 우리에게 독이 된다는 부분도 와닿았어요. 좋으면 취하며 싫으면 배타적 접근방식을 취해버리면 단순하고 성가시게 고려할 부분이 없으니까요. 아까 제가 취했던 방식도 아니다 싶은 관계는 뚝 떼어내 버렸었죠. 저는 요즘 효율을 따지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느끼고 생활습관이나 일에서 효율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약간 유보하려 하고 있는데 인간관계에서도 단정짓고 손절하기보다는 조금 더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저자는 인종과 종교에 관한 편견을 중요하게 다루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인종, 종교보다는 장애,성별,능력에 대한 편견이 큽니다. 특히 능력주의 성취 지향의 한국사회에서 불안과 공격성의 강도는 앞으로도 높아지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나왔는데,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은 이걸 알고 힘들지만 자아성찰하고 자신과 타인의 무력감, 무능력, 수치심을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해야겠어요. 우리는 근본적으로 공격과 증오 어린 관계가 아니라 친애와 평화와 우애 깊은 관계를 갈망하니까요. 실제 사례에 근거했던 드라마<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6화 대기업 여직원 성차별금지 소송 사례가 졌지만 성차별이라는 편견을 타파하기 위해 연대하고 해봤다는 시도가 중요한 사례네요. 나와 우리의 성취 보다 좌절을 다시 생각하고 의미화 해보려는 작업이 중요하겠어요. 

 

마지막으로 다른 분의 의견을 듣고 나니 감정 사회학 책을 읽으며 두 가지 태도를 취해야겠더군요. 나를 진단하고 성찰하며 내가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볼까? 개인적으로 해왔던 방식과 다른 사회학적 시선으로 읽어볼까?  <편견>1/4부분 남았는데 개인이 이 모든 영향을 하나의 총체적 생활 양식으로 엮어내는 ‘성격 구조’와 ‘편견 사회에서 벗어나는 길’ 부분이니 개인적, 사회적 질문을 던지며 읽어보아요!

댓글 3
  • 2022-08-09 13:08

    <편견>을 읽으며 든 생각은 편견을 갖기가 매우 쉽겠구나! 하는 것과 편견을 안갖기가 어렵겠구나! 입니다. '손절'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처럼, 편견까지는 아니라도 관계의 불편함을 배제의 방식으로 처리하는 효율성이 이제 자동으로 장착돼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해서 책 한 권 샀어요. <보통 일베들의 시대>. 일베를 나와 무관한 사람들로 배제하는 방식으로 처리해버린 것 같아서요. <편견> 읽으며 얻은 유용성은 공격성을 조금을 이해할 수 있게 된 점입니다. 공격성을 옹호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것도 다 인과관계를 갖는다고 생각하니 달리 생각해볼 지점이 있네요. 폭염과 폭우에 뒤숭숭한데, 한 주 쉬고, 다음주에 <편견> 끝냅시다~

  • 2022-08-09 13:31

    저는 입법의 유용성에 나눴던 얘기들도 인상적이었어요. 생각해보면 생기면 성가시지만 결국 어느새 익숙해진 여러가지 법과 절차와 규칙들 덕에 달라진 생각과 행동들이 많았던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6부 먼저 읽고 발제한 후에 5부를 읽었었는데, 5부가 훨씬 흥미롭더라구요. 편견에 동조하며 그룹에서 이탈하지 않고 튀지 않고 무난한 사람이 되려고 했던 경험이 많아서였을까요....... ^^;;; 어제 다른 책 사려고 서점 들렀다가 저는 <정상은 없다>를 일단 사두었습니다. 틈틈히 읽어보려구요!

    • 2022-08-10 00:37

      저도 저자가 서두에서 행정입법의 에피소드를 거론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었는데 읽을수록, 편견이 딱히 기능적 유의성을 갖지 않는다든지 혹은 정신적 역동의 비합리성을 강조하며 보여주는 인간 본성의 불합리성에서,

      어쩌면 입법으로의 귀결도 그런 측면에서 생각보다 훨씬 유용하고 현실적이지 않을까 ..조금 생각이 들더라구요. 물론 끝까지 읽어봐야 알겠지만~~

      코로나 휴유증인지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괴로웠는데, (힘들게 앉아) 세미나하고 나래샘 부지런 신속 후기 읽고하니 약간 회생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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