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차 후기> 은둔 지식인들에게 공자가 하고 싶었던 말

바당
2021-08-30 22:47
664

은둔 지식인들에게 공자가 하고 싶었던 말

 

이제 18장 미자(微子), <논어> 깊게 읽기에서 남은 페이지가 얇아지고 있다. 이쯤 되면 몰입감도 흐트러지고 빨리 넘기고 싶은 유혹이 들만도 한데. . . 우리는, 아니 우샘은 눈을 비벼가며 모눈종이에 깨알같이 풀어놓은 주석까지 꼼꼼히 읽어주시는걸 넘어 <맹자><<만장 하편>>, <

열녀전><<현명편>>, <공자세가>를 들추시면서 한치의 느슨함도 허락 않는다.

 

오늘 공부한 장면은 공자의 떠남에 대한 두 상황이다. 정치는 正名(君君臣臣父父子子)에서 시작되고 재정을 아껴쓰는 것(政在節財)에 있다는 거침없는 36세(B.C 516) 젊은 공자에게 반한 제경공은 공자를 자기 밑에 두려고 어느 정도 대우해 줄 지까지 밝혔다. 그러나 재상 안영에게 막혀 무산된다(晏嬰沮奉). 이때 공자는 지체없이 제나라를 떠난다.

다른 장면은 한참 뒤인 공자 나이 55세쯤 될 때 노나라가 협곡 회맹에서 성공하고 공자의 개혁정치가 좀 먹혀들어가는 것에 위협을 느낀 제 경공이 노나라 정공과 계씨를 유화시키려고 무희 80여명과 120마리의 멋진 말을 보낸다. 이것을 받고 정사를 돌보지 않는 군주와 실권자를 보고 실망한 공자가 노나라를 떠난다. 이 두 번의 공자의 떠남은 <맹자><<만장 하>>로 인해 더 유명한 장면이 된다. 떠남에도 다 때가 있고 방법이 있다고 절절이 풀어놓는 맹자는 능력자이다^^

다음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초나라의 은둔형 지식인들, 즉 광접여, 장저와 걸익, 하조장인과의 만남에 대해 서술되어 있는데, 때는 공자 나이 62~3세(B.C 490~489년)로 추정된다. 어찌하여 당시 초나라에는 미친 척하는 숨어있는 지식인들이 이리 많은가? 배경을 살펴보자면, 춘추시대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초나라는 장왕에 이르러 패권을 잡고 중원을 흔든 맹주가 된다. 물산이 풍부한 남쪽지역에 철기 등 농기구의 발달로 농업공동체가 커지고 특히 비단 산지여서 부의 축적이 큰 몫을 했다. 거침없이 북상하는 초의 위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진(晉)나라는 오나라에 전투기술을 전수하고 오랫동안 초나라를 괴롭힌다. 이 전투의 결정판이 기원전 506년에 치룬 백거전투이다. 오랜 전란에 지친 초나라 지식인들은 한 목숨 지탱하는 것도 위태하여 생존 전략으로 세상에서 물러나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 삶을 택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공자 수레에 가까이 온 미친 척하는 지식인 접여(接輿)가 노래한다. “봉황새야 어찌하여 덕이 쇠하였는가 지난 일은 고칠 수 없지만 올 날은 오히려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만둬라 지금은 정치하기엔 너무 위태하다”하며 흥얼거리곤 말 붙여볼 여지없이 바삐 사라진다. 또 한 번은 들판에서 농사짓는 외모가 범상치 않은 인물들-인생이 막히고 물에 빠진 처지에 놓여 보여 장저長沮, 걸익桀溺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사람들-에게 자로를 시켜 나루터를 묻는다(問津). 이에 공자 무리라는 걸 알고 공자라면 이런 시대에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알 터인데 라며 코웃음을 친다. 이어서 자로에게 “물결이 거친 난세에 누구와 더불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 하는가 자기를 써줄 사람을 골라 다니는 공자 대신, 우리처럼 세상을 피하는 은자가 되는 게 어떤가”라며 조롱하기 까지 한다.

자로가 돌아와서 전하자 맥 빠진 공자 하는 말, “어찌 인간 세상을 떠나 금수와 함께 산단 말인가!(鳥獸不可與同羣) 천하에 도가 있으면 나 바꾸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잠깐! 지금까지의 가르침과 조금 다른 뉘앙스가~~지금껏 제자들에게 공자는 세상이 무도하면 나가지 말고 재능을 숨기고, 도가 있어야 실력을 발휘하라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무도(無道)한 세상을 적극적으로 바꾸려 한다니!

또 이번에는 뒤처진 자로가 만난 긴 막대기로 삼태기를 맨 하조장인(荷蓧杖人)이 등장한다. 그는 공자를 사지를 놀고 먹으면서 오곡도 구별 못하는(四體不勤 五穀不分) 숙맥이라고 평한다. 몰골이 상한 자로에게 하루 잠자리를 주고 소박하지만 배불리 먹이고 두 아들을 인사시키기 까지 한다. 다음날 공자를 만나 자초지종을 고하니 은둔한 지식인임을 알고 돌아가서 만나려 했는데 장인이 자리를 피해 못 만난다. 그에 대해 자식을 손님에게 인사 시킨 것을 보면 장유유서를 알고 있고 군신의 義도 알고 있는 지식인 인데 벼슬하지 않겠다 하여 은둔하고 자기 한 몸을 깨끗이 하려고 오륜을 어지럽혀서는 안된다고 평한다. 군자의 임무는 도가 행해지지 않더라도 도를 지키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공자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인간은 모둠살이를 해야하고 도가 행해지건 무도하건 간에 역사와 전통을 면면이 이어 나가야만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좋은 때이건 어려운 때이건 공부한 지식인들은 자기 상황에서 묵묵히 오륜을 행하는 길을 가야 하지, 위험하다고 숨어버리고 새로운 살길이 생겼다고 도를 팽개쳐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댓글 3
  • 2021-08-31 07:18

    저는 안되는줄 알면서도 하려고한다는 공자님에 대한 표현 그리고 금수가 되지않으려면 세상을 등질수 없다는 공자님의 말씀에서 인간이라면 모름지기 이래야한다는 의의와 그것을 지켜야만하는 존재의 숙명을 느꼈습니다. 너무 무거운가요 ㅎㅎㅎ

  • 2021-08-31 08:40

    와~ 자세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는 열녀전 현명편을 읽으면서 시집가기 전에 읽었으면 결혼생활을 좀 잘하지 않았을까...
    하는 웃기지만 웃기지 않은 생각을 했습니다.ㅋㅋㅋ

    • 2021-08-31 16:15

      저는 광접여 부인이 집 마당에 바퀴자국을 보고 지체높은 사람이 한자리 주려 왔던거를 눈치채고 No~ 했는지를 다그치고  이제 명을 안받았으니 위태할거라 하며 솥단지를 걸머지고 떠났다는 장면이  참 인상깊었어요^^

      이정도는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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