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25일차> 고맙커피, 감사맥북 _우현

관리쟈
2022-12-2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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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부터 11월까지 서울에 있는 학원에 다녔다. 사운드 엔지니어링 과정을 수료했는데, 10명 남짓의 소수정예 방식이긴 했지만 학비며 거리며 나에겐 ‘대학 대신’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맨날 30대거나 그에 준하는 친구들만 보다가 오랜만에 ‘평범한’ 20대 초중반의 삶을 체험했다. 학원에서 만난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평범’했다. 학교를 자퇴했거나 대학을 거부한 사람도 없었고, 동물권과 페미니즘 운동에 관심있는 사람도 없었고, 책이나 글을 매개로 깊은 관계를 맺으려는 사람도 없었다. 다들 커피를 마시고, 맥북(혹은 아이패드)을 쓰고, 몇몇은 귀여운 타투가 있고 몇몇은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평범한 사람들이 난 싫지 않았지만, 그들은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아니면 내가 말을 걸고 분위기를 만드는 방식이 부담스러웠다거나, 어쨌든.

 

몇 개월이 지나자 나는 점점 ‘평범’에 익숙해졌다. 오전이라는 시간대에 살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것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담배를 태우는 것도, 가벼운 관계에 머물기 위해 말을 삼키는 것도. 그리고 학원에서 수료한 지금도 여전히 난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태운다. 심지어 최근엔 귀여운 타투도 새기고 맥북도 샀다(!) 정군샘 말마따나 이제 ‘스타벅스 입장권’이 생긴 느낌이다. 물론 비싸서 안 간다.

 

 

이런 ‘평범’의 삶을 의식적으로 거부한 건 아니었지만, 내 삶이 워낙 ‘평범’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거부감 같은 게 있었다. ‘제도권 싫어.’ 뭐 그런 느낌. 그런 내가 환경 변화에 쉽게 물들고 적응해서 신기하기도 했고, 이런 삶도 그리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사실은 좀 좋아졌다. 커피와 담배, 타투와 맥북. 이 ‘평범‘의 산물들이 말이다

 

그래서 난 이 친구들에게 감사인사를 보낸다. 집중력과 좋은 향을 선사해주는 커피에게. 일과 중간에 숨 쉴 틈과 시원함을 선사해주는 담배에게. 일의 효율을 말도 안 되게 올려준 맥북에게. 그리고 음... 그냥 귀여운 타투에게도.

 

댓글 8
  • 2022-12-25 09:09

    게섯거라 2023!!
    우현아, 사랑한다^^

  • 2022-12-26 09:37

    커피나 차에 물만 채우고 못 마실때가 많다는 건
    쉬고 싶은 마음이 쉬는 시간 보다 많아서 일까요?ㅎ
    새롭고도 바쁜 한해를 보낸 우현님의 감사편지,
    고맙습니다~

  • 2022-12-26 09:46

    맥북, 귀여운타투, (스타벅스)커피, 담배로 표현되는 평범한 20대 라이프 스타일.
    ㅋㅋ
    "부럽지가 않아~"라고 말하면
    완전 거짓말일테고..
    쫌, 부럽습니다ㅋ

    그리고 음향 엔지니어의 길. 응원합니다.

  • 2022-12-26 11:06

    '평범'에 대해 쓰고 있지만 우현이에게 2022년은 아주 특별한 한 해였던 것 같군요.
    그 시간을 통과한 뒤 이제 또 어떤 나날들을 만들어갈지 기대가 되는군요.
    게섯거라, 공부! 게섯거라, 일! 빛나는 날들을 만들어 가기를!^^

  • 2022-12-26 12:51

    새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이런 글 좋아좋아!
    겨울인데 푸르름이 느껴지네요ㅎㅎㅎ
    올해 잘 마무리하고 새해 복많이~~

  • 2022-12-26 16:14

    우현이 타투를 못봤군 ㅋㅋ
    늘 든든한 친구 우현!
    내년에도 신나게 꿈꾸길

  • 2022-12-26 17:53

    담배를 피는 게 아니라 태운다는 표현 새롭네요
    피지않고 태우기만 하는? ㅋㅋ
    우현의 타투 저도 보고싶네요

  • 2022-12-26 19:21

    그... 분위기 좋은데 찬물을 끼얹고 않지만, 이제 윈도우 노트북은 못 사게 되겠군요. 축하합니다. 스타벅스 평생 입장권 당첨이에요.
    ㅋㅋㅋ 내년에 생각보다 바쁠테지만, 우리는 게이머라는 걸 잊지 말고 삽시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