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20일차> 아침길 25분. 그리고 전하지 못한 진심 _꿈틀

관리쟈
2022-12-20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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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 전 문탁 친구 토토로에게 연락이 왔다. 공생자 행성 코너에 올릴 이모저모한 글을 써달라는 내용이었다. 나의 근황을 알리는 정도면 되고 주제는 <감사의 편지>라고 한다. 어떻게 써야 할지 생각이 잘 떠오르진 않지만 요즘 나 잘살고 있나? 하는 질문이 생각났다.

 

나는 대략 아침 8시15분쯤 집을 나선다. 우리집에서 성복동까지 가는 탄천길을 따라 걸어가면 25분 정도면 직장까지 도착한다. 매일 25분 동안 계절을 느끼고 나의 걸음을 보고 탄천에서 흐르는 물도 본다. 나와 비슷한 시간에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 통통한 청년, 우리 동네 내과 간호사, 아저씨A, 아저씨B, 그리고 아침 운동을 즐기는 중년여성 등 그들은 내가 매일 아침마다 만나는 사람들이다. 그들도 나를 알겠지. 아마 키큰 여자 정도?로 이름 지었을 것이다.

 

90년대 발라드 음악부터 아이유의 –(어른, 너의의미 등), 방탄의 (전하지 못한 진심) 등도 내가 출근길에서 즐겨 듣는 음악이다. 디지털의 혜택 중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게 무선 이어폰이라고 생각하는 정도니 짧은 시간 듣는 음악은 축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하루 중 출근길 25분은 나에게 특별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고, 흔히 말하는 힐링의 공간이며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출근길의 걷기 속에는 무수히 많은 생각과 감정의 고리들이 이리저리 헤매이기도 한다. 어제 있었던 일에 분노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일에 불안을 생각하기도 한다. 잘살고 있을까? 하는 질문도 등장한다. 때론 ‘명상’에서 강조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 위해 아무 생각도 하지 말라고 다그치기도 한다. 25분 동안 하나의 우주를 갖다 놓고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때론 눈물이 찔끔 나기도 한다. 반복되는 걷기를 하지만 세상도 변하고 ‘나’도 그 변화 속에 있기에 매일 던져지는 질문과 생각도 다르다. 나와 매일 마주치는 청년과 아저씨들 그리고 중년여성들, 그들도 계속 변하고 있으리라.

 

그리고 전하지 못한 진심이 있는데 ‘문탁’ 생각도 정말 많이 한다는 사실이다. 문탁 홈피에서 읽은 oo선생님의 글에 대해서, 공생자 행성의 ‘사지마라’를 읽고 혼자서 빵터졌다는 사실에 대해서, oo샘은 여전히 아이디어가 넘치는구나 등등. 요즘 사직서를 써야할까? 써버릴까? 멋지게 그만두고 이런 말을 꼭 해줘야지 등의 생각을 자주 하곤 하는데 아마 그건 내가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진짜 한 번도 말하지 않았고 전하지 못한 진심인데 꿈틀이의 삶은 문탁생활을 하기 전과 후로 나눌 만큼 문탁은 대단히 나에게 의미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물론 부작용은 이런 직장 생활을 하기에 적합한 인간으로 살기가 참 힘들다는 것이지만.

 

문탁선생님들께 꼭 전하고 싶다. 선생님들이 드나드는 공간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에너지들이 한 사람의 삶의 방식을 바꾸고 다르게 살아가게 하고 있다는 것을. 일상을 그렇게 살아주는 선생님들 덕분에 ‘나’의 일상도 다르게 꿈꾸고 용기 내어 살아가게 하고 있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머지않아 다시 문탁으로 발걸음을 돌릴 ‘나의 결심’에 희망을 걸어보며 출근길의 이모저모한 나의 이야기를 마무리 하려고 한다.

 

 

댓글 13
  • 2022-12-20 08:33

    꿈틀이의 플레이 리스트에
    방탄소년단의 <전하지 못한 진심>이 있다니!
    이거이거 나도 아주 아끼는 곡이야요ㅎㅎ
    (추천곡이 마구 떠오르나 자제 꾹~ㅋㅋ)

    꿈틀이의 전ㆍ못ㆍ진.
    이젠 '전해진 진심'. 들으니 기분 좋은 진심.
    우리 다시 만나 공부하는 날을 기다릴께요.
    사표쓰고 싶을때 멋지게 쓰고
    성큼성큼 문탁으로 오세요.
    그 긴~다리로.^^

  • 2022-12-20 09:17

    이 글을 읽으며 깨달았네요.
    요즘 제가 꿈틀이님 생각을 여러번 했다는 것을...
    꿈틀이님이 아직 가져가지 않은 반올림 티셔츠를 왜 나는 재촉하지 않는 걸까?
    혹시 그 하늘색 티셔츠를 볼 때마다 꿈틀이님을 떠올리려고?^^(사실 그래요. 저절로 떠올라요.)
    언제든 마음 나면 훌쩍 들러도 됩니다. 언제나 환영!

  • 2022-12-20 09:54

    내 마음이 이이이잉.. 울컥..
    꿈틀이님 보고 싶어요.. 보고 싶습니다..

  • 2022-12-20 12:05

    저두 한번씩 문득문득 꿈틀이님 생각이 났었다면 믿어주시겠어요?^^

  • 2022-12-20 13:42

    꿈틀....내년에는 오시오. 격하게 반기겠소~~~

  • 2022-12-20 13:48

    꿈틀님 직장생활중이시군요
    그 기다란 모습이 웃는 얼굴과 함께 떠오르네요
    문탁에 오세요~~ㅎㅎ

  • 2022-12-20 13:51

    꿈틀님의 아침 출근길 같이 걸은 기분!!
    진심을 들으니 울컥합니다~~

  • 2022-12-20 14:57

    아....
    꿈틀이샘~ 보고싶어요!!!

  • 2022-12-20 20:39

    아.,요즘 여러모로 외롭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댓글들을 읽으니 저야 말로 울컥해지네요..
    제가 어디가서 이렇게 훌륭한 선생님들을
    만날수 있을까요..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 2022-12-20 23:43

    ㅋㅋㅋ 성복천을 지날때마다 꿈틀이님이 생각나겠어요.

    다들 보고 싶어 하시네요
    한번 얼굴 보여주세요. 꿈틀이님

  • 2022-12-21 08:50

    꿈틀이샘~ 감사 편지로 만나는 샘은 더욱 감성 넘치십니다요 ㅎㅎ 글도 넘 좋지만 대면 만남도 고대합니다 저도... 보고 시포요 ㅜㅜ

  • 2022-12-21 13:54

    오랜만의 꿈틀샘의 편지글에 반가움이 앞서네요~~^^ 저도 샘이 너무 보고 싶어요~

  • 2022-12-25 19:54

    으악~
    난 왜 꿈틀쌤 글을 이제서야 본 거죠?
    쌤~ 자주 궁금했어요.
    언젠가 불쑥 오시겠죠?
    어제 왔던 사람처럼 말이죠. ^^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