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12일차> 함께 공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_정군

관리쟈
2022-12-12 08:16
568

달팽이 샘께 뭘 쓰라는 메시지를 받고, (안 쓴다 할 수 없어서) 쓰겠다고 답까지 드린 다음에도, 그리하여 쓰기로 한 그 글을 쓰려고 이렇게 빈 문서 하나를 열고, 무려 두 줄 째를 넘어가는 중에도, 저는 써야할 글이 어떤 글인지 이해를 못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면 된다만 알 뿐이지 이 ‘감사’가 어디에서 어떻게 어떤 식으로 누구에게 전달되어서 어떤 의미가 생길지 전혀 예측이 안 되고 있는 것이지요……라고 써놓고 보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어쩐지 ‘감사’의 마음을 드러낸다는, 그 의미에는 더욱 적합한 상태인 것 같기도 합니다.

 

자, 그럼 무엇에, 또는 누구에게 감사를 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잠깐, 그 전에, 사실 저는 막 ‘감사’하고 그런 거 말로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라는 걸 미리 밝혀둡니다. 막 진심을 담아 감사하다고 말하려고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피부의 진피층에서부터 막 어쩐지 간질간질한 기분이 ‘나 여기있지~’ 하면서 올라오는 것 같군요. 그러니까 이건 저의 오래된 여러 치명적인 단점들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보통은 감사하다고 말할 바에야 차라리 선물을 하는 게 낫다, 뭐 그렇게 생각한달까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리하여 누구한테 감사하다고 할 것인가……. 여러분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문학처방전>을 통해 저를 인터뷰해 주신 덕에 제가 철학학교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되었던 걸 생각하면 겸목샘이 떠오르고요. 언제나 (이걸 아는 사람은 몇 없지만) 요(요샘)핵(심)관(계자)을 자처하는 입장이다 보니 요요샘도 떠오르고, 때때로 아저씨라고 빼놓지 않고 자기들 게임데이에 꼬박꼬박 끼워주는 우현, 동은도 생각납니다. 그뿐인가요. 문탁에 드나든지 얼마되지 않았을 무렵 문탁 2층 현관 비번도 알려주시고, 점심 먹어야지 않냐고 물어봐주시고, 커피 먹어라,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옥수수 먹어라, 밥 먹으러 가자 등등, 어쨌거나 적응에 큰 도움을 주셨던 진달래샘, 여울아샘도 있습니다. 아……, 아직 이런 식으로 언급할 분이 한참 더 있는데, 하다 보니 어쩐지 상도 안 받고 수상소감을 읊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걍 2층에 계신 여러분께 감사하다, 그런 이야깁니다.

흠…넘어가죠.

 

자, 그리하여, 누구 한 명을 딱 정해서 감사함을 과시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다가 저의 결론입니다. 그래도 굳이 무언가 한 가지를 꼽아 보자면, 『차이와 반복』 속에서 한 해 동안 막막하고 또 막막했을 철학학교 멤버들을 향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튜터도 잘 몰라서 매주 길을 잃었습니다만, 그렇게라도 함께 걷지 않았다면 『차이와 반복』이 얼마나 대단한 세계를 그리고 있는지 이렇게까지 쎈 느낌(강도?)으로 알 수 없었을 겁니다. 함께 공부해주셔서 감사하고요, 내년에도 또 함께 헤맬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댓글 10
  • 2022-12-12 09:40

    그니까 결국 2층분들께만 감사하다는 거죠??ㅋ
    점심밥 챙겨준 공식당엔 간지러워 차마 감사하다 못하고 선물로 대신하시려는거죠?? ㅋ
    언제 밥당번으로 선물해주시면 될듯 ㅋㅋㅋㅋㅋ
    어색한 글 마다않고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 2022-12-12 10:04

    수년간 제게 정군님은 김현경대표님이 문탁에 올 때 수빈이와 함께 오는 사람이었답니다. 가까이하기엔 뭔가 어색한 그런 관계?ㅎㅎ
    근데 이젠 며칠 안 보면 뭔 일이 있나?, 몹시 궁금해지는 관계가 되었네요.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입니다.
    그런 변화를 초래한 나비의 날개짓이 겸목의 문학처방전을 위한 인터뷰였고,
    하나 더 덧붙이자면 정군님이 문자로 겸목에게 보낸 철학세미나 커리큘럼이었습니다. 카오스모스의 신비가 느껴지는군요.^^
    정군샘과의 인연 덕분에 철알못이 <존재와 시간>도 읽고 <차이와 반복>도 읽을 수 있었네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달팽이의 댓글을 보니.. 이제 여기 또 다른 나비의 날개짓이 일으키는 폭풍의 어두운 전조가 느껴집니다.ㅋㅋㅋ

  • 2022-12-12 17:09

    정군님 하면 편식이 먼저 떠오르는ㅋ
    아직 잘 몰라서겠지요~~
    내년엔 파지에서도 자주 뵈요.
    공생자행성에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_

  • 2022-12-12 18:41

    정군쌤~
    문탁밥 오래 먹으면 편식 고쳐져요.
    뭐 그게 꼭 고쳐야하는 그런 건 아니지만, 그냥 나도 모르게 이 친구가 만든 밥상
    저 친구 밥상 무한 감사해서. 다 맛있어져요. 그게 저는 그렇더라구요.^^

    내년에도 쌤과 철학 공부를 못해서 서운한 저는 제 밥상에 쌤을 여러 번 초대하는 걸로 만족할게요.
    내년에도 공부방에서 문쌤 요쌤 자리 비우면 우리 같이 왕수다 떨고 그럽시다~ㅋ

  • 2022-12-13 00:36

    정군쌤 기운이 굉장히 명랑한 것 같아서
    저는 쌤을 보기만 해도 같이 명랑해지더라구요.
    아직 인사만 하는 어색한 사이이지만
    그래도 좋네요^^

  • 2022-12-13 08:56

  • 2022-12-16 15:41

    정군님! 내년에도 파지에서 자주 뵈어요
    같이 세미나라도 같이해야 친해지던데 ...
    가능할까? 서양철학...

    • 2022-12-17 01:18

      샘... 정군샘과 함께라면 서양철학 쉽습니다. 그러니 저 대신 좀...

  • 2022-12-17 01:16

    함께 읽어 영광이었다고 쓰고 보니 이거 어째 이별 메세지 같아서....
    근데 진심으로 재미지고 보람 있었습니다. 샘.

    매번 먼길 고생이 많으세요...요핵관의 고단함도 있으실텐데.... 아무튼 응원합니다. 샘

  • 2022-12-26 12:51

    저도 함께 공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구 이 추운 겨울 샘 차를 얻어 타고 집에 가는 길이 얼마나 행복한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