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차 <잡식가족의 딜레마> - 딜레마와 함께하기

경덕
2022-11-26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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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코 선언 이후에 육식을 피하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조직생활을 하지 않으니 회식 자리도 거의 없고, 어쩌다 같이 먹는 친구들도 채식지향적 삶에 공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가족과 가깝지만 분리된 생활을 하다 보니 메뉴 선택도 어렵지 않았다. 어쩌다 고기를 권하는 부모님의 호의도 자연스럽게 거절했다.

 

그럼에도 나는 페스코를 엄격하게 실천하지는 못했다. 부모님 집에서 엄마가 끓여 놓은 된장찌개를 퍼서 먹다가 다진 소고기를 발견하기도 했다. 누가 덜어준 라면과 라면 국물을 먹기도 했다. 대놓고 먹지는 않았지만 슬쩍 곁들여 있는 작은 고기는 망설이다 삼키기도 했다.

 

일지를 쓰고 쌤들의 댓글을 보고, 같이 식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식단을 공유하는 경험이 재밌었다. 이 느슨한 온라인 식사 공동체 덕분에 가볍고 경쾌하게 새로운 식습관을 조금씩 만들어갈 수 있었다.

 

어제는 떡볶이와 고구마, 고추, 야채 튀김을 사와서 먹었는데 너무 많이, 급하게 먹어서 그런지 속이 엄청 안좋았다. 무엇을 먹는지만 신경쓰다가 어떻게 먹는지는 신경쓰지 못해서 내 몸이 고생이 많다.

 

밀양에서 가져온 감 하나가 새빨간 홍씨가 되었다. 밀양에서 페스코를 선언했는데 밀양에서 가져온 감을 먹으며 앞으로의 식생활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선언을 하든 하지 않든 딜레마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다가올 딜레마를 어떻게든 계속 잘 맞이해보자!

 

댓글 16
  • 2022-11-26 16:55

    어떤 딜레마를 맞이할진 모르겠지만
    그 시간도 재미나게 맞이할 것 같아요^^
    얼굴은 못봤지만 글을 통해 즐거운 경덕님과 친해진 기분?? 너무 오버인가? ㅋ
    그동안 딜레마 속에서 허우적 거리느라 고생하셨습니다

    • 2022-11-28 23:17

      오바 아닙니다 저도 친해진 기분ㅎㅎㅎ
      같이 기록하고 공유한 덕분에 딜레마 속에서도 잘 허우적거릴 수 있었네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 2022-11-26 20:48

    작은고기를 넘길까를 고민했던 감각이 낯설기도 하지만
    경덕님의 기간동안 함께 살폈던거 같아 동질감도 느껴집니다~
    주변과 상황을 만들어가는 경덕님에게 응원 보냅니다~!!새벽이잘 보살펴 주시는 경덕님 멋지십니다~

    • 2022-11-28 23:22

      서로의 낯선 감각을 함께 살핀 경험이 저에게도 특별했어요
      응원 감사합니다 샘!
      새벽이 소식 또 기회 되면 전하겠습니다ㅎㅎ

  • 2022-11-27 12:55

    나중에 또 이 행성에서, 공생자행성에 만날 날이 오겠죠~

    "다가올 딜레마에 대해 어떻게든
    잘 맞이해 보자"는 경덕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ㅎㅎㅎ

    • 2022-11-28 23:25

      샘의 위트 넘치는 식사일기, 공무원 에피소드 너무 재밌었어요!!
      나중에 시고르자브종 소식 또 들려주세요 ㅎㅎㅎ

  • 2022-11-27 23:03

    페스코를 선언하시고
    조심스럽게 실천해가시는 경덕님
    화이팅!

    • 2022-11-28 23:28

      샘 덕분에 귀한 경험 했어요!
      나중에 기회 되면 또 불러주세요ㅎㅎ
      응원 감사드립니다!!!

  • 2022-11-28 10:36

    공생자행성에서 경덕님을 더 알게되서 기쁘네요
    가끔 패스코실천 어찌 되가나 소식 전해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그런 기회를 만들어봐야겠어요 ㅋㅋ

    • 2022-11-28 23:31

      샘 덕분에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 같습니다......ㅎㅎㅎ
      이번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비건지향 페스코 베지테리언 이어가보려고요!
      기회 만들어주세요!!!

  • 2022-11-29 19:55

    음, 경덕님 글은 저에게 읽는 즐거움을 주었어요. 더 자주 보고 싶어지는~
    공생자행성에서 만나서 좋았습니다. 또 만나요^^

    • 2022-12-07 01:12

      저도 댓글 읽는 즐거움 주셔서 감사해요ㅎㅎ
      또 다른 기회로 뵙겠습니다^^

  • 2022-11-29 20:00

    아직도 밀양감이 남아 있군요.
    오늘 밀양에서 단감 한상자가 왔는데.. 경덕님, 단감 먹으러 문탁에 들리세요.^^
    공생자 행성에서 만나 반가웠어요.^^

    • 2022-12-07 01:13

      쌤 밀양 홍씨감은 아직도 다섯 개가 남아있어요ㅋㅋ
      단감은 미학세미나 발표할 때 감사히 맛보았어요! 발표회 보러 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2022-11-30 14:47

    경덕님이 누구신지 잘 모르는데도
    일지를 읽으면서 친구 된 느낌입니다.

    어머님과 마주앉아 김장을 담갔다는 글이 좋아서
    경덕님이 무지 훈남일거라고 혼자 확.신. 했어요.ㅎㅎ

    다음에 혹시 오프라인에서 대면하게 된다면
    반갑게 인사 나눠요^^

    • 2022-12-07 01:15

      아ㅋㅋㅋㅋㅋ 섣불리 확신하시면... 실망하실..(ㅎㅎ)
      토토로샘 오프에서 뵙게되면 반갑게 인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