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가족의 딜레마 17일차 -밥의 기억

작은물방울
2022-11-2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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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라는 게 신기하다.

배가 고파 허겁지겁 먹을 때도 있고

싫은데 억지로 먹을 때도 있고

천천히 음미할 때도 있으며

편하게 둘러앉아 수다를 떨면서 먹을 때도 있다.

같은 밥인데 종종 기억나는 밥이 있다.

어렸을 때 난 먹보였다.

엄마는 나에게 분유를 먹고 자라 배고픔을 못참는다고 했다.

분유를 먹은 것은 일년 정도일텐데 46년이 지난 지금도 그 후유증 탓인지 배고픔을 견디못한다.

그럴 땐 바로 라면을 끓인다.

싫은데 억지로 먹었을 땐 아픈데 약을 먹어야할 때...

아... 그리고 학교 다닐 때 술을 진탕먹고 속이 울렁거리는데

아부지가 장뇌삼이 든 오골계를 각자의 앞에 한 대접씩 놓고 다 먹으라고 엄포를 놓았을 때

그 때 결국 꾸역꾸역 집어넣다가 결국 화장실행(지금 생각해보니 그 나름의 사랑이셨던든)

천천히 음미할 때는 며칠 전 공생자행성에 썼던 집중명상을 할 때....

마지막은...

오늘이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같이 먹는 밥이었다.

무진장이야기를 하려고 만났지만 느슨하게 각자의 근황과 친구들 이야기를 했다.

친구들과 함께여서 맛있고 좋았고 따뜻했다.

이렇게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이 차암~~~ 좋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나에게 도토리 묵은 이제 친구들로 기억될 듯 하다.

댓글 7
  • 2022-11-23 23:35

    내겐 최근이라면, 가리비의 맛이 친구들의 기억일듯
    ㅋㅋㅋ 술 빼고~물방울 포차가 그립군!

    붕어빵에도 붕어가 없고
    가래떡에도 가래는 없는데
    묵밥에는 묵이 들어가고
    팥죽에도 팥이 들어가고
    햅쌀에도 해가 들어있다
    속고 속는 세상에
    만두 속에만 두고 만드는
    잡채만 두고 만든 만두는 군만두군!

  • 2022-11-23 23:54

    오늘 물방울 얼굴 봐서 무지 반가웠어요.
    여전히 말간 눈망울을 기진 물방울.
    나도 물방울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하나 있는데....

  • 2022-11-24 08:22

    내가 비건하는 동네 청년들과 밥 먹을 때 자주 애용하는 곳 - 동천동 도토리묵집^^
    조아요~~~~~~~~

  • 2022-11-24 09:27

    반가웠오요~~사람을 모으는 재주가 있는 물방울~~~~
    친구들도 물방울과 먹는 밥시간을 그리워한다우~~^^
    장뇌삼이 든 오골계 1인1닭을 챙겨주신 아버님이셨구만~ 돌아보면 순간순간이 있드라구...

  • 2022-11-25 09:58

    물방울이 해주던 음식들이 그립네요.^^
    문탁의 세프들 중에서 물방울은 생선 요리의 최적임자였지요.
    물방울이 밥당번하는 날을 보아가며 냉동실의 생선을 가져갔다는 모두가 다 아는 비밀 아닌 비밀!ㅎㅎ

  • 2022-11-26 01:49

    앗 도토리묵 보니 막걸리 생각이...ㅎㅎㅎ

  • 2022-11-28 10:40

    함께 밥을 먹는 사이
    이게 보통 사이가 아닌거죠!!!
    방울하고 눈 맞추며 밥 먹은 오래됐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