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차<잡식가족의 딜레마>

작은물방울
2022-11-1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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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는 밥을 먹을 땐 밥만 먹으려고 노력한다. 누군가는 아마 물을 것이다. 그럼 밥만 먹지 뭘하느냐고....

그런데 잘 생각해보시라

 

밥 먹을 땐 밥만!!!의 규칙은 이러하다.

밥을 수저로 뜬다. 밥알이 부서지는 느낌에 집중하며 반찬을 입에 넣고 천천히 씹으며

음식이 입안에서 섞이는 맛을 느낀다. 행여 밥이 들어가면서 더 빨리 더 많이 음식을 집어넣고 싶은 욕망도 살피면서

밥에만 집중해서 밥만 먹는다.

그렇다면 그 이전은?

오늘 할 일? 밀린 공과금? 최소한의 설거지를 하기 위한 머리굴림... 저녁식사 메뉴??

앞으로 해야할일? 그러다 보면 노후걱정까지....

그렇다보면 맛있게 먹은 식사였는데 일어날 때는 ‘끙~!!’하는 소리와 함께하게 된다.

누군가는 이것을 집중명상이라 부른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며 생각의 생각 꼬리를 무는 생각을 멈추는 것이다.

 

before와 after가 확실하게 구분되지는 않는다.

집중하려 하지만 생각은 잠시라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빠른 시간동안 안드로메다1 안드로메다2 ... 100까지 금방 가버린다.

하지만 그것을 발견할 때 마다 다시 여기 지금으로 돌아오려 할 뿐이다.

이런 시간을 가진 뒤 발견한 것은 적은 양으로 포만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속도 편안하다. 그리고 맛있어서 더먹고 싶다가 아니라 지금 맛있어서 좋다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복감을 주는 음식의 고마움까지

 

오늘은 아이의 월동장비를 위해(코끼리의 성장속도는 무섭다) 쇼핑몰을 방문했다.

요새 일본 음식에 빠져있는 아이는 규동을 먹겠다고 했고 나도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왔고...천천히 음미하며 천천히...집중하고 있었다.

삼분의 일도 못 먹었는데 아이의 그릇은 이미 비어있었고...

그는 눈빛으로 ‘저 아직 배고파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반 이상의 양을 덜어주었다. 그것도 번개의 속도도 먹은 뒤 음미하고 있는 나를 쳐다본다.

결국 그는 약 두 숟가락 정도의 양만 남긴 채 모조리 덜어갔다.

분명

분명

적은 양으로 포만감을 느꼈건만!!! 아직 배가 고팠다.

음식에 대한 고마움은 온데간데 없고 비싼 돈에 적은 양을 주는 음식점에 대한 원망이 든다.

이 녀석과 (외식으로)함께 먹을 땐 집중명상 따윈 포기하고 그냥 ... 그냥...폭풍 흡입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댓글 5
  • 2022-11-19 23:53

    매번 등장하는 '이 녀셕'ㅎㅎㅎ 엄마의 속도 모르고.............ㅠ
    저는 요즘 '무엇을' 먹을지만 고민하다가 '어떻게' 먹을지는 놓치고 있는 것 같아요
    쟁반에 밥상을 차려서 너무 자연스럽게 모니터 앞에 앉는 스스로를 반성하게 됩니다ㅠ
    저도 '집중 명상' 해보고 싶어졌어요!

  • 2022-11-20 11:18

    넘 우껴...ㅋㅋㅋ
    그래도 물방울님의 밥-위빠사나 응원합니다.

  • 2022-11-20 16:30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본인과는 상관없이 고기를 먹이곤 하죠.
    고민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자식을 먹이게 되거든요.

    그래요, 명상은 '식후'로 미루고
    아들의 식단관리를 위해
    물방울님의 폭풍흡입을 권해 드립니다. ㅎㅎㅎ

  • 2022-11-20 17:47

    지금여기에 집중하기~ 좋은 수행법~~
    그러고보니, 밥을 먹으면서 밥에 집중해 본적이 없구만~~
    쇼핑후 먹는 외식~젤 찐 맛일듯~~~찬결이가 그맛을 아는게지~^^

  • 2022-11-22 07:53

    하하하
    밖에서 찬결이와 밥먹을 때는 2인분이나 곱배기를 시켜주고 한 술 한 술에 집중하시길!!ㅋㅋㅋ